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세포 복제' 인간 배아줄기세포 성공

임소형기자 2014. 4. 18.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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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병원 이동률 교수·정영기 박사팀미국 이어 세계 두번째살아있는 성인 체세포로 복제한 건 세계 최초'황우석 데이터 조작' 이후 국내 연구진 손으로 만들어환자 맞춤형 세포치료제 개발 가능성 있어 기대1,2년 동물실험 등 상용화까진 시간 걸려

국내 연구진이 사람의 피부세포를 복제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불임치료 후 남은 수정란 대신 체세포를 복제해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만든 것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2004년 미국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했다가 데이터 조작 사실이 드러난 바로 그 세포를 한국 연구진이 만든 것이다.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이동률 교수팀과 차병원 계열사인 미국 차헬스시스템즈 정영기 박사팀은 17일 "미국인 남성 2명(75세, 35세)에게서 피부세포를, 미국인 여성 4명에게서 77개의 난자를 기증받아 배아줄기세포 2개를 만들었다"며 "살아 있는 성인의 체세포로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수립한 건 세계 처음"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 오리건대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팀이 만든 복제 배아줄기세포에는 사산된 태아와 8개월 된 영아의 체세포가 이용됐다.

차병원 연구진은 난자에서 유전정보가 들어 있는 핵을 뺀 다음 특수 단백질을 처리해 피부세포와 융합시켰다. 이 과정이 바로 체세포 복제인데 이를 통해 두 세포가 합쳐지면 정자와 난자가 만나 만드는 것과 같은 수정란(배아) 상태가 된다. 연구진은 5~7일이 지난 뒤(포배기) 수정란의 가운데 생성된 세포덩어리에서 배아줄기세포를 뽑아냈다. 이렇게 얻은 배아줄기세포의 유전자는 복제 전 피부세포의 유전자와 일치했다. 복제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의미다. 차병원 연구진의 논문은 줄기세포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셀스템셀 1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성인의 체세포로 만든 복제 배아줄기세포는 면역거부반응 없는 환자 맞춤형 세포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난치병 환자 자신의 체세포를 채취해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든 다음 필요한 세포로 분화시켜 손상된 조직에 주입하는 치료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교수는 "1, 2년에 걸쳐 동물실험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증명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공 확률이 현저히 낮은 것도 과제다. 차병원 연구진은 난자 77개로 배아줄기세포를 2개 만들어 2.6%의 수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 연구진이 난자 8개로 배아줄기세포 4개를 수립한 것(50%)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 배아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장기로 자랄 수 있어 이상적인 세포치료제로 각광받고 있지만, 만드는데 난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생명윤리 논란은 여전하다. 기술 발달로 수율이 향상된다 해도 하나 이상의 난자가 파괴될 수밖에 없다.

난자 없이 만들 수 있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iPS는 체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처리,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한 능력을 갖는 발달 초기 상태로 되돌려놓은(역분화) 것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iPS는 만드는 과정에서 유전자를 추가로 넣기 때문에 인체에 안전한지를 두고 논란이 많은 데다 미토콘드리아(세포 내 기관) 질환은 치료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배아줄기세포만 미토콘드리아 질환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차병원 연구팀은 동일한 체세포로 복제 배아줄기세포와 iPS를 모두 만들어 둘의 장단점을 상세히 비교할 계획이다.

황우석 전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 이후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이 많았던 인간 복제 배아줄기세포가 미국과 한국에서 잇따라 만들어지면서 향후 줄기세포 연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복제 배아줄기세포 수립은 미국에 뒤졌지만, 불임치료 후 남은 수정란으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 임상시험을 한 것은 한국이 선두다. 차병원은 미국 생명공학기업 ACT와 함께 노인성 망막변성과 스타가르트병(유전성 망막질환) 환자의 눈에 수정란 배아줄기세포를 주입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2011년 몸 속에 존재하는 성체줄기세포를 세포치료제로 처음 상용화한 나라 역시 한국이다. iPS를 최초로 만들어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일본은 올해 세계 첫 iPS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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