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떡, 넌 언제부터 삐딱했니
경남 창원에 사는 주부 박숙녀(58)씨는 "어렸을 때 떡국에 들어 있는 떡국떡이 요즘처럼 길쭉한 타원형이 아니라 동그란 원형이었다"고 기억한다. 박씨의 고향은 경남 밀양. 떡국떡 모양이 지역별로 달랐던 걸까. 그렇지는 않다.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은 "조선시대 궁중에서 가래떡을 동그랗게 썰어서 떡국을 끓여 겨울밤 야참으로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면서 "옛날에는 떡국떡이 원형이었지, 타원형으로 썰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석봉의 어머니가 "나는 떡을 썰 테니 너는 글씨를 쓰거라"며 불을 껐을 때 썬 떡이 가래떡이었다면, 대각선으로 어슷썰기 하지 않고 직각으로 썰었을 것이란 말이다.
◇언제·왜 삐딱해졌나
떡국떡을 언제부터 어슷썰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꽤 오래전부터 그랬던 듯하다. 서울 망원동 '경기떡집' 사장 최길선(61)씨는 "열일곱 살 때부터 떡집에서 일했는데, 그때도 가래떡을 지금처럼 타원형으로 썰었다"고 말했다. 적어도 40년 전부터는 어슷썰기가 보편화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떡국떡을 직각으로 동그랗게 자르지 않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한복려 원장은 "직각보다는 사선으로 칼질하기가 더 쉬운 데다, 어슷썰기로 하면 떡국떡이 훨씬 커지기 때문에 푸짐하고 풍성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일한 가래떡을 직각과 대각선으로 썰어봤다. 직선으로 동그랗게 썰 경우 떡국떡 지름이 2.5㎝인 반면, 사선으로 타원형으로 썰면 긴 쪽의 지름이 5~6㎝로 두 배 이상 커졌다.
일부에서는 "떡국떡을 칼이 아닌 기계로 썰면서 어슷썰기가 확산됐을 수도 있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기계연구원은 "기계화 때문에 떡국떡 모양이 바뀌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기계연구원 관계자는 "가래떡을 직각으로 썰 때보다 사선으로 썰 경우 투입되는 총에너지가 더 많다"면서 "에너지 효율성에서는 직각 썰기가 낫다"고 말했다.
◇원형 vs. 타원형 뭐가 낫나
떡국떡을 원형으로 썰어야 하느냐, 아니면 타원형으로 썰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음식연구가 박종숙 손맛작업실 원장은 '원형 떡국떡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씨는 "하얗고 동그란 떡국떡은 태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순수함, 완전함을 상징한다"며 "새해 복이 들어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복려 원장은 "완전한 원형은 너무 작고, 그렇다고 너무 긴 타원형일 경우 숟가락에서 떨어지기 십상"이라며 "살짝 타원형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동그란 떡국떡은 파는 곳이 거의 없다. 동그란 떡국떡으로 떡국을 끓이고 싶다면 집에서 직접 써는 수밖에 없다. 박종숙 원장은 "동그란 떡국떡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일 년 한 번 먹는 설 떡국떡은 집에서 써는 수고를 들이는 것도 괜찮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가래떡을 다용도실이나 난방하지 않는 뒷방 등 서늘한 곳에서 하루에서 이틀 정도 두면 잘 썰린다"며 "가래떡 표면만 마르는 게 아니라, 속까지 단단하게 굳히는 게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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