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세금은 링거주사 불과" vs 文 "부자증세 관철"..2년만에 또 격돌
◆ 朴-文, 증세·복지 2차전쟁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새 대표는 9일 취임 첫날부터 '박근혜정부의 폭주를 막겠다'며 현 정부와 전면전을 예고했다. 특히 첫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증세 없는 복지가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면서 "꼼수에 맞서 서민 지갑을 지키고 복지 줄이기를 반드시 막겠다"고 선언했다. 문 신임 대표가 박 대통령과의 전선을 '증세 없는 복지'의 허구성에 초점을 맞춘 것은 현재 증세·복지논쟁이 결국 4월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은 물론 다음 대선까지 승패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전략적인 판단 때문이다.
결국 전면전은 복지정책에서 벌어지게 될 것이란 뜻이다. 이에 따라 지난 대선 때 불붙었던 복지전쟁이 다시 벌어지게 됐다.
최근 정치권에 광풍처럼 몰아쳤던 연말정산과 건보료 논란에서 보듯이 국민은 이제 저성장사회의 초입에서 복지와 세금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 신임 대표로선 진보진영이 홈그라운드로 여기는 이 이슈를 지금부터 압도해 나가지 않고선 야당이 승기를 잡기 힘들다고 판단할 만하다. 2012년 대선 당시 보수당이었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공격적인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을 통해 대선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 논쟁의 연장전이 2년 만에 당시 야당 대선 후보였던 문 신임 대표와 벌어지는 것은 박 대통령에게 마치 '데자뷔' 같은 상황이다.
그러나 양측이 모두 '과잉 복지지출 단속'보다는 '증세 논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 논쟁이 자칫 '포퓰리즘 경쟁'으로 흐를 것이란 염려도 만만치 않다.
◆ 朴 "증세 없는 복지 양보 못해"

박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증세 없는 복지' 논란에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비선라인 문건' 파동 등으로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핵심 대선공약마저 파기한다면 국정운영에 치명타를 맞을 것이란 우려가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날 박 대통령은 '모래 위의 성' '링거 주사' '정치권에서 할 소리냐' '국민에 대한 배신' 등의 자극적인 단어를 동원해 가며 증세 논란을 비판하려 애썼다.
박 대통령은 우선 증세·복지 논쟁의 대원칙으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복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을 전제한 뒤 "경제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을 증세·복지 논쟁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는 지하경제 양성화, 지출 구조조정,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을 통해 복지재원을 최대한 확보하고, 경제활성화를 통해 세수를 늘려가는 '증세 없는 복지' 기조가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증세 논란이 결국 박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 때문에 유발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세입을 늘릴 복안도 없이 증세론을 비판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 文, 부자증세로 복지축소 막을 것 문 대표는 '저부담-저복지'는 후진국형 방안이며 증세와 함께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표는 "복지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수준까지 늘려 나가겠다"며 "법인세 정상화 등 부자감세 철회를 기필코 이뤄내겠다"고 주장했다.
취임 일성으로 복지 축소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 입장을, 증세를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서도 "하던 복지를 줄일 수는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지난 1월 '소득 주도 성장과 복지국가를 위하여'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게 해야 한다"며 "자본 도피나 투자 기피를 이유로 법인세를 깎아주는 것은 근거도 부족할 뿐 아니라 경제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부자감세 철회를 위해 이명박정부 당시 25%에서 22%로 내려간 최고 구간의 법인세율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 대선 공약이었던 소득세 최고 세율 구간 설정 인상, 주식양도차액 과세 확대 등 증세 방안 실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즉 고소득층에 더 과세하는 한편 이른바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근로소득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세체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 1차 전쟁선 과잉복지 논란 문 대표가 복지정책 선점에 나선 것은 2012년 대선 트라우마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 대표와 당시 민주통합당은 뒤늦게 '경제민주화'를 내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오히려 복지 이슈를 뺏기면서 선거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현 정부 들어 재원 부족 등을 이유로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은 대폭 축소됐고, 일부 문 대표가 제시했던 복지공약들도 반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은 아이러니다.
대표적으로 60대 이상에서 박 대표에게 몰표를 안겨준 기초연금이 있다. 문 대표의 공약은 당시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 매월 9만원 지급되던 기초노령연금을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80%를 대상으로 매월 18만원까지 지급하며 향후 기초연금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었다. 반면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 도입 즉시 만 65세 이상 모두에게 매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기초연금은 논란 끝에 지급 대상은 종전대로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를 유지했고, 대신 금액만 20만원으로 인상됐다. 오히려 문 대표쪽 공약이 현실과 비슷하다.
박 대통령의 대표적 의료비 절감 공약인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100% 보장'도 공약 후퇴 논란을 겪었다. 정부는 4대 중증질환에 대해 2016년까지 100%는 아니지만 단계적으로 보장성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동시에 문 대표가 공약한 MRI 보험료 적용 등이 시행되고 있다.
[김선걸 기자 / 우제윤 기자 / 채종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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