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황제출소 허락한 교도소장, 법무부 보고도 안해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가족의 승용차를 교도소 안까지 불러 들여 취재진 몰래 정문을 빠져나간 이른바 '황제 출소' 사건.
당국은 이런 사태를 낳은 책임자인 김모 광주교도소장에 대해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경고는 그냥 구두 경고가 아닙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명의의 경고장이 김모 교도소장에게 보내지고, 인사상 기록으로도 남게 됐습니다.
이 정도로 충분한 걸까요. 하지만 아직도 밝혀지지 못한 게 많습니다. 국민들은 사건 전말을 궁금해 합니다.
김모 교도소장은 대체 왜 이런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을 했을까요. 또 근거는 무엇일까요.
보통 승용차가 교도소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일입니다. 광주교도소 앞에도 외부정문쪽에 수감자나 노역 유치 가족이 세울 수 있도록 주차장이 마련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허 전 회장 가족의 차가 들어왔다 유유히 나갈 수 있었던 건 왜 일까요.
취재 결과 이번 엄중 경고를 받은 사람은 세 명입니다. 김모 교도소장과 B 부소장, C 당직간부입니다.
문제는 C 당직간부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26일 밤 전국에서 몰려든 취재진이 벌금 납부계획에 대해 들어보자며 광주교도소 외부정문 앞에 진을 친 상황이었죠.
C 당직간부는 이날 밤 김모 교도소장에게 "취재진과 허 전 회장이 몸싸움이 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승용차로 출소하도록 하자"고 건의했습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마침 허 전 회장에 대한 신병인수증을 작성하러 온 허씨의 사실혼관계의 부인 황모씨가 승용차 편으로 교도소 인근에 왔으니, 이 차를 교도소 내로 들여서 허 전 회장을 나가게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벌금 납부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은 사적인 질문이 아닙니다. C 당직간부는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건의를 한 셈이죠.
김모 교도소장은 법무부에 보고도 없이 이것을 전격적으로 허가합니다. 법무부 간부들도 김 교도소장의 26일 밤 독단적 결정과 보고누락에 대해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허가 근거는 이렇습니다. '계호 업무지침'이라고 해서 교도소내 교도행정을 규율하는 법무부 훈령이 있습니다.
이 규정 중에 개인 차량이 교도소 외부 정문을 통과할 수 있는 규정이 있습니다. 수사당국 차량이나 교도행정 차량이나, 환자 이송을 위한 차량이거나 교도소 필요물건 이송차량 등입니다.
그런데 관련 규정 마지막에 '기타 교도소장이 허락한 경우'가 있습니다. 아주 예외적으로 환자 등이 나가는데 의료기관차량 등을 부르기 어려운 상황 정도에나 적용되는 규정입니다.
광주지검에 출석한 허 전 회장을 보면 매우 건강합니다. 교도소장이 허락할만한 질환이 있는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김모 교도소장은 법무부 보고없이 재량으로 승용차 출입을 허용해 '황제 출소' 비판을 받는 것입니다.
법조계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출소 때와 허 전 회장의 출소 상황을 비교하곤 합니다.작년 9월 초였죠. 이상득 전 의원은 새벽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1년2개월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했습니다.
당시 이상득 전 의원은 몸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교도소 외부 정문에서 취재진을 상대로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사과 메시지를 직접 밝히고 나서 승용차를 타고 나갔습니다.
허 전 회장은 이상득 전 의원보다 현재 훨씬 건강해 보입니다. 검찰 출두때 말하는 상태나 걸음걸이를 보면 그렇습니다. 국민적 공분을 이 전 의원보다 더 샀으면 샀지 덜하진 않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형보다 더 자유로운 허 전 회장의 파격행보, 과연 무엇이 영향을 끼친 걸까요.
허 전 회장의 여동생이 광주교도소 민간 교정위원을 지냈고 사태 당시에도 교정협의회 중앙회장을 맡고 있던 점에 의심이 갑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보도는 여동생과 교류하고 친분이 있는 광주교도소측과의 막연한 친분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추측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취재 결과 여동생은 허 전 회장이 노역장에 유치된 닷새 중 노역중단 결정을 전후해 광주교도소 간부에 문의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무부에서 감찰에 준한 조사를 거쳐 확인한 사항입니다. 다만 통화내용은 노역장 유치 중단시 석방절차 정도였고, 면회나 승용차 출소 편의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국 4800명의 민간 교정위원의 대표인 여동생이 광주교도소측에 민감한 시기에 문의전화를 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입니다. 여동생도 이를 통감했는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중앙회장직을 내놓았습니다.
김모 교도소장과 당직간부, 그리고 여동생인 전 교정협의회 중앙회장은 '황제 출소'라는 국민적 비판에 대해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겠습니다.
JTBC 사회부 백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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