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강남 성형외과 '턱뼈 탑' 논란의 전말
"어디 성형외과라고요? 우리 관내에 있는 것은 맞습니까." 1월 20일 오후, 기자와 강남구청 환경과 관계자의 통화내용이다. 전화로 홈페이지 주소를 불러줬다. 여러 번 시행착오 끝에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진을 본 담당자의 말은 이랬다.
"저건 의료폐기물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의료폐기물의 경우 위탁업체가 정해져 있습니다. 위탁업체가 어디인가부터 확인해야겠네요. 일단 내일 현장에 가서 확인해보고 전화를 드릴게요." 이 담당자에 따르면 이 경우 과태료 부과대상이다. 벌금은 50만원에서 300만원 사이. 시정명령을 내리면 며칠 안에 처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월 21일과 22일, '뼈탑'은 인터넷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로 올랐다. 21일 강남구청의 해당 성형외과 방문 소식을 일부 매체에서 보도한 뒤였다. '강남 유명 성형외과 턱뼈탑 헉' 식의 제목을 단 인터넷 기사도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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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O성형외과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했던 턱뼈탑 사진. 보도로 사진이 이슈가 되자 현재 홈페이지에서는 삭제되었다. | 인스티즈 |
강남구청은 "해당 성형외과를 단속한 것은 한 민원인의 제기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말 '헉'이다. 기자의 취재가 '민원'으로 바뀌다니. 기자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턱뼈탑'에 대한 포스팅을 읽은 것은 1월 19일. "그로테스크하다", "법 위반사항은 아닐까"라는 단평이 달렸지만 19일과 20일 사이에는 크게 이슈가 되지 않고 묻혔다.
기자는 이 게시물과 관련해서 페이스북 '언더그라운드.넷 공작소'에 해당 이미지와 개략적인 취재방향, 강남구청 담당과, 위반되는 법 내용 등을 정리해 올렸다.
1월 21일 오후 강남구청 측 인사가 방문하기 전 기자는 해당 성형외과에 연락해 턱뼈탑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아직까지 해당 성형외과의 입장을 취재한 보도는 없다.
"실제 턱뼈 맞고요, 원장님께서 지금까지 시술하신 것으로 만든 것이 맞습니다." 본인 동의를 받았는지 궁금했다. "글쎄요. 나오는 대로 다 쌓아놓은 것은 아니고 이전부터 해오신 것을 쌓은 것입니다." 그리고 핵심적인 질문, 혹시 의료폐기물법 위반은 아닐까. "전부 소독한 뒤 사용한 거거든요. 병원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고…." 이 병원 측 관계자, 아주 잘못 짚었다.
기자는 강남구청에 문의하기 전 환경부로부터 법조항 해석을 들었다. '턱뼈'는 현행 폐기물 관리법 2조 5항의 의료폐기물에 해당한다. 해당 조항을 보면 의료폐기물은 "보건·환경보호상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폐기물로 인체조직 등 적출물(摘出物)"을 들고 있다. 턱뼈는 인체조직에 해당한다.
"1월 21일 오후 3시쯤에 해당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우리도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단순 조형물이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장에 가서 보니 정말 턱뼈더군요." 강남구청 담당 팀장의 말이다. 턱뼈탑은 이날 오후 바로 철거되었다.
해당 성형외과엔 폐기물법상 보관기준 위반으로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언론 보도로 유명세를 탄 병원은 1월 22일 정기휴무라며 문을 닫았다. < 주간경향 > 의 취재가 강남 유명 성형외과 턱뼈탑 관련 '민원 제기'로 둔갑한 사건의 전말이다.
<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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