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야기>사계절 돌아 계속되는 日 '겨울왕국' 붐.. 일본인 정서 담은 '노래 재창조'가 비결

지난겨울 전 세계를 강타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일본에서 유별나게 큰 사랑을 받았다. '안나와 눈의 여왕(アナと雪の女王)'이라는 제목으로 9월 말까지 상영돼 관람객 2000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관객 동원수 2위에 올랐다. 블루레이 디스크 패키지는 18일 현재 디즈니 작품 가운데 최다인 300만 장이 팔려 나가며 또 다른 기록을 썼다. 주인공 엘사와 안나 캐릭터를 활용한 빵, 문구류, 여성용 속옷까지 등장해 '아나유키(アナ雪) 현상'을 일으키더니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계열 잡지 '닛케이(日經)트렌디'가 선정한 2014년 히트상품 1위로도 꼽혔다.
희한한 것은 미국에서 만든 이 영화의 흥행으로 일본인 스타들이 다수 배출됐다는 점이다. 주인공 엘사가 극 중에서 부르는 노래는 원제 '렛 잇 고(Let It Go)'가 아니라 일본어 더빙 버전 제목 '아리노마마데(ありのままで·있는 그대로)'로 더 큰 인기를 누렸다.
일본어 더빙 버전에서 엘사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겸 가수 마쓰 다카코(松たか子·사진)는 '아리노마마데'의 히트로 연말 최대 가요 행사라고 할 수 있는 NHK 프로그램 '홍백가합전'에 출연할 것으로 알려졌다. 엔딩 곡으로 쓰인 편곡 버전 '아리노마마데'를 부른 가수 메이제이(May J)는 20∼30대 대상 설문조사에서 '홍백가합전에 출연했으면 하는 가수' 1위를 차지했다.
'렛 잇 고'를 누른 '아리노마마데'의 인기 비결은 탁월한 번역이었다. 일본어 발음을 살리면서도 영어 가사의 의미를 그대로 담아내 마치 일본 노래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잊어버리라, 내버려두라'는 뜻의 후렴구 '렛 잇 고'는 '있는 그대로'로, 마지막 소절 '추위는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못해'라는 영어 가사는 '조금도 춥지 않은걸'로 매끄럽게 바뀌었다.
일약 화제의 인물로 부상한 번역가 다카하시 지카에(高橋知伽江)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애니메이션 속의 특별한 공주님뿐 아니라 지금을 사는 보통 여성들의 마음을 담은 듯한 영어 가사를 듣고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고민하다 '아리노마마데'라는 가사가 나왔다"고 했다. 다카하시의 번역은 영어를 단순히 일본어로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 영어 가사의 느낌을 다시 표현하는 창작이었던 셈이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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