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접속 차단.. 의혹의 '만리장성 방화벽'

김지선 2014. 7. 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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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산업 보호 목적 해외 서비스 접속차단 일쑤.. 라인·카톡 접속 불안정도 관련

#국내 한 번역 애플리케이션 개발벤처인 A사는 최근 중국 이용자들로부터 불만을 샀다. 갑자기 번역 앱에 접근할 수 없게 됐다는 것. 이 벤처 대표는 부랴부랴 회사 시스템을 점검했지만 원인은 회사 내부 문제가 아니었다. 중국 당국이 해당 앱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면서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세계 200여 국가 이용자가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는 이 앱이 국가 차원에서 접근을 차단당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A사 대표는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보려 했지만 중국 내에 법인을 세우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접하고 중국 서비스는 당분간 보류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인터넷 검열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만리방화벽'(Great Fire Wall·GFW)이 국내 IT기업의 중국 진출 길을 막아서고 있다.

만리방화벽은 '만리장성'(Great Wall)과 컴퓨터 '방화벽'(Fire Wall)의 합성어다. 중국이 1998년 '황금방패 프로젝트'(Golden Shield Project ) 일환으로 추진해 2003년 완성한 시스템이다. 사회 안정을 이유로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트래픽을 차단하겠다는(방화벽)게 이 시스템 목적이다.

당초 중국이 만리방화벽을 도입한 이유는 정치적 목적이 강했다. 만리방화벽이 널리 알려진 것도 지난 2009년 톈안먼(천안문) 민주화시위 2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유튜브, 트위터, 핫메일 등 해외 서비스를 일제 차단하면서부터다. 이후 만리방화벽은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 해외 서비스들이 중국 내 접속하는 것을 차단했다. 이용자들이 만리방화벽을 피해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접속하자 중국은 해외 VPN까지 차단하는 등 해외 서비스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이 만리방화벽이 단순히 정치적 목적만이 아니라 자국 서비스 또는 자국 인터넷 산업 보호와 육성을 위한 수단으로도 사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앱 개발 벤처 대표는 "중국 서비스 이용자가 특정 수준을 넘어서면 바로 만리방화벽을 통해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며 "막힌 서비스를 풀려면 중국 내 중국인을 대표로 하는 중국 법인을 세우고, 중국 내 인프라를 만들어 서비스하는 수밖에 없는데, 벤처가 그럴 여력이 어디 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조금만 잘 되는 서비스다 싶으면 차단 후 중국 내 서비스로 유도한다는 것인데, 업계는 중국 법인 설립 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벤처 업체 대표는 "중국 시장은 그 규모면에서 반드시 진출해야하는 곳이지만, 중국 법인 만드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무엇보다 법인 설립 후 중국이 똑같은 서비스를 중국에서 선보일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중국 내 1위 메신저 서비스인 '위챗'이 토종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모방했듯이, 또 다시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라인',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등 토종 서비스들이 지난 1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일주일째 중국 접속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여전히 이 회사들은 자체 서비스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VPN 우회 또는 일부 업그레이드를 통해 접속이 가능한 서비스도 있지만, 일부 기능과 가입 차단 등 서비스 불안 상황은 여전하다. 이 업체들은 중국 당국의 만리방화벽에 막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이번 만리방화벽 가동이 정치적 목적보다는 시장 견제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앞서 라인은 올 하반기 중국 시장 마케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목적이었다면 지난주 시진핑 방한 이후 다시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일주일째 아무 이유 없이 서비스가 되지 않는 것은 페이스북, 트위터처럼 만리방화벽에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며 "자국 산업 보호이던지, 정치적 목적이던지 이런식으로 특정 서비스를 차단하는 행위는 기업들의 중국 투자 의지를 꺾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지선기자 dubs4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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