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변요한 "한석율, 오지라퍼 아니라 관심과 사랑이 넘치는 사람"

박효재 기자 2015. 1. 8. 16: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꼭 종합무역상사가 아니더라도 어느 회사를 가나 드라마 <미생>의 한석율(변요한) 같은 사람은 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김 대리(김대명)와 달리 자기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혼자 일 다하는 양 떠벌리고 다니는가 하면, 회사 돌아가는 모든 사정을 알아야만 직성이 풀린다. 대표 감투를 준 것도 아니건만 동기들 사이에서 늘 대장 노릇을 한다.

8일 인터뷰를 위해 직접 만난 배우 변요한은 속된말로 '오지라퍼'로 불리는 한석율 캐릭터를 변호했다. "한석율을 잘 보면 오지라퍼가 아닌 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닥 많이 듣지 않아요. 자기 할 말만 하고 가요. 참견하고 끼어들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툭 던지고 가는 말인데 그것도 신입 3인방한테만 던져요. 오지랖이라기 보다는 관심과 사랑인 것 같아요."

오지랖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졌던 관심과 사랑에 반응한 것일까. 변요한은 극중 한석율이 특유의 5대 5 가르마 단발머리를 깔끔한 숏컷으로 정리하고 나왔을 때 시청자들이 많이 아쉬워한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한석율은 얄미운 선배의 구린 구석을 까발리는 글을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렸지만, 그 글은 부메랑이 되어 한석율에게 버릇없는 후배라는 낙인을 찍었다. 이후 한석율은 트레이드마크 같았던 머리를 자르고, 있는 듯 없는 듯 회사에서 입과 귀를 닫고 지냈다. 변요한은 "한석율은 희망이었고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였다"면서 "사람들은 그 단비마저 안 올까봐 걱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변요한은 극중 캐릭터와 달리 진중했다. 단어 선택에 신중했고 뜸을 들이는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한석율의 매력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다시 한석율로 돌아간 듯 했다. "프로페셔널하고 동료애가 있고 자기보다 남을 더 위할 줄 알고. 사람이 잘못했을 때 눈을 감아줄 줄 알고. 그러면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을려고 하고 자기만의 멋도 있고. 저는 많이 멋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가끔씩 우스워 보이기도 하지만 잘 보면 절대 그게 우스운 게 아니예요. 오히려 웃었던 사람을 우습게 만들 수 있는 힘도 갖고 있죠."

프로페셔널한 매력을 잘 전달하기 위해 가장 공을 들였던 장면으로 변요한은 4화 인턴들의 프레젠테이션신을 꼽았다. 벽에 달라붙어 여자 몸매나 감상하는 관음증 캐릭터인 줄로만 알았던 한석율의 행동이 일에 대한 열정으로 바뀌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노동과 땀의 가치를 안다며 공장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것에 자부심을 드러내는 대목도, 치열한 경쟁 뒤 장그래를 동료로 받아들이는 모습도 한석율을 멋진 캐릭터로 탈바꿈시켰다.

그래도 한석율을 가장 한석율답게 하는 건 상대를 보듬어줄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다. 연기인 줄 알면서도 변요한의 마음이 흔들렸던 순간은 한석율이 성 대리(태인호)가 거래처 직원과 부적절한 관계임을 목격하고 난 뒤 회사로 돌아와 엘리베이터에 앞에서 장그래를 마주했을 때이다. 변요한은 "그 와중에도 '잘될거야'라면서 장그래를 안아주던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미생>은 수많은 명대사를 남겼다. 변요한은 한석율 캐릭터를 가장 잘 드러내는 명대사로 "역시 현장이지 말입니다"를 꼽으면서도 자연인 변요한으로서의 명대사는 따로 있다고 한다. "인생의 순간 순간을 모아놓으면 그게 삶이고,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짓는 것 아니겠냐고 말해요. 그 대사가 연기하는 저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것 같아요."

연기자의 길을 택한 것에 행여나 후회는 없을까. 변요한은 이렇다 할 끼도, 특별히 남들보다 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던 자신에게 연기에 대한 열망과 의지를 일깨워준 것은 아버지라고 했다. 연기자로서의 인생을 뜯어말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지도 않았던 아버지. 변요한은 그저 묵묵히 기다려준 아버지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버지가 간절하게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아버지는 그걸 보고 싶어하셨던 것 같아요. 제가 언제까지 진심일까. 쉬운 게 아니니까. 아시니까. 아버지는 말없이 응원하고 계셨던 거예요."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