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시봉' 조복래, 뭐지? 송창식인듯 송창식 아닌 녀석은 (인터뷰)

조지영 2015. 2. 1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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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심상치 않은 녀석이 충무로에 발을 들였다. 온 세상을 물컹하게 만들 정도로 해맑은 미소를 보이다가도 그 웃음기가 사라지면 일순간 섬뜩한 냉기가 돈다. 기분이 좋은 것인지 화가 난 것인지 알 수 없는 아리송한 표정. 진지할수록 웃기고, 웃길수록 진지해지는 녀석이다. 당최 속내를 알 수 없는 배우 조복래(29), 이상한 이 녀석이 무섭게 끌린다.

눈이 부실 정도로 쨍할 색깔과 진한 향기를 자랑하는 꽃들 사이에서 핀 야생화다. 예쁘지도 진한 향기도 없지만 보면 볼수록 눈이 가고 그 향도 지구 반바퀴 멀리 퍼지는 야생화 같은 배우다. 어느 꽃병에 꽂아도 어울리며 분위기를 내는 안성맞춤이다. 이러한 야생화를 충무로가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지난 2013년 '소원'(이준익 감독)으로 시작해 '몬스터'(14, 황인호 감독) '하이힐'(14, 장진 감독) '명량'(14, 김한민 감독) '우리는 형제입니다'(14, 장진 감독)까지 무섭게 존재감을 펼쳐 보였다. 그리고 충무로 입성 2년 만에 굵직한 작품의 주연을 꿰차며 '조복래 전성시대'를 열었다.

조복래는 찰나의 순간, 번개처럼 등장하는 단역임에도 관객의 눈도장을 찍는 '미친 존재감'이었다. '소원'에서는 코코몽 알바로, '몬스터'에서는 복순(김고은)을 시큰둥하게 여기는 시골경찰로, '하이힐'에서는 허곤(오정세)의 뒤를 잇는 2인자로, '명량'에서는 탈영을 계획하다 이순신(최민식) 장군에게 목이 베이는 오상구로, 그리고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부적을 두려워하는 소매치기 형으로 등장했다. 곱씹어 생각해보면 매 작품 속에서 장면을 송두리째 훔쳐간 '신 스틸러'다.

그는 자신을 '속빈 강정'이라 낮췄다. 충무로에서 꽤 주목을 받는 연기파 배우이지만 몸을 낮추고 얼굴을 붉혔다. "왠지 연기 정말 잘 할 것처럼 생긴 외모 때문에 환상, 기대가 증폭됐다"며 꽤 진지한 얼굴로 고백했다. 하지만 관객은 안다. 그가 '속이 꽉 찬 맛좋은 강정'이라는 걸.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한 조복래는 믿기 힘들지만 올해 만으로는 29세, 갓 서른이 된 '청춘 배우'다. 그의 시작은 2010년 연극 '내사랑DMZ'였고 이후 다양한 연극을 통해 실력을 키웠다. 지난해 '디셈버'를 통해 영역을 넓혔다. 특출난 조복래를 알아본 건 바로 장진 감독이다. 장진 감독은 그를 자신의 회사 필름있수다에 데려와 예쁘게 칠하고 반짝이게 광을 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이치가 그렇듯 쉬운 일은 없었다. 탄탄대로를 걸을 줄 알았던 그도 이래저래 고난과 역경은 많았다. 그럼에도 조복래는 행복했고 즐거웠다.

