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T톱텐] "번호가 왜 저래?"..이상한 등번호 톱10
[포포투] 등번호 10번. 펠레, 디에고 마라도나가 떠오른다. 등번호 7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하지만 세상에 멋진 등번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보기만 해도 "어? 저 선수는 등번호가 왜 저래?"라는 생각 절로 드는 '삐딱이'들이 있다.
월드 No.1 풋볼매거진 <포포투>가 팬들 기억의 한자리를 차지한 이상한 번호 취향 10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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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0 - 히참 제루알리 (애버딘)
1999년 모로코 국가대표인 히참 제루알리는 애버딘에 입단했다. 2002년 팀을 떠날 때까지 그는 리그 37경기 11골로 그다지 기억에 남을 만한 족적을 남기진 못했다. 해트트릭을 달성했던 던디 경기가 하이라이트였다.
그러나 애버딘 팬들 모두가 그를 기억하고 있다. 왜냐면 그의 등번호가 '0번'이었기 때문이다. 제루알리는 스코틀랜드 프로축구 역사상 최초로 0번을 단 선수가 되었다. 팬들은 '모로코 매직'이라는 원래 별명보다 그를 '제로'라고 불렀다. 아쉽게도 다음 시즌 스코티치 프리미어리그 측은 0번 등번호를 금지시켰다.
No.1 - 에드가 다비즈 (바넷)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에서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었던 에드가 다비즈는 2012년 잉글랜드 프로축구 4부에 있던 바넷(런던 연고지)과 감독 겸 선수로 계약했다. 선수로 뛴 첫 5경기에서 다비즈는 모두 경고 또는 퇴장을 받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더 진귀한 것은 다비즈가 선택한 등번호였다. 그는 당시 골키퍼였던 그래엄 스택이 달고 있던 1번을 선택했다. 스택이 자신에게 양보했다고 설명하며 다비즈는 "올 시즌 나는 1번을 달기로 결정했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다비즈가 최초의 '1번 필드플레이어'는 아니다. 스튜어트 발머(찰턴), 뤼트 헬스(네덜란드, 1974), 오지 아르디예스(아르헨티나, 1978)가 그보다 앞서 등번호 1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빈 적이 있다.
No.2 - 오지 아르디예스 (아르헨티나)
오지 아르디예스는 잉글랜드 프로축구에서 최초로 성공을 구가했던 외국인 선수로 유명하다. 1978년 자국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FIFA월드컵에서 우승을 경험하기도 했는데, 당시 대회에서 아르디예스가 달았던 등번호가 바로 2번이었다.
아르디예스 본인의 설명을 들어보자. "등번호를 둘러싸고 대표팀 내에서 서로 의견이 엇갈렸다. 서로 양보를 하지 않자 세자르 메노티 감독이 이름 알파벳 순서대로 정해버렸다. 1번은 노베르토 알론소(Alonso)였고, 내가 아르디예스(Ardiles)라서 2번을 달게 되었다."
그러나 특별한 선수는 예외였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디에고 마라도나는 13번을 달아야 했지만 최종적으로 10번이 주어졌다. 아르디예스는 "메노티 감독이 정해야 했다. 1978년에는 마리오 켐페스가 10번을 달았으니 1982년 대회에서도 마라도나에게 10번을 주기로 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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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0 - 윌리암 갈라스 (아스널)
10번을 단 센터백이라고? 2006년 첼시에서 아스널로 이적한 센터백 갈라스가 이 멋진 등번호를 차지했다. 그 전 주인은 데니스 베르캄프였다. 아르센 벵거 감독의 설명을 듣자.
"갈라스가 3번이 싫다고 해서 다른 번호를 찾아야 했다. 고민한 끝에 중앙수비수에게 10번을 줘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새로 10번을 다는 공격수가 베르캄프와 비교되면서 괴로워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베르캄프의 등번호를 수비수에게 주기가 어색했지만 나중에 보니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No.16 - 파울로 푸트레 (웨스트햄)
포르투갈 스타플레이어 푸트레는 1996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하지만 10번이 아니라 16번을 달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푸트레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개인 법무팀을 동원했다. 당시 웨스트햄을 이끌었던 레드냅 감독은 자서전에서 이렇게 적었다.
"아스널과의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당시 트레이너였던 에디 길리엄이 16번이 찍힌 유니폼을 푸트레에게 줬다. 하지만 그는 그 유니폼을 길리엄 얼굴에 다시 던져버리곤 곧바로 내게 왔다. 그는 '에우제비오 10번, 마라도나 10번, 펠레 10번. 그러니까 푸트레도 망할 놈의 16번이 아니라 10번!'이라며 으르렁거렸다."
