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딩블루스]죽음에 내몰린 회계사
[머니투데이 박경담기자]얼마 전 한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가 숨졌다. 외부 감사를 위해 제주도로 출장을 갔다 일어난 일이었다. 이 회계사는 전날 감사를 마친 뒤 숙소에 들어와 잠을 자던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사인은 부검이 완료되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일선 회계사들은 업무가 집중적으로 몰리는 감사시즌(1월~3월)에 벌어진 일이라 과로사일 가능성이 높다며 안타까워했다. 한 동료 회계사는 "미국과 지방 출장이 연이어진 게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평소 지병이 없던 30대 중반의 건장한 남자라 더욱 안됐다"고 애도를 표했다.반면 소속 회계법인 쪽은 "아직 과로사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다만 도의적 차원에서 장례비를 모두 지급하고 위로비 역시 유가족에게 드릴 것이다"라고 말했다.비보를 들은 회계사들은 자발적으로 조의금을 모으기도 했다. 청년회계사회 주도로 모금한 결과 사흘 만에 320여명의 사람들이 1200만 원가량을 모아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모금에 참여한 회계사는 "이번 일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닌 나 자신의 일이란 생각에 사람들이 마음을 모은 것 같다"고 말했다.죽음은 극단적인 사례지만 필드(현장)에서 감사를 실시하는 회계사들은 업무량이 과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4년차 회계사는 택시에 빗대어 업무강도를 지적했다. "새벽 3-4시가 되면 택시들이 회사 앞에 많이 정차돼 있다"며 "기사님에게 물었더니 이 시간에 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아 택시기사들 사이에선 주된 영업장소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요"라고 전했다.감사를 나갔다 피감기업의 클라이언트(고객)와 회식이라도 하는 날은 특히 고역이다. 한 6년차 회계사는 "감사 수수료를 받는 입장에서 클라이언트와의 회식은 피할 수 없는 자리다"라며 "다음 감사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술자리가 끝난 뒤에도 일을 계속해 밤을 새기 일쑤다"라고 토로했다.지난 설 연휴에 불가피하게 휴식 대신 일을 택하는 회계사도 있었다. 갓 회계법인에 입사한 1년차 회계사는 "감사 일정이 많아 설 당일만 쉬고 계속 일했는데 설 당일에도 현장에 출근한 동기를 보며 위안을 삼았다"며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3년차 이상은 우리보다 업무량이 더 많아 앞으로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이 같은 회계사의 살인적인 업무 환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1년 IFRS(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연결재무제표 작성 책임이 생기며 회계사의 업무량이 늘어났고 회계법인 간 저가수임 경쟁으로 회계사가 감당해야 할 감사기업이 늘어난 탓이 크다. 특히 저가수임 경쟁은 감사 기업 수 증가 → 회계사 업무량 및 책임 증가 → 실무진 급 회계사 이탈 → 남은 회계사 업무량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는 분석이다.기업이 맡아야 할 일을 감사인에게 떠넘기는 관행도 회계사 업무를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피감기업이 감사인에게 부실한 결산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공공연한 일이다. 기업은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만 작성하고 현금흐름표·자본변동표·주석 등 나머지 결산 자료는 회계사가 작성한다는 것이다.또 다른 회계사는 "회사가 해야 할 일들을 회계사가 대신하는 상황부터 개선돼야 한다"며 "금융당국은 감사인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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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경담기자 dam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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