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사람]프리랜서 선언한 온상민 해설, "FPS도 언젠간 우뚝 설 날이 오겠죠"
곰TV 서든어택 중계진으로의 합류 앞둔 FPS 게임해설가 온상민과의 만남
정식으로 프리랜서를 선언한 유쾌한 남자, 온상민 게임 해설가와 뒤늦은 첫 만남을 가졌던 어느 추운 겨울 날. '유쾌상쾌통쾌'란 단어가 딱 어울리는, 언제나 싱글벙글한 그이지만 정작 유쾌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만은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온게임넷의 전문 FPS해설위원으로 활약했지만 최근 FPS 장르의 e스포츠 리그들이 사실 상 쇠퇴기를 맞이하면서 그에게는 누구보다 괴로운 시간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과 관계자들 모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울 정도로 그의 입담과 해설 실력은 어디서든 인정 받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만의 자유로운 스타일은 앞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런 그가 왜 정들었던 온게임넷의 품을 박차고 나온 걸까. 온상민 해설위원은 "현재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리그가 주를 이루고 있어 더 이상 내가 해설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며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그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주저 앉고 후회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먹고 살기 위해 뛰겠다는 현실적인 내용을 내뱉었다. 발전과 변화를 거듭해온 지금의 e스포츠처럼 언젠가 FPS장르도 빛을 발휘할 날이 올 거라는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 온상민 해설위원과의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 안녕하세요. 먼저 포모스 독자 분들께 인사 부탁 드립니다.▶너무 반갑습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러분 잘 부탁 드리고 사랑합니다.
- 이제서야 첫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어요. 그 동안 내심 서운하지는 않으셨나요?▶아니에요. 전혀 서운한 부분은 없었어요. 제가 연예인도 아닌데요(웃음). 선수가 우선이기 때문에 중계하는 사람이 인터뷰를 한다는 것에 굳이 미련 같은 건 없었어요. 아무튼 이런 기회를 통해 독자 분들께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할 뿐이에요.
- 정들었던 온게임넷을 떠나 프리랜서를 선언하셨어요. 결정적인 계기나 이유가 있었나요?▶최근 온게임넷에서 2~3개 정도 프로그램을 맡고 있었어요. 그런데 대부분 특집 프로그램이다 보니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는 건 아니었어요. 거기다 최근 온게임넷의 편성 중 8할 이상이 LOL이다 보니 실질적으로 제 일이 없었어요. 그렇다고 LOL을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가 먹고 살길을 찾았죠. 그러던 찰나 곰TV와 스포TV에서 채널에 국한되지 않고 절 고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받게 돼 마음을 다잡게 됐어요.
- 원래 정식 온게임넷 소속은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도의적인 영향이 컸다고 들었는데요.▶사실 몇몇을 제외하고는 방송국에 정식으로 소속되어 있는 해설위원이 거의 없을 거에요. 엄밀히 따지면 대부분 프리랜서인데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는 구분이 있어요. 양쪽 게임방송사에 모두 출연하는 경우는 없었잖아요. 저 같은 경우 제 일을 찾고자 이런 암묵적인 약속을 표면적으로 드러냈다고 보시면 이해하기 쉬우실 거 같아요.

- 해설위원으로는 어떻게 데뷔하시게 된 건가요?▶카운터스트라이크 선수로서 마지막 출전 경기였던 한빛소프트배 부산 전국대회에서 혼자 1:5 세이브를 했었거든요. 그걸 본 MBC게임과 온게임넷 측에서 제의가 들어왔어요. 저는 그 중 온게임넷을 선택해 면접을 봤고요. 시간이 지나서 당시 PD님께 "절 뽑으신 이유가 무엇이냐"고 여쭤봤더니 "머리에 털이 없는 빡빡이여서 FPS에 잘 어울릴 것 같았다"고 말씀하셨어요(웃음).
- 곰TV 서든어택 윈터 챔피언스리그에 중도 합류하신다고 들었어요.▶프리랜서를 선언하고 복귀하는 것에 대해 크게 부담감을 느낀다거나 그러진 않아요. 굳이 연연하지도 않고요. 다만 제가 없으니까 리그가 조금 재미가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다시 가서 재미있게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 지금까지 많은 FPS 장르를 중계하시면서 가장 신경 쓰시는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한데요.▶FPS 장르가 기본적으로 팀플레이 게임이기 때문에 10명이 동시에 경기를 하잖아요. 이렇다 보니 처음 보시는 분들은 정신도 없고 무슨 내용인지도 전혀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에는 항상 중계를 맡을 때마다 게임 캐릭터를 사람으로 표현하는걸 중요시 여기고 있어요.
