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받는 아이들에게 사랑을>사이비종교 빠진 엄마, 산 끌고다니며 밥도 안줘

김다영기자 2014. 10. 1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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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무서운 수희 자매..엄마가 두려운 수현 남매

초등학생 석수희(가명·12) 양의 아버지 석모(47) 씨는 아들을 원했다. 하지만 수희와 동생 지희(가명·10), 그리고 막내 민희(가명·6)까지 딸로 태어나자 석 씨는 실망감에 매일같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석 씨는 만취 상태에서 세 딸에게 폭언을 일삼으며 습관처럼 분노를 표출했고, 수희의 엄마 정모(44) 씨를 때리는 일도 잦았다. 아이들은 아빠가 자신들을 미워한다는 걸 느끼며 성장하면서 심각한 정서적 후유증에 시달렸고, 수희는 발달이 늦더니 결국 초등학교에 들어가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아들 원했던 아빠, 딸들에게 폭언'= 지난 9월 15일 방문한 수희 자매의 집은 마치 고물상 같았다. 마당 한가득 파지가 쌓여 통로를 막고 있었고, 낡은 자전거와 고장난 가전제품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민희는 "아빠가 버는 돈을 다 술값으로 사용하고 돈을 안주니까 엄마가 폐지를 모아서 생활하고 있다"며 "엄마가 나중에 갖다 팔기 위해 모아놓은 고물들"이라고 설명했다. 마당을 지나 집안으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빈 술병이 뒹굴고 있는 석 씨의 방이었다. 민희는 "아빠는 우리랑 같이 안지내고 늘 혼자 방에서 지낸다"며 "동생이랑 나는 아빠 방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한다"며 고개를 떨궜다.

석 씨가 아이들에게 증오의 감정을 표출하며 정서적으로 학대하기 시작한 것은 막내 민희가 태어난 6년 전부터였다. 아들을 바랐는데 마지막 희망이었던 민희까지 딸로 태어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엄마 정 씨는 "(남편이) 술을 마신 뒤에 아이들이 자고 있는 방으로 가서는 아이들을 꼬집고 괴롭힌다"며 "어린 애들에게 욕설을 하고 '아이들이 필요없다'는 식의 말을 마구 내뱉는다"고 털어놨다. 지난해에는 수희가 엄마를 때리는 아빠를 말리다가 얼굴을 맞고 상처가 나기도 했다. 정 씨는 "나를 때리는 건 괜찮은데, 아이들에게 욕을 하고 괴롭히는 건 견딜 수 없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심리·정서적 불안 때문인지 발달이 늦던 첫째 수희는 초등학교 입학 후 지적장애 3급을 판정받았다. 정 씨는 "수희가 장애 판정을 받은 것도 혹시 아빠로부터 받은 정서적 학대와 애정 결핍 때문 같아 죄스럽다"고 말했다.

학교 성적이 상위권인 둘째 지희도 최근 자신이 학교 생활을 잘하지만, 아빠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불만이 쌓여 있다. 지희는 "학교에서 악기연주를 했는데 선생님이 내가 가장 잘한다고 칭찬했다"며 "하지만 엄마나 아빠는 이런 걸 알아주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세 자매에 대한 심리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영남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정서학대의 경우 아이들에 대한 상담치료와 함께 아버지 석 씨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석 씨가 스스로 자녀에 대해 학대를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치료를 거부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종교에 빠진 엄마, 공포에 시달린 아이들 = "또다시 엄마에게 끌려가 깜깜한 산속을 헤매야 하는 것이 가장 두려웠어요. 내가 나이가 조금만 많았다면 엄마를 당장 정신병원에 입원시켰을 거예요."

영남권 아동보호시설에서 여동생과 함께 지내고 있는 최수현(가명·13) 군은 2년 전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남매는 2년 전 종교에 빠진 엄마 한모(43) 씨로 인해 공포에 떨며 살아야 했다.

수현이는 "엄마가 전자파가 많은 도시에 살면 안된다면서 우리를 산으로 데려가 비닐을 깐 뒤 그곳에서 자게 했다"며 "하루 종일 밥이 아닌 과자만 준 날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수현이는 이어 "엄마는 면도칼로 스스로의 머리를 직접 밀었고, 그런 모습으로 학교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며 주변을 돌아다녔다"며 "하루하루가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는 것보다 더한 공포였다"고 말했다.

수현이의 아버지 최모(49) 씨는 돈을 벌기 위해 하루 종일 일터에 나가 있어 엄마 한 씨로부터 아이들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 씨도 부인 한 씨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한 씨가 이를 거부하면서 늘 무산됐다. 수현이는 "엄마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꿈이었지만, 엄마가 우리를 직접 때리거나 가둔 것이 아니어서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수현이 남매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접수됐고, 기관은 지난 2012년 4월 남매를 엄마 한 씨로부터 긴급 분리조치 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처음 수현이 남매를 봤을 땐 아이들이 지나치게 주변을 살피고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행동을 보였다"며 "한동안은 한 씨가 기관을 찾아와 아이들을 데려가겠다고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현이 남매는 그룹홈에서 생활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그룹홈 관계자는 "수현이 남매가 더이상 엄마로부터 정서적 학대를 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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