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어디에나 있는 동전도 시대 깃든 소중한 문화재죠"

'제가 가지고 있는 1967년도 10원짜리 동전을 얼마에 팔 수 있을까요.' 지난달 10일 포털사이트 등에는 발행연도가 오래된 10원, 50원 동전의 시세를 묻는 글들로 넘쳐났다. 이는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등 SNS에서 '연도별 동전 가치'라는 게시글이 퍼지면서부터다. 내용인즉슨 70년대 발행된 10원짜리가 화폐상들에게 1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들 동전이 실제로 고가에 판매될 수 있는 것인가.
"동전의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비싼 값에 거래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발행 당시의 통화량과 보존상태죠." 서울 중구에서 '화폐천국'을 운영하고 있는 권순모(43)씨는 2일 동전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화폐수집가들 사이에서도 이름난 화폐상인 권씨의 화폐천국은 오래된 동전을 믿고 매매할 수 있는 곳으로 네티즌들에게 알려져 있다. 권씨가 회현지하상가에서 가게를 운영한 지도 벌써 10년째. 7살 당시 설날 세배를 하고 받은 10전, 50전이 권씨가 화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였다. 중학생 때부터 본격적으로 옛날 돈을 수집하기 시작한 권씨는 화폐상으로 변모하기 전까지 오직 화폐수집 외길을 걸었다. 이제는 주화나 지폐의 발행연도, 도안만을 보고도 당시의 역사적 상황, 문화를 훤히 꿸 정도이다.
권씨는 "동전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는 우선 희소성"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은 1998년에 500원 주화를 발행했지만, 시중에는 내놓지 않았다. 다만 기념주화세트 형식으로 제작된 것이 8,000여 개 남짓 존재한다. 한 주화의 연간 발행량이 평균 억단위인 것을 감안한다면 매우 적은 숫자다. 그래서 98년도 500원짜리 동전은 최고 80만원에 달하는 몸값을 자랑한다.
권씨는 동전의 보존상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희소한 동전이라도 사용 감이나 상처가 있다면 비싼 값을 받을 수 없다"며 "많은 손님이 일상에서 사용하던 동전을 들고 가게를 찾아오지만 높은 가격을 받을 정도로 상태가 좋은 것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주화 대부분은 구리, 아연 등의 물질로 이뤄져 있는데 동전이 사람 손에 닿는 순간 화학반응을 하며 변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희소한 동전을 발견했다면 습하지 않은 곳에 보관하면서 손으로 만지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권씨는 화페천국을 운영하면서"다른 상점에서 가짜 돈이라며 받아주지 않을 정도로 희귀한 돈이 손에 들어왔을 때 묘한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종종 억지를 부리는 손님들 탓에 난처한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손님이 '귀한 동전인데 왜 사지 않느냐'며 사기꾼으로 몰아붙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는 "동전 수집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동전 하나도 문화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의 주화에는 존경받는 인물이나 역사적 장소가 새겨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시대별로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화폐수집의 인기가 절정이던 7년 전보다 지금은 가게를 찾는 사람이 많이 줄었지만, 권씨에게는 꿈이 있다. 동전에 관심을 두고 건전하게 수집을 하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 권씨는 "가게를 방문하는 학생들에게 동전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하면서 숨은 사연이나 수집 비결을 알려주는 역할에서 의미를 찾는다"고 말했다. "동전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고 수집하는 데 큰 비용이 들지도 않아요. 마음을 비우고 하나씩 모으다 보면 언젠가는 꼭 그 가치를 인정받을 날이 올 겁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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