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술술] 전교생에 노트북·아이패드 지급.. '마인크래프트'로 수업도

2014. 3. 1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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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ICT 교육 탐방기

호주 브리즈번 시내에서 자동차로 1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한 한적한 주택가. 좁은 도로를 따라 조금 더 들어가니 아담한 학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성 에이든 성공회 여학교(St. Aidan's Anglican Girls' School·에이든 스쿨)의 캠퍼스다. 유치원부터 12학년(우리나라 고3에 해당)까지 전교생 750명뿐인 작은 학교다. 언뜻 보면 어느 교외에서든 볼 수 있는 평범한 학교 같지만 이곳에서는 조용한 정보혁명이 일어나는 중이다.

◆교실 구석구석까지 파고든 '스마트 교육'

에이든 스쿨 도서관에 모인 8학년 여학생들이 노트북 컴퓨터를 펼쳐놓은 채 옆자리 친구와 대화를 하고 있다. 검색을 하다 자유롭게 자리를 옮기는 모습이 마치 '쉬는 시간' 같지만 엄연한 수업시간이다. 저마다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독후감을 쓰기에 앞서 책과 작가의 정보를 검색하고, 본인의 생각을 친구들과 나누는 중이었다. 에이든 스쿨은 전교생에게 노트북 컴퓨터와 아이패드를 지급하고, 학내 어디서든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수학과 과학, 영어, 예체능 등 과목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 필요에 따라 ICT(정보통신기술) 기기를 쓸 수 있다. 모든 교실에는 칠판 대신 스마트보드(일반칠판과 모니터 기능이 결합한 것)가 설치돼 교사는 온·오프라인 교육을 넘나들며 수업을 진행한다. 가령 화학 시간에 화학 반응식을 보드에 써서 가르치고, 관련 실험 동영상을 옆에 띄워 설명을 이어가는 식이다. 스마트보드에 판서된 내용은 자동 저장돼 인터넷으로 올라간다.

미술실에는 3D 프린터까지 있어 학생이 디자인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대부분 학생이 수업 중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를 사용하지만 책과 공책만 펼쳐놓은 학생도 간간이 눈에 띈다.

이 학교의 ICT 교육 및 연수 책임자인 네이선 베버리지는 "학생마다 공부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스마트기기를 쓸지는 학생이 결정한다"며 "스마트기기는 교과서와 공책, 참고서적 같은 교육의 수단이지 그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말하자면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기기 등 ICT를 활용하는 것처럼 학교의 ICT 역시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뜻이다.

에이든 스쿨은 학습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운영체계도 마련했다. 교육관리시스템(LMS)을 구축해 전 학년 모든 교과목마다 각각의 페이지를 만들어 전 수업과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은 본인이 듣는 수업 페이지에 들어가 교사가 올려놓은 일정표와 과제, 수업내용을 파악하고 자신이 필기한 것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한다. 궁금한 점은 메일을 보내 질문을 할 수 있다. 각종 IT기기는 학내 전담 센터에서 관리한다. 교사는 수업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다.

◆게임을 공부로 '발상의 전환'

시드니에 있는 녹스 그래머 스쿨(Knox Grammar School·그래머 스쿨)도 모든 수업과정에 ICT 교육을 끌어왔다.

초등학교 4학년 독서 시간. 한 학생이 '왜 책을 읽는가'란 주제로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독서 수업을 듣는 학생은 모두 각자의 '위블리'(학생용 폐쇄형 블로그)를 만들어 읽은 책의 감상문을 올린다. 책과 관련된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 올리거나 스스로 제작한 발표파일도 게시할 수 있다.

친구의 위블리에 들어가 친구가 올린 감상문에 댓글을 달 수도 있다. 다만, '이 책은 재미없다/있다', '나는 이 생각에 반대/찬성한다' 같은 단순한 글은 가급적 올리지 않도록 교사가 지도한다. 모든 글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호주 시드니 녹스 그래머 스쿨 4학년 학생들이 학생용 블로그인 '위블리'에 독서 감상문을 올리고 있다.

미술 시간에는 태블릿PC로 '내가 간 해변'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해당 지역을 구글 맵에서 찾아 저마다 발표 파일을 만든다. 많은 수업 시간이 이처럼 '수업-내용 정리-추가정보 검색-발표' 형태로 진행된다.

그래머 스쿨은 지난해 ICT를 활용한 특별한 수업도 기획했다. '마인 크래프트'로 화성에 기지를 짓도록 한 것이다. 마인 크래프트는 3차원 블록을 부수거나 쌓아서 자기만의 세상을 만드는 게임이다. 온라인으로 레고 놀이를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호주 시드니 녹스 그래머 스쿨 2학년 학생들이 태블릿 PC로 '내가 간 해변'이란 주제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교사들은 마인 크래프트라고 하면 고개를 젓는다. 중독성이 강해 학생들이 집이든 학교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빠져드는 탓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래머 스쿨은 '이이제이(以夷制夷·오랑캐를 오랑캐로 무찌름)'를 택했다. 마인 크래프트는 창의성과 협업을 바탕으로 한 게임이다.

학교는 8학년 학생들에게 '화성에 지속가능한 기지를 세우라'는 과제를 부여했다. 학생들은 3∼4명씩 그룹을 지어 각자 역할을 나눈 뒤 화성에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조건을 찾고, 기지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현실화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언어와 수학, 과학, 지리, 기술 지식을 총 동원하는 융합교육이 됐다.

캐런 예거 교무부장은 "호주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적용 가능한 지식"이라며 "수업시간에 보고 들은 내용을 실제 과제로 활용하는 능력을 가르치기 위해 마인 크래프트를 떠올렸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그래머 스쿨에서는 스마트폰 중독 같은 문제가 없을까.

이 학교의 한 관계자는 "그건 모든 사회의 문제"라는 말로 대답을 시작했다. 그는 "중독은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어떻게 해결할지 정답을 아는 사람은 없다"며 "그렇지만 무엇을 먹고, 얼마나 자고, 몇 시간 공부할지 일정을 관리하는 것처럼 ICT를 얼마나, 어떻게 이용할지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에 방호벽을 둘러 'ICT 무풍지대'로 만들 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올바른 사용 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브리즈번·시드니=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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