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칼럼] 위대한 지도자 벵거를 이야기하다

2013. 12. 1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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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폴 심슨(Paul Simpson)= 우리는 축구 감독이 '슈퍼맨'이 되어야 하는 세상에서 살아간다. 전세계 '트위터리안'(트위터 사용자)들이 전술 선택에 이의를 제기한다. 수많은 블로거들이 선발출전명단을 놓고 반론을 제기한다. TV에 출연하는 전문가들이 경기력을 잘근잘근 씹어댄다. 모든 축구 감독들은 마치 활화산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기분일지 모른다.

(편집자 주 - 폴 심슨은 UEFA챔피언스리그 공식 매거진 '챔피언스'의 편집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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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약한 사람은 절대로 축구 감독이 될 수 없다. 우유부단하거나 아둔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일상적으로' 해고되는 감독들을 보고 있자면 그들을 둘러싼 스트레스의 크기가 정말 엄청난 것 같다.

하지만 아르센 벵거는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11년 전, 런던 콜니 트레이닝 센터에서 필자는 그와 마주앉은 적이 있다. 인터뷰를 통해서 벵거가 아스널에 오기 전까지 얼마나 힘겨운 나날들과 싸웠는지 알 수 있었다.

지도자 초기 시절, 자기 팀이 패하는 모습을 덕아웃에서 지켜보다가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게 아닐까, 라는 두려움을 몇 번씩이나 느꼈다고 고백했다. 잔뜩 찌푸린 표정을 지으며 벵거는 "우리 팀이 이기게 해달라고 신께 기도라도 하고 싶었다. 나중에는 '승리보다는 실력이 더 좋은 선수들을 갖게 해달라고 빌어야 했나?'라는 생각까지 했었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벵거는 절친한 동료 제라르 울리에보다 좋았던 덕분에 스트레를 견딜 수 있었다. 미셸 플라티니의 부친 알도의 소개로 부임했던 첫 직장 AS낭시에서 벵거는 강등을 경험했다. 그곳에서 그는 협력을 배울 수 있었다. 1988년 AS모나코를 이끈 벵거는 매력적인 스타일을 구사하며 리그1을 제패했다. 하지만 각종 우승 문턱 앞에서 벵거는 베르나르 타피의 마르세유에 발목을 잡혀야 했다. 승리를 위해 상대팀을 매수해버리는 타피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 인생관을 뒤바꾼 최악의 경험

축구를 목숨처럼 귀하게 여기는 벵거에게 타피의 승부조작은 단순한 스캔들 그 이상이었다. 근본적으로 벵거의 인생관이 바뀌게 되었다. 벵거는 1969년 프랑스 알자스 지방 최고의 아마추어 축구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알자스 지방에서는 축구선수가 선망의 대상이 아니었다. 벵거는 "파티에서 여자를 꼬시려면 축구선수보다 학생이라고 말하는 게 훨씬 좋았다"라고 말한다.

선수 시절부터 벵거의 축구는 언제나 개인기보다 전술을 우선시했다. 타고난 지도자 스타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신념이 만개한 곳이 바로 AS모나코였고, 그 꿈이 승부조작으로 짓밟힌 일이야말로 추악하고 화가 나며 신념 자체를 뒤흔들만한 재앙이었다.

사람들은 벵거가 축구의 도덕성에 대해서 지나치게 민감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타피에 의해 얼룩졌던 과거사가 벵거가 왜 그런 태도를 갖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준다. 1995년 모나코는 벵거의 바이에른뮌헨 감독 부임을 틀어막았고 결국 그를 해고해버렸다. 결과적으로 모나코의 결정은 벵거 본인을 비롯해 아스널과 영국 축구 모두에게 큰 행운이 되었다.