"학창시절 막연하게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여러 준비를 해왔죠. 제대로 된 배우의 길을 가고 싶었거든요. 2년 정도는 사람이 겨우 누울 정도로 좁은 고시원에서 살았고 이후에는 그것도 힘들어 연극 무대 지하 연습실 다락방에서 쪽잠을 잤어요. 그렇게 3년 정도 지냈는데 가난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불편한 것도 없었고요.(웃음) 이 길을 춥고 배고픈 길이라고 하는데 전 꽤 즐겼던 것 같아요. 그렇게 연기를 배우면서 장진 감독의 회사에 들어갔고 장진 감독이 영화 쪽을 제안했어요. 그 뒤로 여러 오디션을 보러 다녔는데 영화에 대한 지식도, 메뉴얼도 없으니까 줄줄이 떨어지는 거에요. 힘들었냐고요? 아니요. 흐흐. 오디션을 볼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 신이 났어요. 내 연기를 보일 곳이 없으면 근질근질하고 답답한데 오디션을 통해 보여줄 수 있었거든요. 그렇게 여기까지 왔네요."

연극, 뮤지컬에서는 늘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과시했다. 뮤지컬 '디셈버'를 출연할 당시 '복셈버'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였다. 그만큼 주연을 뛰어넘는 조연이었다. 그의 첫 주연작 '쎄시봉'(김현석 감독, 제이필름 제작)도 마찬가지다. 정우와 한효주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지만 조복래의 존재감도 이들 못지 않다. 우스갯소리로 '복시봉'이라는 소리도 간간이 들릴 정도다.

1970년대 젊음의 거리 무교동에서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던 쎄시봉. 그곳에서 포크 열풍을 일으킨 조영남,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의 이야기를 담은 멜로 '쎄시봉'. 극 중 음악천재 송창식을 연기한 조복래는 모든 출연진, 스태프가 입을 모아 자랑하는 신의 한 수다.

김현석 감독은 송창식 역을 오디션으로 뽑았다. 250대 1. 송창식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률이었고 조복래는 당당히 250명 중의1명의 위너가 됐다. 비주얼은 기본, 뛰어난 기타실력, 시원한 목청이 뒷받침한 그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이제 와서 말하지만 조복래 역시 자신이 있었다고. 스스로 "이만하면 송창식이지"라는 이름 모를 자신감으로 김현석 감독을 마주했다.

"하하. 밑천이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흉내 내기 좋아해 기타를 배웠고 성악도 관심을 뒀거든요. 학교에서는 밴드부 보컬을 맡기도 했으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오디션을 보러 갔죠. 뭐, 외모도 '이만하면 송창식'이었으니까요. 나쁘지 않았죠. 여기에 개량 한복과 가발을 쓰고 갔으니 완벽했죠. 크큭."

'쎄시봉'의 송창식은 그야말로 조복래를 위한 역할이었다. 그러나 실제 송창식은 조복래를 보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잘생긴 강하늘, 예쁜 한효주와 다른 미지근한 반응이 엿보였다는 것. 자신감 넘쳤던 그도 전설 송창식 앞에서는 작아질 수밖에 없었단다. 자신이 따라갈 수 없는 범위, 아우라였다.

"정말 아무렇게나 할 수 없었어요. 가볍게 생각하다가는 큰 실수를 범할 게 뻔했거든요. 송창식 선생님은 '너 따위가 날 따라올 수 없어'라고 하셨는데, 우와! 그 모습이 진짜 최고로 멋있었어요. 그분의 캐릭터가 명확하게 설명되는 순간이었죠. 진짜 천재이기에 가능했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포스였죠. '내가 아무리 해도 흉내 내는 것밖에 안 되는 구나' 싶어 일찌감치 포기한 것도 있어요. 흐흐. 그저 이러한 인연 자체에 감사하는 걸로 마음을 소소하게 먹었죠. 조복래의 '송창식개론'은 이런 마음으로 출발했어요. 하하."

