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기업가 네트워크 아쇼카한국 이혜영 대표 "아쇼카펠로우는 마르지 않는 혁신 샘물"
인도 가우하티(인도 북동부 아삼주에 있는 상업도시)에 본부를 둔 농촌진흥센터(CRD)의 사무총장 프라딥 쿠마르 사마 박사는 인도 인력거 시장의 혁명적인 변화를 이끈 인물이다. 수의사 출신의 프라딥 박사는 지난 2002년 어느 날 인력거를 타고 가다, 경력 16년차 인력거꾼의 하루 평균 수입이 25루피(약 432원)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3분의 1은 대여료로 내야 한다는 참담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력거를 사면 이 모든 굴레에서 벗어나지만 지금처럼 하루 25루피씩 벌어서는 불가능했다. 당시 인력거 가격은 7000루피(약 12만원)로, 일당을 하나도 쓰지 않고 280일을 모아야 만질 수 있는 돈이었다. 프라딥 박사의 역발상은 여기서 출발한다. 인도 인력거꾼은 대부분 극빈층이어서 개인 자격으로 금융기관을 찾을 경우 대출은 고사하고 문전박대를 당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는 당시 인도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800만~1000만명의 인력거꾼을 한데 묶어 금융기관과 연계시키면 엄청난 파급효과가 생길 것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되면 인력거꾼 입장에서는 지금처럼 소득의 3분의 1씩 사용료를 내면서도 2년4개월 정도면 원금을 상환할 수 있다. 물론 본인 소유 자산이 생겨나면서 소득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여기다 프라딥 박사는 인도공과대학 디자인학부의 도움을 받아 소속 인력거에 멋진 광고까지 내걸었다. '임대를 소유로'라는 기치를 내건 인력거은행은 이렇게 탄생했다. 도난과 운행 중 사고로 인한 보험 가입까지 완비하면서 인력거은행은 현재 인도 인력거 시장의 최대 강자로 부상했다.
재충전이 가능한 태양열 전지를 사용해 개발도상국 청각장애인들에게 저가형 보청기를 제공한 솔라이어(SolarEar)의 하워드 와인스타인이나, 생후 9개월 된 아이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면서 공감능력을 배양시키는 교육프로그램 '공감의뿌리'를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등지에 보급한 메리 고든도 해당 분야에서 혁신 기업인이자 사회운동가로 평가받고 있다. 멀리 보면 지난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방글라데시 '마이크로크레디트(서민층 소액대출운동)' 운동 창시자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도 비슷한 부류의 인사다. 이들의 공통점은 또 하나 있다. 바로 세계 최대 혁신가 네트워크 조직 아쇼카가 배출한 아쇼카펠로우(Fellow)라는 점이다.

- 이혜영 아쇼카한국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마다 아쇼카펠로우의 아이디어를 혁신 전략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 아닌 공존에서 해답 찾는다
산스크리트어(고대 인도어)로 '슬픔을 사라지게 하다'는 뜻을 가진 아쇼카(Ashoka)는 지난 1980년 미국인 사회운동가 빌 드레이튼이 세운 국제공익조직이다. 전략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컨설턴트 출신인 빌 드레이튼은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의 '사회적 기업가(Social Entrepreneur)'라는 말을 처음 만든 인물로 그의 이름 앞에는 공공혁신가(Innovator for the Public)가 수식어처럼 따라 붙는다. 아쇼카는 현재 세계 30여개국에 사무소가 개설돼 있으며, 여기서 활동하는 직원, 컨설턴트, 자원봉사자, 인턴 수가 400여명에 달한다. 한국에는 일본에 이어 동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지난해 3월 사무소가 개설됐다.
초대 아쇼카 한국대표를 맡고 있는 이혜영 대표는 아쇼카에 대해 "세상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체인지메이커(changemaker)를 더 많이 배출하기 위한 국제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아쇼카가 꿈꾸는 것이 바로 '모두가 체인지메이커(Everyone A Changemaker)'가 되는 세상이다. 그는 "5만달러로 시작한 아쇼카가 30여년이 지난 지금, 한해 예산만 3000만달러가 넘는 거대 조직으로 성장하게 된 것도 돈과 권력이 아닌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풀뿌리 사회혁신 의식이 밑바탕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매년 전 세계에서 150~200명씩 배출하는 아쇼카펠로우는 아쇼카의 설립 정신을 전파하는 핵심 조직이다. 지난 1981년 인도에서 처음 선정된 이후 현재 전 세계 70여개 국가에서 3000여명의 인재를 배출했다. 아쇼카펠로우는 △새로운 아이디어 △창의성 △기업가(起業家)로서의 자질 △아이디어의 사회적 효과 △윤리적 소양 등 5가지를 종합해 선발한다. 이 대표는 창립자 빌 드레이튼의 말을 빌려 "아쇼카펠로우는 물고기를 잡아주거나,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어업 생태계 전체를 바꾸는 사람"이라면서 "우리는 그가 몸담고 있는 조직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세상을 이롭게 만들고자 하는 아이디어 또는 사람을 찾아내 육성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쇼카펠로우로 선정되면 3년간 재정지원을 받지만 그보다 더 좋은 점은 자금 조달 방법, 성장 전략, 사회적 효과 측정, 조직 운영 등과 관련한 지식을 주고받을 수 있으며 전 세계 언론, 기업, 재단 등과도 연결해준다.
'체인지메이커'만이 국가와 기업을 살린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과 박유현 인폴루션ZERO(제로) 대표 등이 아쇼카펠로우로 선발됐다. 또 김종기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은 해당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공로를 인정받아 아쇼카펠로우 시니어로 선정됐다. 올해는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사회예방 프로그램, 발달장애인 지원, 가계부채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기업가 4~5명을 아쇼카펠로우로 지정할 계획이다. 아쇼카에 따르면 선정된 이들 중 83%에 해당하는 아쇼카펠로우가 시스템 전체를, 51%는 정부 정책과 업계 규범을 바꿨다. 또 이들 중 72%는 영리와 비영리 사이 벽을 허물었다.
이 대표는 "아쇼카펠로우 중 90%가 선정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매년 꾸준히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아이디어를 일반 영리기업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아쇼카펠로우가 가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아쇼카는 도이체방크, 씨티은행, 나이키, 이베이, UBS, 스타벅스, 구글, 베링거잉겔하임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아쇼카한국 역시 현대해상, 현대백화점, 루트임팩트 등과 파트너십을, 삼정KPMG, 법무법인 지평 등과는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쇼카펠로우는 기업들에게는 영원히 마르지 않는 '혁신 샘물'과 같다. 가령 레고(Lego)재단은 평범한 놀이(Play)를 창의학습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아쇼카펠로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음란, 폭력물 등 유해정보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기획된 사회시민단체 인폴루션ZERO 박유현 대표도 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 베링거잉겔하임의 경우 '더 나은 건강'(Making more Heath)'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개발프로젝트에 아쇼카펠로우의 혁신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금의 기업 경영방식은 1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며 미래 기업 경영에는 △혁신적이고 △어떠한 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으며 △구성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아쇼카는 혁신 경영의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 이혜영 대표는…
1977년 서울 출생, 2000년 고려대 영문과 졸업, 2001년 '북한인권시민연합' 활동, 2005년 NGO '인권과개발의조화'(BASPIA) 설립, 2011년 한국인권재단 자문위원, 2013년~현재 아쇼카한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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