쉽게 말해 게임 캐릭터를 '사람이 움직이고 있다'라는 식으로 표현하려는 중계 컨셉트를 항상 가지고 있어요. 어려운 중계보다는 쉽고 재미있는 중계로 말이죠. 실제로 경기 중에 선수들의 개인적인 이야기 등을 꺼내는 것도 단지 웃기려는 것 보다는 "이 캐릭터는 실제 이런 사람이다"라는 걸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야 시청자 분들도 보다 감정 이입도 잘되고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 현재 곰TV 중계진과 호흡은 어떠신가요? 이현주 캐스터가 온상민 해설위원의 입담에 자주 당황하시던데요.▶저는 원체 옆에 있는 사람을 개의치 않아하는 스타일이에요. 사실 저는 괜찮은데 오히려 옆 사람이 피곤해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현주 캐스터나 정인호 해설위원도 솔직히 저 때문에 많이 피곤할 거예요. 저는 해설을 할 때 어떤 것에 구애 받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제가 말을 똑부러지게 잘하는것도 아니구요. 유머러스한 컨셉트로 가다 보니까 자연스레 재미위주로 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들 프로 중계진 분들이시기 때문에 잘 받아주시는 편이에요.
- 성승헌 캐스터는 온상민 해설을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했어요. 이 별명 마음에 드시나요?▶물론 만족해요(웃음). 지금도 그렇고 저는 항상 "내가 스스로 자신 있고 자유로워야 듣는 사람도 신뢰감을 갖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 소문난 '입담꾼'이시기도 하시잖아요. 그런데 때로는 수위조절에 실패해 주의를 받기도 했다고 들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으신가요?▶방통위한테 경고를 2번인가 3번 정도 받았던 것 같아요. 전 출연자 중에 최초지 아닐까 싶네요. 한번은 촛불 시위를 할 때 미국산 소 때문에 말들이 많았잖아요. 당시 스페셜포스 리그에서 "짜증이 텍사스 소 떼처럼 밀려온다"라고 이야기해서 바로 그 다음주에 온게임넷 팀장님께서 고생 많이 하셨어요. 이외에도 PPL 광고를 너무 직접적으로 해서 주의를 받은 적도 있었어요(웃음).
- FPS 종목 해설위원으로 활동하시면서 저희가 모르는 고충은 없으셨나요?▶FPS장르가 전체적인 틀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다만 게임 방식이 비슷해서 혼동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어요. 예를 들어 폭탄 설치 시간이 종목마다 모두 다르거든요. 서든어택은 40초 그 외 다른 종목은 35초, 38초처럼 각자 다르거든요. 요즘은 서든어택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서 크게 혼동되는 일들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 FPS 게임 프로 선수로 활약 하실 정도로 애착이 남다른 걸로 있어요.▶아시는 분들은 아실 거에요. 당시 MBC게임이 주최한 협회공인 대회인 '레인보우식스 로그스피어' 리그에서 준우승을 했던 적이 있어요. 이외에 카운터스트라이크도 1년 반정도 했었고요. 우선 훌륭한 게이머는 아니었죠. 센스나 타고난 실력도 없었어요. 당시에도 나이가 꽤 있고 적응도 느리다 보니까 그 차이를 항상 노력으로 메웠던 것 같아요. 'CPL', 'ESWC', 'CAL'과 같이 해외 하부 아마추어 리그까지 챙겨보면서 셀 수 없이 노력했어요. 그래도 결국은 우승은 못했지만 말이죠(웃음).
- FPS 리그가 순차적으로 폐지되면서 '쇠퇴기'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어요.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저는 개인적으로 FPS게임은 쇠퇴기라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e스포츠로써의 가치가 쇠퇴기인 거죠. 그 부분을 제외하고 봤을 때 FPS에 열광하는 유저들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게임사에서 신작들도 꾸준히 출시하고 있고 '배틀필드', '콜오브 듀티', '헤일로' 등의 인기 있는 게임도 얼마든지 있거든요. 다만 해외와 우리나라의 판도가 달라 국내에서는 FPS가 아닌 AOS로 가고 있을 뿐이죠. AOS나 RTS장르가 보는 스포츠로써 조금 더 편하니까요. 물론 현재 FPS 리그가 크지 못하는 부분은 아쉬워요.