넉살 좋은 웃음을 짓는 조복래지만 사실 부담이 컸던 역할이었다. 쎄시봉 멤버 중 가장 유명한, 대중에게 잘 알려진 가수였고 캐릭터가 확실했기에 자칫 잘못 표현했다가는 관객의 몰매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천재의 명성에 자신이 먹칠할 수 있다는 압박감이 상당했다. 어디 가도 빠지지 않던 노래 실력도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지금이야 이렇게 웃으면서 말하지만 촬영 전까지도 부담이 많이 됐죠. 송창식 선생님은 어린아이들도 알 정도로 유명하고 히트곡도 상당하잖아요. 제가 직접 쎄시봉 시절을 겪었던 것도 아닌 데다 혹여나 과하거나 부족하게 연기로 송창식 선생님을 실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죠. 물론 영화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지만 송창식 선생님은 또 그의 팬들은 저를 집중해서 보니까 누가 될까 조마조마했죠."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조복래는 한 번 보면 송창식, 두 번 봐도 송창식이었다. 마치 송창식의 아바타가 아닐까 싶을 정도의 싱크로율로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를 두고 '송창식봇(로봇의 준말)'이라 부르는데 누구 하나 부정하는 이가 없을 정도다.

특히 그는 송창식 특유의 웃는 얼굴, 군더더기 없고 시원시원한 창법 등을 완벽히 재현했다. 난다 긴다 하는 배우들이 혼신의 연기를 뽐내려 동공에 힘을 주는 마당에 조복래는 되려 두꺼운 눈꺼풀로 동공을 가리며 '동공 연기'가 아닌 '눈꺼풀 연기'의 시대를 연 것.

"송창식 선생님의 웃는 모습을 콕 집어 표현하려 했던 건 아니었어요. 선생님의 노래를 들으면 그 당시 감정과 마음이 느껴지니까 그 기분이 고스란히 표정으로 나타나더라고요. 가사가 매우 예쁘고 아름다워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거죠. 순수한 노래에 폭 빠지다 보니 저도 모르게 그런 얼굴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노래가 제일 좋은 선생님이었죠. 하하."

조복래는 혼신의 '눈꺼풀 연기' 외에도 고주망태 저리 가는 만취 연기 일품이었다. 술을 잔뜩 마신 송창식이 뮤즈 자영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 조복래 표 송창식의 매력 발산이 여성 관객의 배꼽을 잡게 한 것.

"'자영아 나랑 살자' 촬영을 찍을 때 굉장히 늦은 밤 주택가에서 찍었어요. 주민들이 다 자고 있을 시간이었는데 소리를 꽥 지를 수 없었어요. 고민했죠. 그러다 일단 해보자는 마음에 고함을 질렀죠. 크큭. 그 순간 바로 김현석 감독이 컷을 외쳤죠. NG였어요.(웃음) 스태프들 얼굴이 다들 하얗게 질려서 '조용히 해'라며 다그쳤죠. 하하. 그때부터는 눈치만 보다가 조용조용 읊조렸어요. 느끼할 정도로 굵은 음성으로 '자영아 나랑 살자'라고요. 그렇게 촬영이 끝났고 개봉이 다가오는데 갑자기 예고편에서 제가 고함을 지르는 장면이 나오는 거에요. NG 컷인 줄 알았는데 그 장면을 쓰셔서 놀랐어요. 김현석 감독이 나중에 '그런 송창식의 모습이 상황적으로 잘 맞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용기 내서 소리 지르길 잘했죠. 하하."

탄탄한 연기력에 남다른 감, 재치까지 갖춘 조복래. 그의 도약은 시작됐다. 이제 큰 날개를 열심히 펄럭이며 숨겨진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는 일만 남았다. 관객들은 이런 이상하지만 치명적인 조복래에게 오감을 내 던지기만 하면 된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약속보다는 그저 재미있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관객들이 부담 없이 봐줄 수 있는 편한 배우 말이에요. 아직은 스스로도 부대끼는 부분이 있어요. 그게 들킬까 조마조마한데 조금만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머지않아 괜찮은 배우가 되도록 열심히 할게요. 제가 다가갈 때까지 가시면 안 되요. 하하."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 사진=조성진 기자 jinphoto@tvreport.co.kr, 영화 '쎄시봉'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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