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그대' 표절? 잘나가는 작품 딴죽걸기 아닐까.

2013. 12. 2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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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5일 크리스마스를 맞아 온라인에는 SBS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의 표절논란이 화제였다. 일부에서 주장한 것은 지구에서 400년을 산 외계인과 톱스타의 사랑을 다룬 '별그대'가 영화 '맨 프롬 어스', 만화 '설희' 그리고 소설 '유성에서 온 연인'의 주요 장면을 베꼈다는 것이다.

온라인 호사가들은 조목조목 작품을 비교해 비슷한 점을 지적하며 표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별그대' 대본을 쓴 박지은 작가가 누리꾼들이 제시한 작품을 허락 없이 베꼈다고 주장한다.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바로 외계인과 지구인의 사랑 그리고 주인공이 불로불사라는 점, 마지막으로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외계 UFO의 등장 기록이 똑같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표절이라고 주장한 만화 '설희'와 '별그대'는 400년 전 광해군 때 UFO를 봤다는 점만 빼고 전혀 다르다. '설희'의 주인공은 외계인에게 피를 이식받고 불로불사가 되는 여자다. 그는 세월이 흘러 거액을 상속받고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가 환생했을까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다.

'별그대'는 400년 전 지구로 내려온 외계인이 조선시대 만난 여자를 2013년 현대에서 다시 만난다는 설정이다. 외계인 도민준(김수현)과 톱스타 천송이(전지현)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관전 포인트다.

두 작품 모두 400년 전 조선실록에 등장했던 광해군 시대 등장한 UFO가 소재다. 이야기의 공통점이지만, 이 기록은 그동안 예능프로그램에서 많이 다뤄온 소재다. 박지은 작가 역시 예능프로그램 코너를 맡았던 시절, 취재를 통해 기록을 알았다고 한다. 늘 새로운 소재를 찾는 작가들이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UFO 출몰기록을 찾는 건 이상하지 않다.

표절이라고 논란이 되는 것은 두 작품의 출발점이 되는 1609년 강원도에서 UFO가 등장했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만, 사극의 단골소재가 된 허준, 정도전, 광해군, 인현왕후, 장희빈이 등장하는 사극은 모두 서로 표절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새롭게 창작하는 것 자체가 표절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과거의 사실을 토대로 새롭게 창작하는 것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늘 상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표절논란이 시작된 '설희'와 '별그대'는 전혀 다른 작품이다. 강경옥 작가의 주장대로라면 판타지 소설에서 아더왕을 소재로 만든 작품은 최초 작품 외에 모두 표절이 된다. 영국의 건국신화 아더왕 이야기는 우리도 잘 아는 이야기다. 예수를 소재로 다룬 영화 역시 첫 작품 외에는 후속작은 모두 표절이란 이야기가 된다. 조선 건국사를 소재로 한 사극역시 마찬가지다.

역사적 사실을 먼저 작품에 도입했다고 이에 대해 저작권이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강경옥 작가가 광해군 시대 UFO등장을 가장 먼저 작품에서 재해석했지만, 그렇다고 그 역사적 사실을 다른 작가가 사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역사적 사실은 저작권이 없기 때문이다.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또 하나는 극중 주인공과 일반인의 체액이 섞이면 죽을 수 있다는 설정이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과 지구인의 상극인 설정이 등장한다. 체액이 섞이면 죽는다는 설정은 외계인과 지구인이 사는 환경이 다르다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는 단골 소재다. 할리우드 SF영화에서는 거대한 외계인이 지구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죽는 장면도 등장한다. 이렇듯 상투적인 표현을 표절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영화 '맨 프롬 어스'를 '별그대'가 표절했다는 내용도 그렇다. 1만4000년 동안 살아온 외계인이 소재인 '맨 프롬 어스'의 설정이 '별그대'의 주인공 도지한이 400년간 살아온 설정과 비슷하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따지면, 영화 '하이랜더'의 주인공 존 맥클레인이 불노불사의 주인공이란 점에서 후속작품이 표절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소재는 아일랜드 지방의 하이랜더 설화에서 차용한 것이다.

누리꾼들의 논리대로라면 1990년 작품 영화 '진용'과 2012년 만화 '설희'도 표절이라고 볼 만큼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주인공의 이름이 겨울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 남자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이 환생하길 기다렸다는 점 등 비슷한 점이 10가지가 넘는다. 이처럼 찾아보면 서로 비슷한 형식을 쓴 작품은 어디든지 찾을 수 있다. 두 작품은 내용전개가 비슷할 뿐 표절이라고 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설희'와 '별그대' 역시 마찬가지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란 말이 있다. 현재 나온 드라마는 기존 작품의 장점을 더 발전시키거나 새로운 요소를 도입해 변화를 준 것이 많다. 인간의 사랑과 삶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영화와 드라마는 비슷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작가의 노력에 대해 일부분의 공통점만 가지고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개구리에게 장난으로 돌을 던지는 것'과 같다. 당신은 장난이지만, 개구리는 죽을 수도 있다.

/황인성 기자 new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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