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갤러리] 최병소 '무제'

조상인기자 2015. 3. 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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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지웠다. 연필로 긋고 볼펜으로 지우면서 신문지는 찢겨나가기도 했다. 시커멓게 뒤덮인 신문은 마치 타버린 재 같다. 작가는 1943년 대구에서 태어난 최병소. 한국 전쟁을 겪은 그는 종이가 없어 신문용지에 인쇄한 교과서로 공부해야 했다. '신문지 교과서'의 접히고 해진 자국은 그의 기억에 새겨졌고 1970년대에 이르러 신문을 지우는 행위로 태어났다. 평론가들은 1970년대 군부정권하의 '신문지우기'를 당시 표현과 언론 통제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지만 정작 작가 자신은 "쌓인 신문지와 필기구가 있기에 그냥 칠했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한동안 중단했다 1990년대에 재개한 신문지 작업은 시간이 마련해준 작가의 공력 덕인지 신문의 앞뒤 양면을 다 지우는 것은 물론 10m 이상의 긴 신문용지의 설치작업으로도 탄생했다. 자신만의 방법론이 확고한 그의 개인전이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4월26일까지 열린다.

조상인기자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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