일본 J리그의 나고야 감독 부임은 타피의 망령을 털어내기 위해 내렸던 대담한 결정이었다. 낯선 문화를 사랑하긴 했지만, 벵거는 일본에서 더 큰 도전과 맞닥뜨려야 했다. 일본 무대에 대해서 벵거는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하루 종일 대화가 불가능했다. 나를 진짜 이해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내가 뭐든지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20~30명의 선수들이 내 앞에 서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자신의 말에 거스르거나 계약을 일방적으로 깰 수 없다는 도덕적 의무감이 그의 일본 생활을 지탱했다. 어쨌든 벵거의 메시지는 선수들에게 전달되었다. 당시 나고야의 선수들은 "미래를 향해 패스를 보내라"는 그의 지시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경기력이 개선되면서 나고야는 2개의 우승컵을 획득했다. 벵거는 "일상의 행복감은 다가올 결과에 의해 좌우된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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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술 혁신의 지속성

벵거가 아스널의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사람들은 "아르센 머시기라고?"라며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그는 과학적인 시도로 아스널의 플레이 스타일을 일신했다. 감독으로 부임했던 1996년 이후 런던 콜니 트레이닝센터는 야망을 품은 젊은 지도자들의 메카가 되었다. 로랑 블랑, 글렌 호들, 위르겐 클린스만, 랄프 랑닉, 마티아스 잠머를 포함한 수많은 젊은 지도자들이 조언을 구하기 위해 벵거를 찾았다.

그들은 단순히 벵거의 전술 혁신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과거 벵거는 4-4-2시스템을 고수했다. 조금이라도 넓은 그라운드 면적을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전술이기 때문이다. 4-2-3-1이나 4-3-3시스템으로의 부드러운 변형도 가능하다는 장점도 벵거가 입증했다.

그러나 광의의 전술안(眼)은 변함이 없었다. 벵거는 리누스 미헬스가 창안한 토탈풋볼의 열렬한 추종자이다. 혁신적인 아약스에 의해 시작된 토탈풋볼의 전통대로 벵거는 자연스럽고 유기적이며 스타일리시한 팀을 창조해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벵거의 시도가 항상 성공적이진 않았지만, 3연패만 당해도 감독의 목이 달아나는 축구계 안에서 벵거의 꾸준한 전술 철학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후배 지도자들은 벵거의 훈련지도법을 견학하고 싶어한다. 세세한 부분에 주목하고 벵거의 노하우를 배우려고 애쓴다. 유벤투스의 측면에서 전력 외로 취급 받던 프랑스 선수를 어떻게 지도해서 티에리 앙리로 만들었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소설가 닉 혼비는 아스널이 앙리를 영입했을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내 동생이 '우리가 프랑스의 페리 그로브스(*)를 사는 데에 1천만 파운드를 썼어'라고 말했다." (*페리 그로브스: 1986년부터 1992년까지 아스널에서 윙어로 활약했던 인기 선수)

* 완고한 사람? 결연한 사람?

4년 전, '리그 지도자협회' 행사에서 벵거는 "나는 내가 축구 없이 살 수 있는 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시즌 중에는 축구를 잊을 때가 단 한 시간도 없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 챔피언스 > (UEFA챔피언스리그 공식 매거진) 최신호와의 인터뷰에서 벵거는 이렇게 말했다. "어린 선수는 자기가 재능을 타고났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서히 자기가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를 깨달아간다."

최근 몇 시즌간, 벵거는 외부의 집중포화를 견뎌왔다. 설득력 있는 비판도 있었지만, 외국인 혐오에 가까운 독설도 많았다. 그렇지만 그런 비판들 때문에 벵거가 자기 신념을 의심하거나 바꾸려고 하진 않았다. 이를 두고 반대론자들은 벵거가 너무 완고하다고 여긴다. 물론 벵거가 결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벵거의 이름(아르센; Arsen)과 클럽명(Arsenal)은 첫 다섯 글자가 일치한다는 사실은 대단히 상징적이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팬들은 알렉스 퍼거슨으로부터 매트 버스비의 영광을 기억한다. 하지만 벵거는 조지 그래엄, 버티 미, 허버트 채프먼 등의 전임자들에 대한 기억과는 너무나 다른 방향으로 아스널을 발전시키고 있다.

벵거와 아스널의 관계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과도 같다. 벵거가 빠른 시일 내에 아스널을 떠나진 않겠지만,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지도자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월드 No.1 풋볼 매거진...포포투 한국판(www.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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