"나는 침착해지려고 애쓰면서 그에게 '파울로, 그냥 입어. 우린 정말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어. 16번 유니폼이 싫다면 우린 너를 뺄 수밖에 없어'라고 말했고 그는 일단 수긍했다. 다음주 월요일, 파울로는 10번 유니폼을 차지하기 위해 법무팀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푸트레는 10만 파운드를 지불하고 결국 10번을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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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52 - 니클라스 벤트너 (아스널)
아스널에서 뛰는 내내 니클라스 벤트너는 정말 이상한 짓만 해댔다. 유로2012 본선에서 덴마크 국가대표로 나선 그는 경기 중 개인 스폰서의 로고가 새겨진 팬티를 선보여 징계를 받기도 했다. 2009-10시즌 막판에는 원래 등번호 26번을 갑자기 52번으로 바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개인적으로 52번은 매우 의미 있는 숫자라서 바꿨다. 새 시즌에 행운을 바라는 마음이었다. 올 시즌 26번 등번호를 구입한 팬들이 꽤 되는 걸로 안다. 그분들을 위해 등번호 교체 비용을 사비로 지불하겠다."
당시 팀 공격진에는 세스크 파브레가스, 로빈 판 페르시, 시오 월콧이 있었다. 거창한 공약에도 불구하고 벤트너가 지불해야 했던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No.69 - 비센테 리자라주 (바이에른뮌헨)
마르세유로 이적한 지 6개월만에 다시 바이에른뮌헨으로 돌아온 비센테 리자라주는 등번호 69번을 선택했다. 자신을 반기는 팬들을 향해 손을 들어준 리자라주는 자신이 선택한 등번호에 특별한 의미가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일단 몸무게가 69킬로그램이다. 출생년도가 1969년이고 키도 169센티미터다. 그러니 성인용 유머라고 오해 없길 바란다. 정말이다.
No.80 - 호나우지뉴 (AC밀란)
2008년 AC밀란으로 이적한 '외계인' 호나우지뉴는 10번이 아니라 80번을 선택해 화제를 모았다. 클럽 내부 관계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밀란의 아드리아노 갈리아니 부회장은 "클라렌스 세도르프가 이미 10번을 달고 있었다. 우리는 선수의 등번호를 절대로 빼앗지 않는다. 이 원칙은 호나우지뉴라고 해도 변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호나우지뉴는 자기가 태어난 년도(1980년)라며 80번 등번호를 환영했다. 심지어 일종의 트렌드로 이어졌다. 다음에 밀란 유니폼을 입게 된 마티유 플라미니(1984년생)는 84번을, 안드리 셰브첸코(1976년생)는 76번을 선택했다.
No.1+8 - 이반 사모라노 (인터밀란)
유니폼에 약간의 장난도 칠 수 있다는 사실을 칠레 스트라이커 사모라노가 증명했다. 1996년 레알마드리드에서 인터밀란으로 이적한 사모라노는 9번을 달았다. 하지만 1998년 이적해온 로베르토 바지오가 10번을 요구했다.
10번을 달고 있던 호나우두(브라질)가 9번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원래 9번이었던 사모라노는 18번 유니폼을 받은 뒤 1과 8 사이에 작은 '더하기(+)' 마크를 삽입했다.
No.88 - 잔루이지 부폰 (파르마)
2000년 잔루이지 부폰은 자신이 88번 등번호를 달겠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본인은 별 생각 없이 내린 선택이었지만 이탈리아 내 유대인 사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유대인 사회는 88번이 네오 나치를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알파벳 H가 앞에서 여덟 번째 문자이며 'HH'는 곧 '하일 히틀러(Heil Hitler)'를 의미한다는 내용이었다.
부폰은 즉각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88이라는 숫자가 축구공 4개처럼 보여서 선택했다. 이탈리아인이라면 다 알겠지만 강한 힘과 집중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에서 내 자리를 되찾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라고 반박했다.
"처음부터 88번을 고른 것은 아니었다. 원래 00번을 하려고 했는데 연맹에서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01번으로 할까 생각했지만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았다."
부폰은 88번을 달고 한 시즌을 뛰었고, 다음 시즌이 되어 등번호를 77번으로 바꿨다.
글=Matt Allen, 그래픽=정선명, 사진=포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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