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컴퓨터 화면,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천선휴 기자 2014. 12. 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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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요? 제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카운터에서 볼 수 있다고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마니아인 전모(32)씨는 기자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10년 넘게 PC방에 드나들며 친구들이나 여자친구와 게임을 즐기고 있다. 그는 자신을 "학교 수업도 빠지고 PC방에서 쪽잠을 자며 게임할 정도로 PC방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게임 오타쿠"라고 소개했다.

그런 전씨도 기자가 "PC방 카운터에서 당신의 모니터를 보고 있다"고 말하자 적잖게 충격을 받은 눈치였다. 놀란 사람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기자가 한 PC방의 계단에서 만난 20, 30대 중 PC방 카운터에서 손님이 뭘 하는지 감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기자는 PC방에서 아르바이트ㆍ매니저로 일한 적이 있거나 현재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이들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PC방들이 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해 컴퓨터 화면을 실시간으로 보는 건 물론 로그파일(컴퓨터 사용 내역을 기록하는 파일)까지 수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1년 전부터 서울시 구로구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박모(25)씨는 "몇 번 자리 손님이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어떤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어떤 검색어를 입력했는지까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관리자 프로그램을 켜면 PC방 내 모든 컴퓨터의 상태를 바둑판식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창이 떠요. 각 컴퓨터의 자리 번호 아래를 보면 이용 상황을 알 수 있어요. 예컨대 4번 컴퓨터 손님이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연예인 화보집'을 입력하면 '연예인 화보집'이라는 글자가 뜨는 식이에요. 전국에 있는 모든 PC방이 다 그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박씨는 "심심하면 카운터에 앉아 손님이 뭘 검색하는지 보다가 계산할 때 손님 얼굴을 보고 피식 웃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렇게 취재를 당하고 보니 손님 입장에선 상당히 불쾌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자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관리 프로그램에 실시간으로 화면을 볼 수 있는 기능이 있어요. 사장님 이름으로 로그인하면 손님 컴퓨터 화면이 그대로 뜨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PC방 아르바이트와 매니저로 근무한 적이 있는 장모(27ㆍ프로그램 개발자)씨는 기자에게 보다 자세한 얘기를 털어놓았다. 그는 관리자 프로그램에서 손님의 로그파일 기록까지 모은다고 말했다.

"PC방 관리 프로그램이 따로 있어요. PC방 프로그램 개발업체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손님이 컴퓨터를 얼마동안 이용했는지) 시간 체크도 하고 그 프로그램으로 PC방에 있는 어떤 컴퓨터든 원격조종할 수 있도록 만들어요."

그는 "손님이 포털사이트에 로그인해 메일을 확인하는 것까지 지켜본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매니저로 일할 때 예쁜 여성이 손님으로 왔는데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원격 프로그램을 이용해 그 여성분이 뭘 하는지 계속 지켜본 적이 있어요. 그 손님이 나가고 나서 로그파일을 복원해 아이디랑 비밀번호를 알아낸 다음 페이스북과 네이트온을 훔쳐봤습니다. PC방에선 그런 일이 흔해요. 저야 장난이었지만 게임 아이템을 빼돌리거나 개인정보를 알아내는 경우도 허다해요. 물론 지금은 저도 잘못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PC방에서 사생활 침해 소지가 다분한 관리 프로그램을 왜 이용하는 걸까. 장씨는 청소년들이 음란물을 보지는 않는지, 불법 프로그램을 깔지는 않는지,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하지는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수상한 낌새가 있으면 손님이 뭘 하는지 화면을 띄워 자세히 지켜본다"면서 "불법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게임 시리얼을 훔쳐 가는 걸 막을 때 아주 유용하다"고 했다. 그는 관리 프로그램을 깔면 카운터 컴퓨터로 한 번에 게임 업데이트도 할 수 있기에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더라도 손님의 로그파일까지 수집하는 건 문제이지 않을까? 장씨는 "PC방 사장들은 로그기록을 남기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로그파일을 지우면 해킹 프로그램을 깔거나 게임 시디 키(CD-Key)를 훔쳐간 범인을 못 찾는다. 로그파일은 웬만하면 안 지운다"고 했다. "개인정보를 훔치기 위해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깔아 놓는 사람이 많아요. 해킹 프로그램으로 시디 키를 훔쳐 집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면 PC방에선 그 게임을 이용하지 못하니 손해를 입는 셈이죠. 그러니 손님의 로그파일을 남겨둘 수밖에 없습니다."

PC보안업체에서 일하는 이모(32)씨는 PC방 사장들로선 그런 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손님들이야 '왜 내 정보를 함부로 봐?'라고 항의할 수 있지만 관리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했다. "PC방에 컴퓨터가 100대 정도 있다고 해봐요. 그걸 일일이 관리할 수 없잖아요. 모니터링 기능이 있으면 가만 앉아서 각 컴퓨터를 점검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죠. 좋은 목적으로 만든 건 분명하지만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PC방에서 최대한 자기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장씨는 "PC방에선 가급적 은행 업무를 보거나 메일 등 개인정보 누출이 염려되는 사이트엔 로그인하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백신프로그램의 쿠키ㆍ로그파일 삭제 기능을 이용해 컴퓨터 이용 기록을 지우고 ▲고클린(GoClean) 등 PC클린 프로그램으로 로그파일이나 레지스트리를 삭제하라고 했다. "저도 PC방에 가면 웬만한 흔적은 다 지워요. 그래도 PC방에서 해킹을 당한 적이 있어요. 흔적을 지우는 게 100% 효과가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맘은 좀 편하지 않겠어요?"

PC방 운영자들의 단체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이 사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 협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PC방 관리 프로그램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손님이 어떤 게임을 하는지, 뭘 검색하는지 정도만 알 수 있다"면서 "청소년들이 성인게임을 하지는 않는지 그런 걸 보는 거다. (게임이나 사용 프로그램의) 타이틀만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알기론 (손님이 뭘 하고 있는지) 다 보는 건 (PC방 관리자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손님 로그파일을 수집한다는 아르바이트들의 증언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기자가 '컴퓨터를 꺼도 로그파일이 남는다는 게 사실인가'라고 묻자 그는 "PC방 컴퓨터는 손님이 나가며 컴퓨터를 끄면 처음 상태로 복귀하도록 설정돼 있다. 그러면 손님이 깔아놓은 프로그램이 다 지워진다"면서 "새 손님이 그 자리에 앉더라도 절대 전 손님의 기록을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천선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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