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성향이 섞인 학생의 진로

2013. 12. 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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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상호 박사의 톡 까놓고 진로 talk

1990년에 활동한 그룹 가운데 '사랑과 우정사이'란 대표곡을 부른 피노키오란 밴드가 있었다. '사랑과 우정사이'는 청춘시절 한번쯤 겪게 되는 남녀 간의 애매모호한 상황을 노래로 잘 표현했는데 그 가사 소절 가운데 이런 부분이 있다. '연인도 아닌 그렇게 친구도 아닌 어색한 사이가 싫어져 나는 떠나리. 우연보다도 짧았던 우리의 인연 그 안에서 나는 널 떠나네'.

경제학자가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애매모호함이다. 그러나 현실의 문제들은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가 애매모호한 것들이 많다. 포유류인 오리너구리가 조류처럼 알을 낳아 많은 생물학자를 혼란과 고민에 빠뜨린 게 좋은 예다.

진로와 관련해서도 역시 이런 애매모호함이 자주 드러나는데 대표적인 예가 '문과도 아닌 그렇게 이과도 아닌 성향의 학생들'이다. 문과 성향도 어느 정도 있고 이과 성향도 있고 적성검사를 해봐도 그 결과가 애매모호하고 본인에게 물어봐도 애매모호한 답을 하는 학생이 있다. 이과로 가고 싶은데 수학은 싫다거나, 문과로 가고 싶은데 적성검사 결과는 반대로 나오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이처럼 문과성향과 이과성향이 애매모호한 경우 진로진학 교사들도 이를 지도하기가 어렵다.

문과·이과구분이 애매모호한 학과들도 꽤 많다. 통계학과의 경우 이과로 주로 분류되지만, 문과 학문의 특성도 크다. 수학이라는 큰 틀로 보면 이과지만 주로 응용·활용되는 곳은 문과분야다. 컴퓨터교육도 마찬가지다. 공학이란 관점에서 보면 이과지만 교육이라는 부분으로 접근하면 문과내용을 다루기 때문이다. 보건행정학의 경우도 다루는 주제는 보건의료관련 내용이지만, 수학은 많이 쓰지 않으며 오히려 경영과 관련된 부분과 사무행정을 많이 배운다. 문과특성이 많은 이과인 셈이다.

이와는 반대로 문과로 분류되나 이과특성이 강한 전공학과도 있다. 심리학과의 경우 문과성향이 강하나 교과내용 속에는 생물심리·임상심리·실험설계 등 이과특성의 교육내용이 많다. 도시·지역학의 경우도 도시설계·GIS(지리정보시스템)·환경학 등 이과 내용을 많이 다룬다. 이렇게 문과 및 이과 구분이 애매모호한 학과의 경우 대학마다 단대 계열을 달리하여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 통계학과의 경우 상경대학으로 분류하는 학교도 있으며 이과대학으로 분류하는 대학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애매모호한 학과를 각 대학이 어느 단대로 분류했는지 수업하는 교과과목은 뭔지를 확인해보면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구분이 애매모호한 학과의 경우 한국교육개발원이 발간하는 전공학과분류를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이런 전공학과의 경우 문과생과 이과생의 교차지원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

문과 및 이과 특성이 섞여 있는 학과의 경우 문과 및 이과에 대한 자신의 진로관의 명료함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21세기를 융합의 시대라고 한다. 박근혜 정부도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창조(creative)라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융합하는 것이며 서로 다른 것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마치 우리 뇌가 연결되지 못한 뉴런들을 전기신호로서 연결하듯 그렇게 연결하는 것이다. 창조경제 시대에는 문과 및 이과 성향이 애매모호한 학과들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김상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자격연구실 연구원·<톡 까놓고 직업 톡>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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