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맘 리얼 쇼핑 리스트

2015. 1. 1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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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 코트에 번쩍이는 금붙이를 자랑하던 강남 아줌마의 시대는 지났다. 무심히 눌러쓴 루피망고에 파라점퍼스 패딩을 입고 파스콸레 운동화를 신은 그녀들. 돈 되고 감각 되는 강남 아줌마들의 진짜 쇼핑 바구니는 이렇다.

강남 패딩 '몽클레어'가 지나간 자리…

대한민국 쇼핑 트렌드의 중심은 어딜까? 압구정동, 청담동, 삼성동이 있는 강남이다. 그렇다면 강남 백화점 매출의 핵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누굴까? 아줌마다. 강남 아줌마. 남편이 '쎄 빠지게' 벌어온 돈으로 팔자 좋다고 혀를 칠지 몰라도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그녀들은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쇼핑으로 행복감을 느낀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VIP 라운지에는 한 달 평균 몇백, 몇천만원을 카드로 긁어주는 '사모님'들로 그득하다. 한 번에 큰돈이 오고가는 그녀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유통업체는 서둘러 신상품 입고에 열을 올리고 눈치 경쟁에 들어간다. 즉 강남 아줌마들의 머스트 해브 쇼핑 아이템을 보면 대한민국 트렌드가 읽힌다.

요즘 그녀들이 열광하는 가장 핫한 품목은 역시 패션이다. 불경기다 뭐다 해도 자신을 치장하는 데만큼은 돈을 안 아낀다.

두 딸을 모두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반포동에 사는 A씨는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지우가 입은 패딩을 사고 싶어 백화점에 물어보니 이미 인기 컬러는 다 빠졌다고 하더라. 며칠을 수소문해서 어제 드디어 손에 쥐었다"며 "우리 아파트에만 이 옷을 입은 아줌마들이 여럿 된다"고 말한다.

한때 강남 패딩이라 불리던 '몽클레어'의 인기가 주춤하면서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해외 브랜드의 아웃도어가 아줌마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가격이 싼 것도 아니다. 1백50에서 2백만원 이상 하는 옷이지만 아이들 등·하교시킬 때 필요한 '라이드용 옷'으로 인기를 끌면서 없어서 못 사는 패딩이 됐다.

모피 코트의 인기가 시들해진 건 아니다. 모피는 모피대로 디자인별로 서너 벌씩 보유한 그녀들은 최근 들어 격식보다는 실용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쇼핑한다. 3백만원짜리 프라다 원피스를 입어도 3만원짜리 강소라 원피스를 못 따라간다는 걸 안다. 무턱대고 비싼 것만 찾아 질러대던 아줌마들이 아니다.

가방도 마찬가지다. "5백만원짜리 샤넬 백은 맘대로 못 질러도 3백만원 하는 지방시 백은 살 수 있는 게 강남맘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삼성동에 사는 B씨는 "샤넬 백이 갖고 싶지만 비싼 건 사실이다. 무리를 하면 사겠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고 버버리나 발렌시아가 가방 정도면 된다. 물론 아이들 입학식이나 학교 행사에 가면 아직도 가방을 제일 먼저 스캔해서 보는 엄마들이 있긴 하다. 그래도 이젠 무슨 백을 들었는지 보고 경제력을 점치는 시대는 지났다. 오히려 샤넬 백은 대학생들, 유흥주점 언니들이 더 많이 든다. 그래서인지 백화점 팝업 스토어에서 고른 디자이너의 가방을 든 엄마들이 센스 있어 보인다"고 말한다.

리뉴얼한 코엑스의 파르나스몰,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 인근의 스트리트 편집숍은 감각 있는 강남맘들이 자주 찾는 떠오르는 패션 명소다.

파리에서 왔다고? 마법의 초코 크루아상

새 단장한 센트럴시티 파미에 스테이션에 가봤는가? 유럽의 레스토랑 거리를 연상시키는 이곳은 오전 10시쯤 가도 앉을 자리가 없다. 신사동에서 유명해진 핫스파이시 떡볶이집, 한식 뷔페 '올반'과 '구슬함박스테이크'는 브런치를 즐기러 온 엄마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서래마을이나 강남역은 말할 것도 없고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의 지하 '고메 494'를 먹여 살리는 건 강남 아줌마들이다.

'곤트란쉐리에' 뺑오쇼콜라(초코 크루아상)에 '딘엔델루카' 리코타 치즈 샐러드, '베키아에누보' 아이스 모카 한 잔을 모두 맛보았다면 제대로 브런치를 즐긴 셈. 강남 붕어빵으로 불리는 '크로와상 타이야끼'를 줄 서지 않고 맛보았다면 그것도 행운.

어디 그뿐인가? 라뒤레 '마카롱', 폴바셋 '라떼', 콩부인 '패스츄리 피자' 등등은 엄청난 하루 매출을 자랑하며 강남맘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적당히 우아함을 부리며 식사를 마쳤다면 다음은 장을 보러 푸드 쇼핑에 나선다. 강남맘들이 보편적·대중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곳은 코스트코다. 그중에서 양재 코스트코는 대한민국에 입점한 코스트코 중 가장 장사가 잘되는 곳으로 한 번 장을 볼 때마다 30만원은 기본으로 쓰게 된다. 대용량이긴 하나 강남에서 이만큼 싼 가격에 장을 볼 수 있는 곳이 드물다 보니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늘 사람들로 바글댄다.

