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코리아' 스타 김민교 "개그맨? 20년차 연극 배우랍니다"
스무 살 연극과 새내기는 한 연극에서 거지 역할을 맡게 됐다. "몸이 거지 역할을 받아들이게 해라"라는 교수님의 말에 청년은 3개월 동안 옷을 갈아입지도, 씻지도 않았다. 수업도 찬 바닥에 앉아서 듣고, 노숙자들과 어울려 자며 정말 '거지처럼' 살아보려 했다. 그렇게 하고 나니 화내는 연기를 할 때 마음속에서 화가 났고, 눈물 흘리는 연기를 할 때 정말 슬퍼 눈물이 뚝뚝 났다.
그때 연기의 매력에 빠진 이 청년은 올해로 20년째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tvN < SNL 코리아 > 에 출연 중인 김민교(39)다. 텔레토비 탈을 쓰고 뛰어다니고, '청순한 게이', '게임 캐릭터' 같은 역할을 맡아 그를 개그맨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종종 있지만, 20년 동안 연극판을 구른 연기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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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 SNL 코리아 > 에 출연 중인 배우 김민교는 "돈이 안 벌려 30대 때에는 정말 거지 같은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한국이 좁은데, 내게 기회가 한번 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 배우 생활을 접지 않았다고 한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
얼마 전 경향신문사에서 배우 김민교를 만났다. 그는 " < SNL 코리아 > 로 주목을 받기 전에는 쭉 연극이나 연출을 했다"면서 "돈이 안 벌려 30대에는 정말 '거지 같은'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김민교는 고3 때 사기로 인해 아버지가 병원장으로 있던 병원이 망하면서부터 생활고를 겪었다. 서울 흑석동 뒤 판자촌에서 쓰러질 것 같은 집에서 살기도 했다. 돈 안되는 연극만 고집하다보니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연 수입이 200만~300만원이던 시절도 있었다"고 말한다.
생활이 어려웠지만 연기자의 길을 계속 갔다. 낙천적인 성격 덕분이다. 김민교는 "갑자기 확 떠서 잘 나가는 동기들을 보고 질투도 하고 화도 냈지만 마음을 바꾸고 나니 '인생은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한국이 이렇게 좁은데 나에게 시선이 한 번 안 올까'란 생각으로 열심히 살았다"고 한다. 돈 때문에 연출도 하고 연기자도 가르쳤는데 이 경험이 연기의 폭을 더 넓혀줬다.
그의 열려 있는 태도는 < SNL 코리아 > 의 흥행코너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됐다. 최근 인기몰이를 한 < SNL 코리아 > 의 'GTA' 게임 패러디 시리즈는 작가, PD와 함께 게임 이야기를 하다가 탄생했다. GTA는 게임 이용자가 도시를 자유롭게 활보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형식의 게임이다.
"작가, PD랑 같이 게임을 자주 하거든요. GTA 시리즈 5가 나왔을 때도 작가와 PD가 게임을 하다가 이걸 패러디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게임을 해보면서 디테일을 연구했어요. 걷다가 갑자기 풀쩍 뛴다거나, 건물 입구에 잘 들어가지 못하는 것 같은 게임 속 캐릭터의 매끄럽지 못한 움직임을 살리려고 했죠."
< SNL 코리아 > 는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줬다. 그는 지난 18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 풍자 코너인 < 글로벌 텔레토비 > 에 출연했다. 그가 맡은 역할은 문재인 의원을 패러디한 '문제니' 역이었다.
"원래 정치에 관심을 안 가지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했어요. 연예인이 정치에 얽히는 건 사실 굉장히 무리수고 얽히는 것 자체가 위험하거든요. 그런데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뉴스도 많이 보고 어쩔 수 없이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됐어요."
< SNL 코리아 > 시즌4는 23일 끝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김민교는 "희극이나 정극이나 다 가리지 않고 연기할 것"이라고 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역할이 아닌 배우의 마음가짐이다. 김민교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배우가 아름다운 표현을 할 수 있다"며 "관객에게 감동을 주고 싶으면 감동적인 삶을 살아야 하고, 웃음을 주고 싶으면 웃음을 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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