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이운다' 이 싸움꾼들에게 열광하는 이유

김교석 2014. 1. 2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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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이운다' 싸움구경의 흥분과 허세 통했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웅크리기 십상인 이 겨울 TV에서 느닷없이 '주먹'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우연찮게 낭만주먹 콘셉트의 KBS 마초드라마 < 감격시대 > 와 XTM의 서바이벌 시리즈 < 주먹이 운다 > 시즌3이 비슷한 시기에 찾아왔다. 특히 지난 시즌들과 확연히 달라진 < 주먹이 운다 > 시즌3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화요일 밤 자정 무렵 방송할 때부터 그 다음날까지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한다. 예전 < 슈퍼스타K > 가 잘나갔을 때처럼 관련 동영상들이 여기저기 떠돌고 일반인 도전자에 대한 관심은 지인들의 무용담과 카더라 통신을 통해 널리 퍼진다.

시즌1이 이종격투기에 대한 낭만과 열정을 내세운 입문 과정이었다면 전국의 싸움 고수들을 찾아서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닌 시즌2는 마치 최배달의 존재를 찾아가는 무협만화 같았다. 고수를 찾기 위해선 까다로운 검증이 필요했다. 그리고 시청자들 앞에 투명할 필요가 있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확인하는 방법은 단 하나, 싸움을 붙어보는 거였다. 상위랭커 프로 격투가들을 절대고수라 하여 도전자들은 그들을 상대로 3분을 버텨야만 생존하는 일종의 관문이 등장했다. 고수를 선별하고자 도입했던 '지옥의 3분'이 시사용어 그대로 대박을 쳤고, 덕분에 < 주먹이 운다 > 시리즈의 타겟은 MMA 마니아에서 남성 시청자 전체로 확장되었다.

온몸을 내던져 남자답게 도전하는 '지옥의 3분'은 수컷들의 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했다. 스포츠로 발달한 MMA에 대한 이해와 주먹질이란 원초적 흥분, 주먹대장에 대한 본능적 동경을 동시에 타격했다. 조오련과 거북이의 수영 실력을 놓고 갑론을박을 하듯 어렸을 때부터 끊이질 않았던 싸움구경의 흥분과 허세는 시청자들의 로망을 건드렸다. 시청자들은 북파공작원, 일진, 양아치, 아마추어 선수, 무술 유단자, 특히 조폭과 동네 싸움짱들의 '실력'에 온 관심이 쏠렸다. 프로 파이터들을 상대로 그들은 얼마나 해낼지, 동네마다 숱하게 뿌려져 있는 전설의 완력가들의 '실체'를 확인하는 재미에 빠졌다. MMA의 높고 험한 벽 위에서 지켜보며 묘한 쾌감을 느꼈다.

웃음도 있었다. 허세가 과하다 못해 김성모 화백의 만화 속과 현실을 구분 못하는 도전자들의 잇따른 등장은 코미디였다. 나가떨어지거나 다리 풀려나가는 동네 양아치, 건달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히틀러만한 권위가 있다고 해서 양곡의 히틀러라 불린다는 a.k.a 척추킬러와 그의 친구이자 라이벌 고막킬러의 처참한 말로는 이 프로그램이 제공한 정서적 쾌감의 상징이었다.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주먹 앞에 피해오고 눌려왔던 시청자들은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의 희열이 있었다. 무도가 아닌 주먹은 MMA 앞에서 박살났다.

'영웅의 탄생'이란 부제를 건 시즌3은 시즌2의 이 정서를 이어받아 말 그대로 재탄생했다. 핵심은 엔터테인먼트화다. 멘토단의 스케일도 커져서, UFC < 디 얼티밋 파이터 > 처럼 팀별 대항전이 됐고 참가자들의 수와 질도 개선됐다. 격투장면도 쉴 틈 없이 빠른 호흡으로 편집해,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여정의 심박수를 높인다. 아가리 파이터 등의 코믹 기믹도 있지만 100억 CEO나 밉상 악당 역할을 맡고 있는 '근자감' 박형근, 탈락한 야쿠자 출신 도전자 김재훈, 그리고 김재훈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껄렁하면서도 웃기는 캐릭터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자칭 부산협객 박현우 등 실력과 개성을 갖춘 캐릭터들이 등장해 얽히고설키는 스토리 구도를 마련했다. 앞으로 여기에 멘토들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 더해지고, 원석에 불과한 이들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부각될 차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호기심과 대리만족의 희열은 MMA에 대한 관심과 응원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지난 시즌보다 훨씬 늘어난 엔터테인먼트 요소들이 이 전환을 매끄럽게 도울 것이다.

< 주먹이 운다 > 시즌3에 쏟아지는 열광은 사실 해석의 여지가 별로 없다. 거칠게 말하자면 싸움구경의 재미이자 대리만족의 희열이다. 주먹과 몸의 야성과 남자들 특유의 허세와 구라가 결합한 싸움판이다. 동네에서 주먹으로 유명하다는 도전자들과 선수들이 맞붙는 것에 관심을 가는 건 이종격투기라는 것의 탄생도 같은 맥락에 있다. 어떤 무술과 격투기가 우월한가에 대한 원초적 호기심이 발단이었다. 그리고 MMA에 대한 이해가 늘었다. 일본 프라이드 시대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시청자들과 현재 격투기를 전 세계적인 스포츠로 격상시킨 UFC의 전성기를 살아가고 있는 시청자 층의 세대가 두터워졌다. 이런 발전과 맞물려 여전히 좁긴 하지만 MMA는 생활 스포츠로서 저변을 확대하는 중이다.

그 위에서 < 주먹이 운다 > 는 일종의 무협 스토리를 제공한다. 은둔 고수의 발견과 절대 가치 수호를 위한 처절한 응징, 그리고 대결 속에서 주먹 하나로 정상에 다가간다. 점점 사나이의 어깨를 움츠려들게 만드는 지금 세상에 몸 하나로 해나갈 수 있는 용기와 도전이고 싸움에 콤플렉스나 두려움이 있는 사람들도 배우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런 내제된 마음을 싸움구경을 통해서 발현시켜주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 연예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진=X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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