쇠고기를 비롯한 육류의 인기는 예전보다 덜하지만 냉동식품, 커피, 주방 세제, 장난감 등은 꾸준한 스테디셀러다. CJ에서 나온 냉동 김말이가 입소문이 나면서 너도나도 카트에 쓸어 담더니 얼마 전엔 스타벅스 커피와 머그 세트가 좋은 가격에 나와 불티나게 팔렸다. 필자는 주로 일본 간장인 '츠유'와 달걀, 우유, 바나나, 딸기, 김, 현미, 빵, 생선, 아이 옷 등을 사는데 가격 대비 품질이 훌륭해 다른 마트에서는 이 정도의 만족감을 얻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불편한 주차와 번잡함이 싫다면 발레파킹까지 알아서 해주는 청담동 SSG로 간다. 근방에 사는 유명 연예인들이 심심찮게 출몰하는 곳인데 코스트코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각 분야 최고급 품질을 자랑한다. 고기, 과일, 야채 등 유기농 제품의 인기는 꾸준히 높으며 즉석 코너가 다양해 남녀노소에게 고른 사랑을 받고 있다. 광장시장 순희네 빈대떡 팀이 재료를 모두 가져와 눈앞에서 따뜻하게 구워주는가 하면, 남대문의 유명 만두집 사장님이 현란한 손기술로 만두를 빚는 풍경을 목격할 수도 있다.

한 봉지에 9천원이 조금 넘는 고구마 말랭이는 품질과 맛이 우수해 이것 때문에 멀리서 찾아오는 엄마들이 있고, 깔끔한 반찬 코너에는 다양한 종류의 반찬이 가득하다. 고소영이 이곳의 단골로 유명하다. SSG 마크가 새겨진 예쁜 병에 담아 파는 유기농 식혜는 수정과와 더불어 베스트셀러다.

그뿐만 아니다. 여자 연예인들이 애용한다는 무화학 성분의 외국 화장품 브랜드 '허벌페이스푸드'가 입점돼 있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심지어 모델 같은 남자가 판매하고 있으니 강남맘의 눈은 언제나 즐겁다.

아직도 몽클레어 키즈 입히니?

'해외 직접 구매', '직구'의 인기는 강남에서도 뜨겁다. 아이들 옷, 교구, 책 등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직접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엄마가 많다. 강남 지역 엄마들의 모임인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보면 직구 구매 팁이 친절히 안내되어 있는가 하면 사이즈 실패로 물건을 내놓는다는 글이 빼곡하다. 백화점도 사랑하지만 중고 물건도 '애정한다'. 강남맘들의 또 다른 얼굴이다.

'등골 브레이커'라 불리던 '노스페이스' 패딩은 실제 강남 엄마들이 그리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2013년만 해도 '몽클레어 키즈'나 '캐나다 구스' 등이 유행이었다면 2014년엔 '디스커버리 키즈'나 '뉴발란스 키즈' 등의 인기가 수직 상승 중이다. 실제 뉴발란스 키즈는 업체 측도 놀랄 만큼 의류, 가방이 완판 행진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자녀를 둔 엄마라면 아이 가방과 실내화 주머니에 많은 신경을 쓰는데 휠라, 포터리반을 선호하는 엄마들이 있는가 하면 각이 잡힌 닥스 키즈 등을 사주기도 한다. 2013년엔 토끼 캐릭터가 그려진 빈폴 책가방이 품귀 현상을 빚더니, 2014년엔 비슷한 그림이 그려진 신제품이 나왔다. 그러다 결국 고학년이 되면 가볍고 편한 '키플링' 가방 세트로 갈아타는 게 보편적인 추세다.

아이 옷을 잘 입히는 엄마들은 백화점보다 보세 전문 숍을 이용하기도 한다. 특히 여아들 옷은 브랜드에서 흉내내지 못하는 유니크한 디자인이 많아 딸이 있는 엄마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액세서라이즈 키즈나 몬순 칠드런이 세일할 때는 강남의 '딸 엄마'들이 총출동한다.

이케아가 오픈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아이들 방을 직접 꾸며주려는 부지런한 엄마들도 많이 보인다. 아이들 침대부터 책상, 의자, 캐노피 하나하나까지 감각 있는 맘들의 센스가 돋보이는 집이 많다.

모던하우스 제품부터 까사미아, 콜롬비니, 벤키즈 등 '가구홀릭' 엄마들은 꽤 많은 양의 가계 지출을 아이 방 꾸미는 데 쓴다. 연말연시가 되면 키친웨어에도 많은 관심을 갖는데 한남동과 이태원 가구 거리를 오가며 주방 꾸미기에 빠진 강남맘들도 많다. 돈이 들어간 만큼 집 안 분위기가 확 달라지긴 한다.

강남맘들의 쇼핑 루트는 다양하다. 홈쇼핑, 유아 교육 관련 박람회, 플리마켓을 이용하는가 하면 백화점 한정판, 프리미엄 제품에 열광하기도 한다. 여유로운 자금력에 깐깐한 제품 분석력이 더해져 방대하지만 원칙 있는 '강남 스타일' 쇼핑이 이뤄진다.

물론 강남 아줌마들이 모두 쇼핑 중독자는 아니다. 필자처럼 3백짜리 지방시도 벌벌 떠는 '무늬만 강남' 아줌마들도 태반이다. 소비의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지, 삶의 행복을 어디에서 얻을 것인지 판단하는 건 각자의 몫. 참고로 필자는 '아이 교육'이다.

기획_하은정 기자 | 취재_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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