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구타로 인한 뇌진탕..숨진 상태서 이송"
머리 맞아 의식 잃고 이물질 못 뱉어, 결국 기도 막혀 질식사에 이르게 돼

육군 28사단 윤모(23) 일병 폭행사망과 관련, 군인권센터가 7일 국방부 수사 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전면적인 재수사를 촉구하자 국방부가 재반박에 나서는 등 양측의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사망원인, 기도폐쇄 뇌손상 VS 뇌진탕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윤 일병의 사망원인이 음식물로 인한 '기도폐색성 질식사'(군 검찰)가 아닌 가해자들의 구타에 의한 뇌진탕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센터에 따르면 윤 일병은 사망 당일인 지난 4월6일 주범인 이모 병장에게 머리를 수차례 맞은 뒤 물을 마시게 해달라고 애원했고, 물을 마시러 가다가 주저앉아 오줌을 싼 후 의식을 잃었다. 이는 뇌진탕으로 불리는 '경증 외상성 뇌손상' 환자들에게 빈번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것이다. 임 소장은 "피고인들의 진술서 중 그 누구도 윤 일병이 전형적인 기도 폐색 증상을 보였다는 기술이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의식을 잃기 직전 마지막 순간까지도 말을 할 수 있었음을 진술을 통해 수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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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폐쇄 때 구호법 시연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앞쪽)과 김대희 운영위원이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군 인권센터에서 윤 일병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면서 기도폐쇄 때 시행하는 하임리히법을 시연하고 있다.남정탁 기자 |
임 소장은 윤 일병의 부검감정서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이뤄진 부검 결과 윤 일병의 왼쪽 옆구리와 등에 가로 12㎝, 세로 8㎝ 크기의 커다란 멍이 발견됐다. 코끝과 윗입술에는 작은 멍이, 뇌에서는 가로 5㎝, 세로 2㎝ 정도의 멍과 부종이 관찰됐다. 갈비뼈 일부는 골절돼 있었고, 비장에는 찢어진 상처가 있었다. 인권센터는 이를 토대로 윤 일병이 가해자들에게 구타를 당하는 과정에서 먼저 의식을 잃은 뒤 기도폐쇄가 일어나 사망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 관계자는 "기도폐쇄에 의한 질식사 추정으로 부검 소견을 낸 것은 윤 일병을 치료했던 병원 의사들의 소견과 사건 정황, 부검 내용 등을 종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인권센터에 따르면 목격자인 김모 일병(입실환자)은 윤 일병이 병원으로 이송된 뒤 이 병장이 "뇌사상태가 이어져서 이대로 윤 일병이 말을 못하게 되면 가슴에 든 멍은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생긴 것이라고 말을 맞추자"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범 지모 상병 역시 의식을 잃은 윤 일병을 보며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임 소장은 "이 같은 내용은 모두 군 검찰의 수사기록에 적시돼 있다"며 "군 검찰이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가해자들을 살인 혐의가 아니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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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편안하길… 선임병들의 집단 구타 끝에 사망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의 위패(위쪽 가운데)가 7일 국립서울현충원 충원당에 안치돼 있다.이재문 기자 |
◆사망시점, 4월6일이냐 4월7일이냐
인권센터는 윤 일병의 사망시점에 대한 조작 의혹도 제기됐다. 군 검찰은 윤 일병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7일 오후 4시30분쯤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군인권센터는 "지난 4월6일 경기 연천군 보건의료원 도착 당시 윤 일병은 호흡과 맥박이 없는, 의학적으로는 '도착 후 사망'(DOA·Dead on Arrival)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연천군보건의료원 의무기록에는 윤 일병이 내원 당시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인 'DOA로 숨진 상태로 이송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연천 의료원에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난 후 맥박과 호흡이 돌아와 국군 양주병원으로 후송했다"고 반박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윤 일병 폭행에 가담한 이모(22) 상병은 헌병대 진술에서 "지난 4월6일 자정 이 병장이 피해자 윤 일병을 5차례 폭행하면서 속옷을 찢고 갈아입히기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이 행동이 윤 일병에게 성적인 수치심과 공포를 불러왔으리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사망 당일 윤 일병의 성기에 파스 성분 연고(안티푸라민)를 바르게 한 것 외에 팬티 등 속옷을 찢고 갈아입히기를 5차례 반복했다는 공범 이모 상병의 진술이 있었음에도 군 검찰은 이를 공소사실에서 누락시켰다는 것이다.
인권센터는 또한 이 병장과 하모(22) 병장은 휴가 중이던 지난 3월21일 창원시 상남동 소재 안마방에서 유모(22) 하사와 불법 성매매를 했다고 진술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하 병장은 또 "지난 3월31일에서 4월2일 사이 이 병장이 윤 일병에게 '너 계속 잘못하면 어떻게 할래?' 하자 윤 일병이 '제 나라사랑카드를 줄 테니 사용하라'며 신용카드를 넘겨줬다는 말을 이 병장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강압적으로 카드를 빼앗았다면 절도행위에 해당된다. 인권센터는 이런 진술들을 근거로 군 검찰이 가해자들의 사건 은폐 정황, 강제추행의 여죄, 절도 혐의 등을 알고도 공소사실에서 누락시키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강제추행 혐의는 주장만 있고 증거가 없다. 증거가 나오면 추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절도 혐의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임 소장은 "부실수사, 축소수사를 한 군당국에 더 이상 맡겨둘 수는 없다"며 "법정 심리에 앞서 국방부 검찰단 및 조사본부와 유가족이 지정하는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이 사건을 전면 재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이선 기자, 박수찬 세계닷컴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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