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실종 자식 찾아주소서..텐트 옮기는 부모 심정



아직 못찾은 실종자 가족들, 시신 찾은 가족 떠난 자리로 숙소 이전
카네이션 다는 대신 바다에 국화 던지는 비통
(진도=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팽목, 팽나무가 많다 하여 붙여진 항구 이름이다.
7일 팽목항은 3주 그 잔인했던 그날에 비해 눈에 띄게 변해가고 있다.
항구를 둘러싼 숲의 나무들이 겨우내 함께 버텼던 묵은 잎을 털어내면서 한층 푸른 잎을 틔워 신록이 더해가고 있다.
통곡과 절규로 가득 찼던 팽목항의 실종자 가족 임시 숙소촌 풍경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차가운 시신이나마 품으로 돌아온 아들·딸을 만난 가족들이 하나둘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팽목항 가족대책회의소 옆 가족들의 임시숙소로 쓰이던 몽골 텐트 몇개의 내부가 치워지고 있었다.
시신이지만 소중한 혈육을 찾은 4가족이 팽목을 떠나가게 된 것.
자원봉사자들은 이들 가족이 그동안 흘린 눈물로 흥건히 젖은 베개와 담요를 햇볕에 말리고 땅바닥의 냉기를 막아주던 깔개도 거둬냈다.
힘겨운 한끼 식사를 위해 사용했던 숟가락, 타는 듯한 목마름을 달래주던 물컵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이들을 애타게 그리워하며 적은 글씨와 그림들로 가득한 노트도 치웠다.
팽목항은 사고현장과 가장 가까운 항구여서 처음에는 실종자 가족들이 텐트를 칠 공간이 부족할 정도였지만 이처럼 한가족 두가족 떠나면서 이제는 빈자리가 많아졌다.
그 가족들이 떠난 빈자리에는 다른 실종자 가족이 옮겨올 예정이다.
자리를 옮기는 이유가 떠나간 가족들 모두 시신이나마 찾아 '행여 이 자리에 오면 못 찾은 자식을 찾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한 자원봉사자는 "아직까지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들딸을 찾고자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부모의 심정으로 가슴이 메어온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봉사자는 "내일은 어버이날"이라며 "사랑스런 아들딸로부터 카네이션을 받는 대신 햐안 국화를 바다에 던져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그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가족 임시숙소 옆 여객선 대기실에는 진도 오일장을 보고 온 섬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은 실종자 가족들 임시 숙소로 항구를 내주는 바람에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여객선을 타야 하지만 누구 한사람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pch80@yna.co.kr
rae@yna.co.kr
- ☞ <세월호참사> 이준석 3년 전에도 648명 태우고 표류
- ☞ <세월호참사> 사망자 90% 구명조끼 착용
- ☞ 시신유실 가정…표류방향 사고해역 북↔남 왕복
- ☞ 경찰 신속 대처로 화재 속 시민 수십명 무사 구조
- ☞ 포항 앞바다 침몰 '청루호' 인양에 7개월여 걸려
▶이슈에 투표하고 토론하기 '궁금한배틀Y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세월호참사> 시신유실 가정..표류방향 사고해역 북↔남 왕복(종합)
- <세월호참사> 숨진 이광욱씨, 미보험 상태서 투입
- 세월호 참사 22일째..구조자 줄고 실종자 늘어나(종합)
- <세월호참사> 복지부, 258 피해가구에 '긴급복지' 지원
- <세월호참사> 이준석 3년 전에도 648명 태우고 표류
- 올해 주식부호 100인 중 1위는 이재용…BTS 멤버도 순위권 | 연합뉴스
- 인천 송도 민간사격장서 실탄에 맞은 20대 사망…관리부실 논란(종합) | 연합뉴스
- '차량 링거' 전현무 의료법 위반 고발당해…"적법한 진료" 해명(종합) | 연합뉴스
- 윔블던 테니스 5회 우승 윌리엄스, 이탈리아 배우 프레티와 결혼 | 연합뉴스
- "장난삼아" 착륙 항공기 비상문 덮개 만진 60대…경찰 조사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