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몰라 개복치가 돌연사한 이유를

이종대 2014. 11. 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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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5일께, 트위터 트렌드에 '개복치'라는 단어가 갑자기 등장했다. 복어목 개복치과의 물고기. 학명은 몰라몰라(Mola Mola). 하루에 고작 20건 정도 소소하게 언급되던 단어다. 함께 포스팅되는 이미지들은 386 컴퓨터 시절 느낌의, 도트가 하나하나 보이는 게임 갈무리 화면이었고, '돌연사' 혹은 '착수 시의 충격' 따위 뜬금없는 코멘트가 같이 붙어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다음 날 버즈양을 체크해보니 하루 4만 건. 대통령 선거나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이슈가 터졌을 때나 볼 수 있는 버즈양이었다. 곧바로 스마트폰을 켜고 게임을 내려받았다.

<살아남아라! 개복치!(Survive! Mola Mola!)>(<개복치>)라는 이 스마트폰 게임은 이름 있는 개발사나 퍼블리셔 없이도 11월9일 국내 애플 앱스토어 8위, 게임 분야 1위를 기록했다. 쟁쟁한 게임들이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는 구글플레이 마켓에서도 11월11일 기준으로 게임 분야 2위를 달성했다. 요새 웬만한 게임들은 다 쓴다는 화려한 언리얼 엔진이나 유니티 엔진을 쓰지도 않았고, 20년 전 PC나 10년 전 피처폰에서 돌아갈 것 같은 복고풍의 그래픽과 배경음악이 전부다. 조작법도 간단해서, 무작위로 출현하는 먹이들을 계속 터치해서 먹기만 하면 된다.

흥행 비결은 소셜 네트워크에 있었다. '착수 시의 충격'은 개복치가 돌연사하는 첫 번째 이유다. 돌연사 이유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공유하면, 피버 모드(일정 시간 아이템이나 점수의 획득량이 쑥쑥 늘어나는 것)로 게임을 새로 시작해 개복치를 좀 더 빨리 키울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게임이나 앱이 자동으로 발행하는 메시지가 소셜 네트워크상에서 달갑지 않은 스팸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개복치> 게임이 발행하는 자동 멘션은 소셜 네트워크상에서 사용자들이 웃고 떠들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했다. 물 밖으로 점프했다가 물에 닿는 충격으로 죽거나, 해파리를 비닐봉지로 착각해서 죽거나, 오징어를 너무 많이 먹어서 죽는 등 기발하고 웃기는 이유가 많다.

<살아남아라! 개복치!> 게임은 복고풍의 그래픽과 배경음악이 전부다. 조작법도 간단하다.

'눈떠보니 스타'가 된 16세 남학생

이 덕분에 <개복치> 관련 소셜 네트워크 언급량은 11월5일 이후 꾸준히 증가해 일일 버즈양 6만~7만 건을 꾸준히 유지하며, 트위터 트렌드 상위 자리도 1주 이상 수성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AlexFromTarget'이라는 태그를 단 흥미로운 사례가 등장했다. 대형 할인점 타깃(Target)에서 일하는 16세 남학생의 사진이 뜬금없이 10대 여학생 팬덤을 통해 폭발적으로 공유되었다. 사진의 주인공인 앨릭스는 '각도가 기가 막히게 좋을 때 저스틴 비버를 닮았다'는 정도 말고는 특별할 게 없다. 그의 사진이 다양한 '짤방(짤림 방지)'으로 확대 재생산되는가 하면, 앨릭스는 가수 싸이가 출연했던 세계적인 토크쇼 <엘런쇼>에 출연하는 등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앨릭스의 트위터 팔로어 수는 100명에서 73만명까지 늘었다.

20%의 머리가 전체 80%의 혜택이나 이익을 차지한다는 파레토의 법칙은 여전히 유효하고 또 강력하지만, 여기에 소셜 네트워크는 넓고 얇은 80%의 롱테일을 만들었고, 그중에서 20%의 머리로 진입할 수 있는 다이내믹스를 제공했다.

여전히 승자가 독식하는 세상이지만, 누구나 <개복치>의 제작자나 #AlexFromTarget이 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종대 (트리움 이사) /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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