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운 현실 '한공주'

무섭다. 그리고 잔인하다. 이것이 정녕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사실에 울분이 터질것만 같다.
세계가 먼저 주목한 영화 '한공주'가 지난 17일 개봉, 입소문을 타고 꾸준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공주'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고 쫓기듯 전학을 가게 된 공주(천우희)가 아픔을 이겨내고 세상 밖으로 나가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퍼즐을 풀어나가는 듯한 독특한 이야기 전개방식과 배우들의 호연, 섬세한 연출력으로 해외 유수 영화제들로부터 주목을 받는 수작이다.
'한공주'는 굉장히 불친절한 영화다. 뚜렷하게 제시하는 팩트도 없고, 계속 과거와 현재를 반복하며 공주의 일상을 보여준다. 대충 '말못할 사정이 있겠다'는 상상은 하게 하지만, 속시원하게 말해주지 않는 불친절한 연출을 보이는 영화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통해 공주의 말못할 아픔을 가슴 깊이, 폐부 깊숙한 곳으로 들어오게 만든다. 그래서 하나하나 진실이 밝혀질 때마다 더 큰 아픔과 충격, 그리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거부감이 동시에 들어온다. 그것은 곧 불편한 진실이다. 그래서 더 불친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아픔, 그리고 인정하기 싫은 뼈아픈 진실들을 공주를 통해 끄집어내야 하는 현실이기에, 더욱 그런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확실히 단언할 수 있는 건, 공주는 정말 착한 소녀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순수하다. 그런 공주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오히려 그녀가 사람들을 피해다녀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늘 마주한다. 당연하지 않은 상황인데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또 미안하다고 하면서 그녀를 코너로 몰아 넣는 현실을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게다가 그녀를 둘러싼 최악의 환경들은 더욱 서글프다. 영화를 보면 볼수록 공주에게 더욱 애잔한 마음이 들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 오히려 공주를 민폐, 그리고 있어서는 안 될 사회악으로 본다. 참으로 기가막힌 현실이다.
공주가 당한 예기치 못한 사건은 찔끔찔끔 비가 내리듯 조금씩 공개된다. 일부 관객들은 더이상 보지 못하고 문을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 속 공주는 그럴 수 없다. 공주에겐 현실이고, 이 또한 그녀의 삶이기에… 그럼에도 생존해야 한다. 그녀는 살아야 할 이유가 있지만 주변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다. 참, 한스러운 상황의 연속이다.
결국 극의 말미에는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진다.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라고 읖조리는 그녀의 말 한마디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기적인 어른들, 그리고 잔인한 사회는 그녀를 숨조차 쉬지 못하게 한다. 분명 그녀도 피해자인데, 피해자가 될 수 없는 이상한 현실에 분통을 터트려야 하지만, 공주는 한 번도 화를 못낸다. 그게 현실이기에.
천우희의 열연과 이수진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한공주'. 아마도 이보다 더 무서운 영화는 당분간 없지 않을까. 4월17일 개봉.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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