- 그럼 조금 더 단도직입 적으로 묻자면 돌파구는 없는 걸까요?▶냉정하게 말하면 힘들다고 생각해요. 다만 유행이나 시대의 흐름이라는 게 있고 과학 문명의 경계도 점점 무너지고 있잖아요. 예전에는 지상파나 케이블만으로 구분을 지었지만 요즘은 인터넷 방송을 TV로 시청할 수 있는 IPTV까지 생겨난 것처럼 말이죠. 현재 이 시점이 쇠퇴기일뿐이지 시대의 흐름 상 또 하나의 장르로 우뚝 설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어요.
- 해외의 경우 정반대로 FPS장르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요. 유독 한국에서 외면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저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 제 관점으로 봤을 때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이 FPS와 맞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예를 들어 외국 프로게이머 선수들은 정식 대회가 아니면 정말로 게임을 즐기면서 해요. 그런 문화가 잡혀있는 거죠.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어떤 게임을 하든 '이겨야 즐겁다'라는 성향이 강하다 보니까 FPS를 못하는 사람들은 진입할 공간이 없는 것 같아요. 즉,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 최고라고 칭송 받죠. 우리나라는 유독 게임 안에 신분이나 계급사회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은 즐겨보자'라는 식의 마인드가 참 좋은 것 같은데 말이죠.
- 개인적으로 현재 FPS 리그에 아쉬운 부분이 있으신가요?▶사실 10년 전부터 FPS 관계자 분들에게 건의 드렸던 부분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어떠한 맵을 고정으로 해서 대표적인 FPS의 명물로 만들어 달라"고 게임사에 요청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게임사 입장에서는 신규 콘텐츠가 나오는 걸 당연히 알리고 싶어하다 보니 리그에 새로운 맵을 계속 넣으셨어요. FPS를 잘 모르는 사람은 자연스레 떠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생각해요.
또 FPS게임 특성 상 10명이 정신 없이 싸우다 보면 누가 누군지를 솔직히 잘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미국의 NBA나 축구처럼 캐릭터에 숫자와 이름을 매긴 조끼를 입혀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 있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 부분의 경우도 10년 내내 건의를 드리고 있지만 아무데도 들어주시는 곳은 없던데요(웃음). 아무래도 수익하고 직결이 안 되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 지금의 온상민 해설위원이 있기까지 누구의 도움이 가장 컸을까요?▶처음으로 방송에 데뷔했을 때가 떠오르네요. 정황도 없었고 얼어 있었거든요. 초창기 e스포츠를 이끄신 정일훈 캐스터께 많은 가르침을 받았어요. 당시 삼성동에 스튜디오가 있었는데 객석을 모두 합쳐야 고작 50석 이였거든요(웃음). 경기가 끝나고 나면 항상 혼나면서 배웠어요. 당시에는 그렇게 서러웠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런 훌륭한 사부님이 계셨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지 않은가 싶네요.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들어보고 싶은데요.▶올해는 방송이 많이 없어 행사로 연명하고 살았어요. 앞으로는 서든어택을 시작으로, 카운터스트라이크 등 다양한 종목의 리그를 통해 조만간 찾아 뵐 수 있을 거 같아요.
- 온상민 해설이 추구하는 꿈이 있다면?▶저는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건 말도 안 되는 농담도 하면서 애정으로 중계하는 지역 방송 같은 걸 하고 싶어요. 미국의 프로야구를 보면 노인 분들이 마이크를 붙잡고 "어제 류현진이 빅맥 4개를 먹어서 저렇게 못하는 거다"라는 식의 지역 언저리 방송 말이죠. 어차피 언젠가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하기 때문에 조그마한 방송이라도 계속 중계를 하고 싶어요.
- 끝으로 '프리랜서 온상민으로'서 e스포츠 팬들과 관계자들 분들께 한마디를 남겨주세요.▶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불러 주세요. 또 팬 분들이 제 걱정을 많이 해주 셨는데 내년에는 조금 나아질 거 같네요. 응원 언제나 감사 드려요. 머리가 없어서 간혹 무서워하시는 분들도 계신데요. 말 걸어주시면 언제든지 사진도 찍을 수 있어요. 해치지 않거든요(웃음). 모쪼록 앞으로 잘 부탁 드리고 열심히 활동할 테니 응원 부탁 드릴게요. 감사해요 여러분!

은퇴 후 카페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온상민 해설위원강병호 기자 allstarforce@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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