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르하치 만주어 이름은 '타이주 수러 버일러' 등 다양

중국을 정복하고 대제국을 건설한 청은 만주족의 나라다. 청나라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만주어도 거의 사멸했지만 만주족의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 있다.
청의 전성기인 건륭제 44년(1779) 무렵 편찬된 <만주실록>은 만주족의 조상과 청을 건국한 태조 누르하치의 사적을 서술한 관찬 사서다. 본문을 한문과 몽골어, 만주어의 세 언어로 병기하고 있는 이 책의 만주어 문장을 국내 처음으로 완역한 <만주실록 역주>(소명출판사 발행)가 나왔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만주학센터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년 간 윤독과 번역 작업 끝에 완성했다.
<만주실록>의 만주문은 청 건국 초기 모습과 만주족 고유의 풍습을 잘 담고 있어 가치가 있다. 누르하치의 호칭과 날짜 표기법이 그 증거다. 한문본이 누르하치를 '태조'라 부르는 데 비해 만문본은 '타이주 수러 버일러' '타이주 쿤들러 한' '타이주 겅기연 한' 등 다양한 호칭을 쓰고 있어 누르하치의 지위 변천 과정과 한족의 영향을 받기 전 만주어의 특성을 보여준다. 날짜 표기도 중국식 간지 대신 2월은 '봄의 중간 달', 4월은 '여름의 첫 번째 달', 9월은 '가을의 마지막 달'식으로 만주족 고유의 월력을 쓰고 있다.
청대에 편찬된 누르하치 실록은 <만주실록>에 앞서 <태조무황제실록>과 <태조고황제실록>이 있다. 이미 사서가 있는데 건륭제가 다시 <만주실록>을 편찬한 데는 한족의 영향으로 쇠퇴해가던 만주족의 상무 정신과 정체성을 환기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
<만주실록>은 청 초기 역사와 만주어 연구의 핵심 사료로 일찍부터 번역이 이뤄졌다. 그중 만주문을 일본어로 옮기고 주석을 붙인 이마니시 ??주의 <만화 대역 만주실록>(1938)은 오랫동안 관련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몽골어 부분의 한글 번역본으로는 <몽문만주실록>(최형근 역ㆍ1971)이 나와 있다.
이번에 출간된 만주문 번역은 몽골어, 만주어의 기존 번역과 원래의 한문 텍스트를 참조한 것이다. 중국사, 한국사, 일본사, 문헌학, 불교학 등 여러 분야 학자 12명이 참여했다. 만주문 한 줄과 바로 아래 한글 번역 한 줄이 교차하는 편집을 했기 때문에 여느 번역서처럼 쭉 이어서 읽기엔 불편하다. 만주문은 만주어 고유 문자가 아닌 영어 알파벳으로 소리 나는 대로 표기했다. 각 단어의 만주어 발음과 한글 번역을 대조할 수 있어 만주어를 공부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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