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95/FIRST & BEST] 금성 TV, 삼성 휴대폰, 현대 포니.. 가난한 나라의 공장, 기적을 만들다
한국 최초 제품들은 우리 안방과 거실 풍경, 한국인의 삶을 바꿔놓았다. 팍팍했던 삶은 라디오·TV·VCR(비디오카세트리코더) 덕에 한층 풍요로워졌다.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 1950년 6·25전쟁 발발 등 라디오는 희로애락을 국민과 함께했다. 한국 최초 라디오는 1959년 11월 탄생했다. 금성사(金星社·현 LG전자)가 내놓은 진공관 라디오 'A-501'이다. 특유의 왕관 모양 로고와 '골드스타(GoldStar)'란 상표가 붙었다. 가격은 한 대에 2만환 정도. 갓 대학을 졸업한 금성사 직원의 월급이 6000환이었으니, 석 달 치 월급을 꼬박 모아도 사기 어려운 고가(高價)였다.

2007년에는 'TV쇼 진품명품' 프로그램에 등장해 1500만원이란 감정가를 받기도 했다. 금성사는 1960년엔 국내 최초 선풍기(D-301)도 내놓아 사람들의 부채질을 줄여줬다.
한국 최초 TV가 출시된 것은 라디오가 나온 지 7년 뒤인 1966년 8월이었다. 기술력은 갖췄지만 당시 정부가 TV 사업 허가를 빨리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성사가 내놓은 19인치 흑백 TV 'VD-191'의 값은 6만3510원. 역시 대졸 신입 사원 넉 달 치 월급과 맞먹었다. 쌀 27가마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런데도 국민의 호기심과 첫 국산품이라는 자부심 덕에 주문이 몰렸다. 결국 공개 추첨으로 당첨된 사람에게만 팔았다.
한국 최초의 '컬러TV'는 1974년 3월 아남전자(당시 한국나쇼날전기)가 개발했다. 일본 마쓰시타전기와 합작해 만든 컬러TV 'CT-201'이었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과소비와 계층 간 위화감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컬러TV 방송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신군부가 들어선 1980년 8월에야 컬러TV 시판을 허용했고, 이듬해부터 컬러TV 방송이 시작됐다.
'비디오테이프'를 보는 재미를 알려준 것은 삼성전자공업(현 삼성전자)이었다. 삼성은 당시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던 일본 업체와 제휴를 추진했다. 하지만 일본은 "VCR 기술만큼은 절대 다른 나라에 전수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결국 1978년 자체 개발로 선회했다. 개발 요원 5명이 일본 빅터(JVC)사의 신제품을 분해해가며 기술을 익혔다. 삼성은 개발비 60억원을 들인 끝에 1979년 5월 국내 최초 VCR을 개발했다. 일본, 독일(당시 서독),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네 번째였다.
'주방의 혁명'이라고 한 전자레인지도 삼성전자가 국내에 처음 내놨다. 1970년대 중반 미국·일본에서 전자레인지가 선풍적 인기를 끌던 때였다. 삼성은 일본 파나소닉의 기계식 제품을 모델로 삼아 연구에 착수한 지 2년 만인 1978년 11월 전자레인지 개발에 성공했다.
세탁기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금성사는 1969년 5월 국내 최초 세탁기인 백조세탁기(WP-181)를 개발했다. 당시만 해도 주부들의 고된 가사 노동인 '빨래'를 기계가 대신해준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금성은 '빨래는 시간의 낭비입니다'라는 신문 광고를 냈다.
하지만 부품 대부분을 일본 히타치사(社)에서 수입하는 바람에 국산화율은 5%에 불과했다. 시장 반응도 미지근했다. 주부들 사이에선 '세탁기는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결국 금성사는 세탁기 생산을 일시 중단했고, 5년 뒤인 1974년이 돼서야 생산을 재개했다.

한국인의 삶을 바꿔놓은 제품으로는 스마트폰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 기업이다. 매출 점유율로도 삼성·LG는 '톱3'에 이름을 올린다. 한국에서 휴대전화 서비스가 시작된 1988년, 삼성전자는 독자 개발한 첫 휴대전화 'SH-100'을 선보였다.
'휴대전화=모토로라'라는 세간의 인식을 깬 일대 사건이었다. 삼성은 1996년 세계 최초 디지털 휴대전화(CDMA폰)를 선보인 데 이어 카메라 내장, 동영상 촬영, 안테나 내장, 화면 가로 회전 등 각종 혁신 제품으로 시장을 주도해왔다. 지난 1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선보인 스마트폰 '갤럭시S6'도 삼성의 혁신성과 디자인을 집약한 역작(力作)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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