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어라운지] '마지막일 수 있는 절박함' LIG손해보험의 특별한 각오
지난 20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남자부 B조 1차전 경기서 대한항공을 상대로 대회 첫 승을 거둔 LIG손해보험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요한(29)은 "아무래도 마음가짐이 좀 다르다"고 입을 열었다. 이번 대회를 치르는 각오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김요한은 왜 컵대회를 치르며 남다른 각오를 마음에 품었을까. 이유가 있다. 김요한이 뛰는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 배구단은 빠르면 시즌 개막 전 사라지고,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LIG손해보험이라는 이름을 유니폼에 새기고 시작부터 끝까지 치르게 될 마지막 대회가 이번 컵대회인 셈이다. 다시말해 'LIG손해보험'이라는 팀명을 우승팀으로서 역사에 남길 마지막 기회가 이번 컵대회라는 뜻이 된다.
LIG손해보험 배구단의 모기업이 KB금융지주에 인수되면서, V리그에서 LIG손해보험이라는 이름도 사라지게 됐다. 지난달 27일 LIG손해보험 인수계약을 체결한 KB금융지주는 현재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승인이 이뤄지면 최종 절차를 거쳐 인수를 완료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배구단 역시 'KB손해보험(예정)'으로 팀명이 바뀌게 된다. 1976년 금성통신으로 배구단을 인수·창단한 이후 금성사-LG화재를 거쳐 현재의 LIG손해보험이 된지 벌써 38년, 팀 역사상 처음으로 모기업이 바뀌면서 새로운 팀명으로 V리그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팀명이 바뀌는 것 뿐이지, 배구단 자체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 측에서 배구단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용관 LIG손해보험 감독은 "인수하는 쪽에서 배구단에 많은 관심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구단 고위 관계자로부터 들은 것은 '문 감독님 열심히 해달라'는 말뿐이다. (배구단 인수에 방해가 될)위험요소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변화는 늘 반갑고도 두려운 법이다. 문 감독은 "우리 입장에서는 중요한 대회다. 배구단 가치를 새 주인에게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대회에 임하는 굳은 각오를 전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김요한은 "가슴에 LIG손해보험을 달고 뛰는 것은 이번 대회가 마지막 아닌가. 그동안 우리가 우승과는 인연이 좀 없었지만, KB에 우리가 좋은 팀이라는 것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대회가 아닌가 싶다"며 LIG손해보험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동시에, 새 모기업에 자신들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2007-2008시즌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LIG손해보험에 입단한 김요한은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LG화재에서 LIG손해보험으로 팀명이 변경된 것이 2007년인만큼, 김요한은 LIG손해보험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더욱 각별한 책임감을 느낄만 하다. 그래서인지 김요한은 "여러가지 의미를 담아 선수들이 더 열심히 준비했다"며 "LIG손해보험이 아예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연장되는 만큼, 바통터치로 이어가서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잦은 부상으로 인해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팀의 부진을 벤치에서 바라봐야했던 김요한이, 프로생활을 처음 시작한 팀의 이름을 걸고 하는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 LIG손해보험 '프랜차이즈 스타' 김요한이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3년차일 때로 기억하는데요. 외국인 선수 카를로스 피라타(베네수엘라)가 있을 때 우리 팀 성적이 가장 좋았을 거에요. 당시 1라운드 전승하고 좋게 출발했는데, 피라타가 다치는 바람에 중간에 주춤했습니다. 그 때 아마 2위하다가 4위로 마감했는데, 2위부터 4위까지가 한 경기 차이였을 거에요. 한 경기만 더 이겼어도 플레이오프 올라갈 수 있었던 시즌이어서, 참 아쉽게 느껴집니다."
김요한-이경수 토종 쌍포에 피라타라는 막강한 외국인 선수가 가세한 LIG손해보험의 2009-2010시즌 초반 기세는 무서울 정도였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크리스티안 팜펠(독일)이 부상당하며 대체용병으로 데려온 피라타는 1라운드 공격종합 4위, 득점 3위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공격력이 살아난 LIG손해보험은 1라운드를 전승으로 마치며 당시 부동의 라이벌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로 대표되는 V리그 남자부의 양강 구도를 깰 '다크호스'로 각광받았다.
2라운드에서 4승 2패로 주춤했지만 LIG손해보험의 기세는 여전히 좋았다. 그러나 문제는 3라운드에서 터졌다. 피라타가 발목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했고, 이후 LIG손해보험은 연패를 당하며 4위까지 밀려났다. 플레이오프 출전 티켓은 3위까지만 주어지는 상황에서, 결국 대한항공에 밀려 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당시 LIG손해보험은 리그 후반기 부진으로 인해 사령탑이던 박기원 감독이 시즌 도중 사퇴하기도 했다.
OSEN 김희선 기자 costball@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