일본 시즈오카 ①눈 덮인 후지산을 날다





(시즈오카=연합뉴스) 박창기 기자 = 대한해협을 훌쩍 건너 후지산으로 날았다.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일본의 심장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후지산의 파노라마가 덮치듯 다가온다. 겨울 끝자락, 하얀 용암이 흘러내린 듯한 설산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에 취했다. 이곳엔 벌써 남쪽의 봄 향기가 살짝 묻어 있다. 멀리 시즈오카 땅끝에는 100여 년 전의 추억을 실은 증기기관차가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있다. 후지산 비행과 타임머신 기차, 시즈오카에서만 받을 수 있는 특별 선물이다.
◇눈 덮인 후지산을 바라보며 날다
'조용한 언덕' 시즈오카(靜岡) 현은 나고야와 도쿄의 사이, 일본 중부 지역 태평양 연안에 있다. 시즈오카 현은 일본의 자존심인 후지산(富士山)과 온천, 전국 생산량의 45%를 차지하는 녹차, 스루가 만 참치 등 풍미 가득한 음식으로 유명하다. 인구는 약 380만 명이지만 면적은 도쿄보다 3배 넓다. 지난 2009년 인천-시즈오카 직항 노선 신설 이후 인기 여행지로 부상했다.
후지산은 곧 일본이다. 일본 열도를 여행하다 보면 열차나 자동차, 비행기에서 한 번쯤은 스치듯 후지산을 만난다. 이번엔 사방 어디에서나 후지산을 볼 수 있는 시즈오카 현으로 바로 직진했다. 일본의 얼굴이자 마음의 고향 같은 곳. 그 산이 하얀 원뿔 모양으로 우뚝 서 있다. 정상에는 눈보라가 김처럼 피어나고 있다.
야마나시(山梨) 현 남동부와 시즈오카 현의 경계에 있는 후지산은 해발 3천776m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맑은 날 도쿄에서도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위용을 뽐낸다. 흔히 여성에 비유되는 후지산은 좀처럼 그 모습을 전부 드러내지 않는다. 항상 구름과 안개로 자신을 치장하고 있다. 아름다운 여성에게는 질투심으로, 멋진 남성에게는 수줍음으로 쉽게 그 자태를 보여주지 않는다고 한다. 후지산에는 만년설이 없다. 10월경부터 눈이 쌓이기 시작해서 이듬해 6월까지만 남아 있다. 하루 중에서 후지산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때는 아침과 저녁 시간이다.
특히 공기가 건조하고 맑은 날이 많은 겨울산이 단연 압권이다. 일본 사람들은 후지산을 두고 '오르는 산'이 아니라 '바라보는 산'이라고 말한다. 멀리서 바라봐야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장소와 각도, 계절과 시간에 따라 변화무쌍한 자태를 선보인다. 그 신비감과 장엄한 산세는 예부터 일본인의 정신과 문화의 원천으로, 문학과 그림 등 수많은 예술 작품이 후지산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이런 이유로 후지산은 지난 2013년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기슭에는 호수, 캠핑장, 트레킹 코스, 폭포, 목장 등이 산재해 있다.
후지노미야(富士宮)의 해발 900∼1천m 아사기리(祖) 고원에서는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하늘에서 후지산을 감상하는 색다른 비행을 할 수 있다. 겨울에도 날씨가 온난해 야외 스포츠를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탠덤(Tandom) 코스는 전문가와 동승 비행을 하는 체험으로, 초보자라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전문 조종사와 함께 이륙장의 맞바람을 향해 서너 발자국 달리다 보면, 바람을 가득 실은 날개에 매달려 하늘로 날아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땅에서 발이 떨어지는 순간의 아찔함도 잠시, 눈앞에 펼쳐지는 후지산의 환상적인 풍경에 온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하늘을 나는 소파'에 앉아 온몸에 부딪히는 시원한 바람결을 느끼는 순간,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를 단번에 날려 버릴 수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홀로 구름 위의 산책에 나서게 된다. 패러글라이더에 몸을 맡긴 채 원하는 길을 개척해 갈 수 있다. 탠덤 코스는 10∼15분 정도를 비행하는 데 8천 엔이다. 아침나절 패러글라이딩을 마치고 아사기리 푸드 파크에서 후지 고원산(産) 재료로 만든 점심을 맛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곳은 '음식과 자연이 하나가 된 숲 속의 식품 공방' 콘셉트로 차, 전통 과자, 술, 유제품 등 지역 농산물을 직접 가공, 판매한다. 후지산을 바라보며 먹을 수 있도록 식탁이 놓인 식당에서 신선한 채소류, 삼겹살 등을 1인당 2천 엔에 뷔페로 맘껏 즐길 수 있다. 특히 후식인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후지산 정상에 쌓인 눈을 직접 한 숟가락 떠먹는 착각이 들 만큼 매혹적이다.
후지산 자락의 다누키(田貫) 호수는 길이가 동서 1㎞, 남북 0.5㎞인 인공 호수다. 둘레는 약 4㎞이고, 가장 깊은 지점의 수심은 8m다. 주변에 초원과 숲이 있어 낚시는 물론 사이클링, 캠핑, 걷기 등을 즐길 수 있다. 호수면에 비치는 후지산의 그림자와 진짜 산이 데칼코마니를 이루는 이른바 '후지 다이아몬드'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시라이토(白) 폭포는 천연기념물로 '일본 폭포 100선'에도 선정된 바 있다. 후지산의 눈 녹은 물이 폭포수가 되어 높이 20m, 폭 200m의 둥글게 굽은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가늘고 긴 비단실을 걸어 놓은 듯 물이 떨어진다고 해서 명명된 '하얀 실(시라이토) 폭포'의 역광 속 무지개는 여행자의 탄성을 자아낸다. 폭포의 무지개를 보려면 아침에 가는 것이 좋다.
최근 시즈오카 현 고텐바(御殿場) 산록에는 후지산을 멀리서 조망할 수 있는 오토메(乙女) 삼림과 나가오(長尾) 트레킹 코스가 새로운 자연 치유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오토메 삼림은 통나무 로지와 오토캠핑장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하룻밤을 지내기에 손색이 없다. 나가오 트레킹 코스는 태평양전쟁 때 황폐화된 산을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50여 년에 걸쳐 일구어낸 울창한 삼나무 숲이다.
산등성이 너머 멀리 보이는 시즈오카 앞바다는 스루가 만이다. 수심 2천500m로 일본의 만 중에 가장 깊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고 했는데, 후지산과 스루가 만이 이를 증명하는 듯하다.
chang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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