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푸드>영양학자 김갑영의 우리 음식 이야기-송화밀수(松花蜜水)

기자 2014. 4. 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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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조들은 산이 많고 깊은 계곡에서 나오는 자연 감수(甘水)를 우리나라 전통음료의 근원으로 여겨왔다. 또 전통음료를 만드는 데도 계절적인 감각을 담아내어 자연의 멋과 풍류를 즐겼다. 산과 들에서 나는 약재들을 음식에 적절히 혼합해 약효도 높였다.

우리나라 음료에 대한 분류로는 19세기 초에 편찬된 '임원십육지'에 잘 나와 있다. 곡물을 젖산 발효시키거나 꿀, 설탕 등의 감미료를 넣고 끓인 장(漿), 한약재나 과일즙을 농축시켜 마시거나 여기에 누룩을 넣고 꿀과 함께 달여 마시는 갈수(渴水), 끓는 물에 향이 나는 재료를 넣어 밀봉했다가 향이 우러난 후에 마시는 숙수(熟水), 차나무 잎으로 만든 차(茶) 등이 있다.

순조 29년 '진작의궤'(1829)에는 화채에 대한 재료가 소개되고 19세기 말의 '시의전서'에는 장미 화채, 앵도 화채, 복분자 화채, 복숭아 화채 등의 조리법이 자세하게 설명돼 이때부터 전통음료가 대중화됐음을 알 수 있다. 시의전서에 꿀물에 송홧가루를 타서 잣을 띄워 마시는 음료인 송화밀수(松花蜜水)가 기록돼 있다. 송화밀수는 궁중음식의 하나로 여름날 더위를 가시게 하는 음료였다.

송화밀수에 띄우는 송홧가루를 만들기 위해선 봄에 송화(松花)가 활짝 피기 전에 따서 3, 4일 잘 말린 뒤 깨끗한 보자기에 싸서 털어 받는다. 이렇게 받은 송홧가루를 물을 가득 채운 그릇에 넣어 잘 저은 다음 바가지를 물에 띄우면 바가지 밑에 송화가 붙는다. 이것을 다른 물그릇에 다시 띄우기를 대여섯 번해 잡물과 쓴맛을 없앤다. 이렇게 모은 깨끗한 송화를 한지에 잘 펴서 말린 다음 고운 체로 쳐서 통풍이 잘되는 장소에 매달아 둔다.

송홧가루는 연한 노란색을 띠어서 송황이라고도 하며 가벼워서 바람에 쉽게 날리고 물 위에 둥둥 뜬다. 송홧가루는 맛이 달착지근하면서 향이 좋다. 설사, 소화성 궤양이나 만성 변비에도 송화를 물에 타 먹으면 좋고, 폐를 보호하고, 신경통, 두통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의병대장 곽재우가 임진왜란 이후 곡식을 끊은 다음 산속에서 도를 닦으며 송홧가루를 먹고 신선으로 살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송화밀수는 끓여서 식힌 물이나 생수에 꿀(또는 설탕)을 타서 꿀물을 만들고, 송홧가루를 넣고 잣을 띄우면 완성된다. 꿀은 단맛을 내면서, 동시에 풍미와 습기를 보존하는 성질을 가진다.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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