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2' 유오성 "김우빈, 12년전 장동건보다 연기 잘해"(인터뷰)

[TV리포트=김수정 기자] "영화가 어설프게 나오면 관객이 얼마나 배신감을 느끼겠어요."
"니가 가라 하와이", "많이 묵었다 아이가". 이토록 오랫동안 관객에게 기억되는 한국영화를 앞으로 또 만날 수 있을까. 신드롬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대한민국을 들었다 놓은 곽경택 감독의 '친구'(2001)의 속편 '친구2'(트리니티 엔터테인먼트 제작)가 12년만에 돌아왔다. '친구'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 2001년 당시 전국 820만 관객을 동원하며 작품성은 물론 흥행까지 성공하며 곽경택 감독은 물론 유오성, 장동건 등 출연진을 스타 반열에 올려놨다.
이처럼 전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은 작품인만큼 속편 '친구2'에 대한 기대도, 우려도 많았다. 오죽했으면 곽경택 감독이 '친구2' 언론시사회에서 "청문회 받는 기분"이라고 토로했을까. '친구' 3인방에서 유일하게 속편에 참여한 유오성(47)의 기분은 어떨까. 그는 "부담감보다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IMF 터지고 4년 뒤 '친구'가 개봉하고 금융위기 터지고 4년 뒤에 '친구2'가 개봉하게 됐잖아요. 2001년 당시 '친구'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쉽지 않은 경제상황도 한몫 했었죠. '친구2'는 여러 영화 중 하나지만 지금 시점에선 제겐 전부나 다름 없죠. 12년 만에 감독, 스태프가 다시 모여 만들었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봐요. 당시 막내였던 스태프가 지금은 메인이 돼 있으니. 저도 뿌듯하죠."

유오성은 '친구'를 한마디로 '운명'이라고 설명했다. 그걸로 얻은 찬사, 영광이 힘이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독이 되기도 했다고. 작품이 어느 순간 배우로서 족쇄가 되기도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인기를 '친구'를 통해 누렸다. 열심히 연기하고 재밌게 작업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을 뿐인데 어느 순간 그 결과에 연연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고 털어놨다.
"'친구' 이후 저를 포함해 어느 정도 각자의 교만이 있고 부침도 겪었을 것이에요. 내일 일도 모르는 게 인생 아닙니까. 그런 부침을 겪고 난 후 인생이 더 선명해지더라고요. 미래는 오지 않은 현재에 불과한데, 내가 왜 결과에 연연하며 흔들렸을까, 후회되죠. 곽경택 감독님이 '친구2' 만든다고 했을 때 제가 이런 얘길 했어요. '영화 제대로 못 만들면 당신이나 나나 바보된다'고요.(웃음) '친구' 때의 영광을 되돌리려 영화를 만들면 안 된다며…."
"12년 만에 나온 작품이 어설프면 관객에 대한 민폐고 배신 아닌가"라고 힘주어 말한 그는 '친구2'가 관객에게 예전 영광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객에게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준석이란 캐릭터에 12년 만큼의 인생의 무게를 더할 수 있었기 때문.
"준석은 12년 전에도 진득하게 연구했던 캐릭터잖아요. 준석도 나이가 먹고 저도 나이가 먹었으니 자신 있었죠. 인생의 헛헛함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친구2'의 준석은 근력이 없어 싸움도 잘 못하잖아요. 그러니 그렇게 도구를 쓰지.(웃음) 저도 제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현장에서 깨닫게 됐어요. '친구2'의 준석은 갈 곳 없고 의지할 데 없는 인물이예요. 그러던 중 만난 동수(장동건)의 아들 성훈(김우빈)이 얼마나 식구처럼 느껴졌겠어요. 기댈 데가 생긴 거지."

준석은 동수의 아들 성훈을 친 아들처럼 챙기며 자신의 오른팔로 두게 된다. 17년 만에 출소한 후 몰라보게 달라진 세상에 위기감과 외로움을 느낀 준석이 성훈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에서 연민과 부성애, 죄책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술에 취한 성훈을 준석이 집 앞 골목까지 데려다주는 장면 속 유오성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성훈을 향한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었을 터.
"그 장면을 제일 좋아해요. '친구'의 정서가 잘 느껴지는 장면이기도 하고. 처음엔 '조명이 왜이리 없어? 이래서 내 표정이 제대로 보이겠어?' 했는데 결과적으론 제 얼굴이 잘 안 나온 게 정서적으로 더 좋았죠. 재밌는 게 그렇게 진지한 장면을 찍고 있는데 건너 편 골목에서 동네 주민들이 박수치고 좋아했다는 거죠.(웃음) 스태프들이 주민분들 통제하느라 애 좀 먹었죠."
유오성은 '친구2'를 통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김우빈에 대해 "연기 참 잘하는 배우"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우빈이가 '친구2'에 캐스팅되고 나서 '장동건 아들 역'을 맡았다는 점 때문에 부담감이 많았다. 주변에서도 장동건과 비교하려는 사람들이 많더라. 2001년도 당시 장동건이 배우로서 인정받진 못 했잖나. '친구'를 통해 재평가된 거다. 김우빈은 당시 장동건보다 연기 잘한다. 우빈이에게 '영화 공개되면 장동건과 비교하는 소리 쏙 들어갈 거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는 '친구'에서 동수가 칼에 찔려 세상을 떠난 전봇대 앞 '그 장소'가 등장한다. 세트로 재현한 것이냐고 묻자 그는 "그때 그 장소다. 단 하나도 변하지 않았더라. 부산 국제호텔 건너편인데 예전과 똑같더라. '친구2' 시나리오 보면서 곽 감독에게 '이 장소 세트 촬영해야지?'라고 물으니 '아니다. 하나도 안 변했다'고 하더라. 이게 다 운명 아닌가"라고 했다.
"동수가 죽은 그 장소에 다시 가보니 기분이 남다르더라고요. 그때 묶었던 국제호텔 방도 한 번 들어가봤는데 12년 전이랑 똑같아.(웃음) '친구2'를 '친구2'라는 독립된 영화로 봐주길 바라지만 운명은 운명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관객 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영화가 나왔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죠."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영화 '친구', '친구2' 속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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