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강재형·최율미·김상호 아나운서 또다시 "부당발령"
11일 편성국·심의국·경인지사로 발령…MBC본부 "명백한 보복 인사, 법적 조치 강구할 것"
[미디어오늘 조수경 기자]
MBC가 파업에 참가했던 아나운서 3명을 또 다시 직무와 상관없는 부서로 발령냈다. 파업참가자들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김재철체제'식 원칙이 MBC에서 여전히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MBC는 11일 오후 강재형 아나운서를 편성국으로, 최율미 아나운서를 경영기획본부 심의국으로, 김상호 아나운서를 글로벌사업본부 경인지사로 발령냈다. 사측은 이들 아나운서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정기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3월 업무와 상관없이 타부서로 발령났던 아나운서·기자·PD들에 대해 원직복귀를 명령했다. 최율미 김상도 아나운서 역시 아나운서 국으로 돌아왔으나 지금까지 별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재형 아나운서는 지난 4월에도 비제작부서로 발령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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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강재형, 김상호, 최율미 아나운서(사진출처=MBC 언어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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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12일 "90년대부터 MBC의 대표 얼굴로 시청자들을 만나 온 이들에게 전혀 다른 종류의 직무를 갑자기 부여하는 모욕을 준 것"이라며 "작년 파업에 참가했던 사람은 끝까지 배제하겠다는 고집을 버리지 못한 사측의 명백한 보복 인사"라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아나운서국의 든든한 선배 역할을 해 온 이들을 한꺼번에 찍어내면서 사측은 '아직도 파업 때의 분을 풀지 않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강변했다"면서 "제작진이 함께 일하고 싶다고 요청해도 '이들만은 안 돼'라며 끊임없는 격리의 형벌을 내린 게 도대체 누구였던가"라고 했다. MBC본부는 법적 조치 등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의 이유를 듣기 위해 신동호 아나운서국장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다음은 MBC본부 성명 전문.
저열한 보복 인사, '김재철 시대'로 돌아가나
익숙하지만 잔인한 일이 MBC에서 또 다시 자행됐다. 회사는 아나운서 3명을 각각 심의국과 편성국, 그리고 경인지사로 발령을 냈다. 90년대부터 MBC의 대표 얼굴로 시청자들을 만나 온 이들에게 전혀 다른 종류의 직무를 갑자기 부여하는 모욕을 준 것이다. 보복 인사다. 작년 파업에 참가했던 사람은 끝까지 배제하겠다는 고집을 버리지 못한 사측의 명백한 보복 인사다.
아나운서국의 든든한 선배 역할을 해 온 이들을 한꺼번에 찍어내면서 사측은 "아직도 파업 때의 분을 풀지 않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따져보자. 다시 마이크를 잡고 싶다고, 일을 하고 싶어 못 견디겠다던 이들을 계속 외면한 건 누구였나. 제작진이 함께 일하고 싶다고 요청해도 "이들만은 안 돼"라며 끊임없는 격리의 형벌을 내린 게 도대체 누구였던가.
법원의 부당전보 판결로 형식적이나마 자신의 일터에 복귀한 이들을 다시 엉뚱한 곳으로 부당하게 전보시키고. 일을 하고 싶다고 요청해도 일을 주지 않았으면서 돌연 "일을 하지 않는다"고 징계하고. 이 의미 없는 악순환이 지향하는 바는 도대체 무엇인가. 무엇을 바라고 이토록 이들을 못 살게 구는 것인가. 개인적 사감(私憾)을 말문이 막힐 만큼 잔인한 인사권의 폭주로 드러내도 되는 것인가.
김종국 사장 취임 이후 우리는 끊임없이 "제대로 일할 사람을 제대로 배치"하는 정상화를 조속히 이루라고 촉구해 왔다. 그러나 속도는 더뎠고, 일하지 못하는 고통을 토로하는 목소리,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커져만 가고 있었다. 거기에 이번 아나운서들에 대한 폭거(暴擧)는 설상가상이다. 정상화는커녕 MBC를 지금 이 꼴로 만든 김재철식 인사에 대한 오마주(hommage)이자 답습(踏襲)이다.
사측은 정상화 흐름에 역행하는 이 같은 반동적 인사 조치로 도대체 무엇을 꾀하는가. 김종국 사장은 지금 누구를 보고 있는가. '자랑스런 일터 MBC를 찾고 싶다'는 구성원들의 열망을 외면하고, 내년 사장직 연임을 위해 벌써부터 한 줌도 안 되는 회사 바깥 'MBC 음해세력'들의 눈치를 보는 것인가.
해고만이 살인은 아니다. 후배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엉뚱한 곳으로 내쫓겨진 이들이 감내했던 수모, "20년 방송 인생을 회사가 이렇게 내팽개치느냐"며 흘린 이들의 눈물은 MBC 구성원들의 마음에 불길을 지피고 있다. 분명히 말한다. 대다수 구성원들은 파업 직후, 역사가 거꾸로 흐르는 것에 대한 분노를 가까스로 가라앉혀왔다. "그래도 MBC는 살려야 한다"며 일에 몰두하는 직원들을 자극하고 '근로 의욕'을 꺾고 있는 것은 맹목적이고 잔인한 보복 근성을 버리지 않고 있는 회사다. 사측은 지금이라도 부당 전보 인사를 철회하라.
조합은 이들이 자신의 일을 다시 찾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회사가 더 이상의 오판을 하지 않도록 법정 소송을 비롯해 모든 할 수 있는 조치를 동원해 투쟁할 것이다.
2013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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