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yle 4060 >넥타이로 포인트 ?.. 'Socks 어필'이 대세

그저 빨아서 개켜둔 더미 중 손에 잡히는 양말을 신는 이들에겐 '먼 나라 남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무슨 양말을 신을지가 매일 아침의 즐거운 고민거리" "양말은 내 일상의 조미료"라는 몇몇 남성의 양말예찬론. 그리고 "그 남자의 양말이 멋져 사귄 적도 있다"고 고백한 여배우 고준희의 유별난 양말사랑.
그러나 남성 패션에서 '튀는 양말'은 낯선 화제가 아니다. 한국화의 거장 김기창(1913∼2001) 화백은 환갑 무렵부터 30년여 빨강 양말을 애용했다. 김 화백은 "정열 의욕 격정과 투쟁의 상징 같은 빨간색이 좋다"며 외국서도 바지 아래로 흰 고무신에 빨강 양말을 신었다. 프랑스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70)은 지난 4월 문화일보 '파워인터뷰' 때 검정 양복에 빨강 양말 차림으로 특출한 패션 감각을 드러냈다.
정장용 남성양말이라면 '검·감·회(검정·감색·회색) 양말'이 대세. 그러나 주변에 알록달록 무지개색, 현란한 줄무늬·물방울무늬를 선호하는 '양말멋쟁이'의 등장이 예사롭지 않다. 20·30대 신세대 패션피플뿐 아니라 40∼60대 중장년 중에도 튀는 양말애호가가 적지 않다. 백화점, 번화가의 남성용품 편집매장마다 양말 코너의 비중이 높아졌고, 전문 브랜드들도 등장했다. 패션에 둔감한 '아저씨'와 감각 넘치는 '오빠'를 구분하는 척도가 양말이란다.
'멋진 옷맵시도 능력'이라며 남성들이 패션을 즐기게 되면서 양말의 재발견이 활발해졌다. 박제욱 신세계백화점 남성복 바이어는 "아내가 백화점 세일매대와 대형마트에서 쇼핑한 무채색 양말 세트에 익숙하던 남성들이 고급 패션양말을 직접 사고 있다"고 밝혔다. 양말은 양복이나 넥타이 구두 시계에 비해 비용 부담이 덜하기도 하지만, 튀는 것이 쑥스럽고 어설픈 중년들도 양말이라면 큰 부담 없이 패션의 파격과 도전을 시도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강렬한 원색과 기운생동의 이미지를 펼쳐 온 미술작가 사석원(54) 씨는 소문난 양말애호가다. 그는 "바지 아래 남사스럽지 않게 나만의 취향과 도전이 즐겁다"며 자신의 작품처럼 강렬한 양말을 즐겨 신는다. 양말은 그에게 일상의 일탈, 패션의 놀이터이자 해방구인 셈이다.
남성양말 패션의 변화는 남성복에서 바지가 짧고 좁아진 '슬림 앤드 피트 룩'의 영향도 크다. 이전엔 넓고 긴 바지 아래로 촌티나는 흰 양말만 피하면 대충 '패션 완성'이었지만, 다리를 꼬고 앉거나 걸을 때도 노골적으로 양말이 드러나는 조붓한 바지 차림이라면 무난한 양말은 왠지 2% 부족한 느낌. 패션리더인 연예스타, 어려서부터 패션에 눈을 뜬 신세대 남성들이 과감하게 '민양말'과 패션양말을 시도했다. 경제적·정서적 여유를 즐기게 된 중년층도 양말을 의식하기 시작하고, '신사의 품격'을 가름하는 품목으로 '그 남자의 양말'에 스포트라이트가 모아졌다.
옷차림에 변화와 개성을 연출하는 악센트 품목으로 양말이 넥타이를 대체하는 추세다. 남성 패션에서 캐주얼 정장의 대중화로 넥타이를 덜 매게 되면서 양말은 저비용·고효율의 남성 액세서리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잘 보이지 않던, 걷거나 앉을 때 살짝 드러나는 양말이 아니라, 오히려 부분적이지만 나만의 패션 센스를 한껏 드러내는 용품으로 양말이 급부상했다.
남성양말 브랜드 '니탄' 윤경수 대표는 "남성 사무복장이 캐주얼화하면서 양말이 대충 신다 버리는 소모품에서 감각적인 패션용품으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남성들이 지하철이나 회의실에 앉아 있을 때, 또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실내에서 "그저 양말 하나 골라 신었을 뿐인데" 주변의 은근한 시선을 느끼게 되고, 점심 메뉴를 고르듯 아침마다 넥타이처럼 양말 선택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다.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평가받았던 탄탄한 양말 제조기술의 전통을 바탕으로 사이즈와 디자인에서도 국내 남성양말 시장이 다양해졌다. 스웨덴의 해피삭스, 독일의 팔케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외에 명품 브랜드 폴 스미스 및 국내 브랜드 니탄, 기브바이카네이테이, 삭스어필, 아이헤이트먼데이 등이 남성양말 패션을 붐업시켰다.
남성 양말시장의 주종이 2∼3켤레 1만 원 세트였으나 켤레당 1만∼2만 원, 5만∼7만 원대에서 면, 울 캐시미어 소재에 금속 징을 박거나 해외에선 남미 안데스산맥 고지대에 서식하는 라마의 일종인 비쿠냐 털로 만든 125만 원대 비쿠냐양말까지 선보였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양말도 '여름형' 디자인이 인기다. 소재와 직조에서 얇고 까슬까슬한 감촉, 통풍성과 착용감을 강화할뿐더러, 디자인에선 발목 길이의 발목양말, 신발 위로 드러나지 않는 덧버선 형태 외에 훌러덩 잘 벗겨지는 덧버선에서 뒤꿈치 부분을 생략하고 발가락 쪽만 끼는 반양말도 등장했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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