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위 파수꾼 경찰싸이카대원을 만나다


【대전=뉴시스】문승현 기자 = 아직 어스름한 오전 6시.
그가 거울 앞에 선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정복 상의 단추를 꿰어 넣는다. 감색 넥타이와 무릎 아래까지 오는 긴 부츠도 잊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그는 조용히 까만 색안경을 꺼내 쓴다.
아침저녁 주요교차로 등에서 어김없이 만날 수 있는 그는 대전지방경찰청 교통싸이카 기동순찰대 소속 대원이다.
사람들은 그들을 그냥 '싸이카'라고 부른다.
잠깐의 실수로 딱지 한번 받아본 사람이라면 싸이카의 그 새까만 선글라스가 주는 위압감을 금세 떠올린다.
동시에 대통령, 국무총리, 외빈 등 VIP를 경호하거나 의전을 수행하는 모습에선 대한민국 경찰의 위용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10월21일 경찰의날 68주년을 앞두고 18일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경찰청사에서 싸이카순찰대원들을 만났다.
일상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마주하게 되는 경찰 군상 가운데 굳이 싸이카대원들을 찾은 건 낯익음 속 설면함을 깨고 싶어서였다.
1개팀에 5명씩 2개팀으로 이뤄진 대전청 싸이카순찰대는 2011년초 역내 경찰서에 흩어져 있던 싸이카대원들을 통합하며 출범했다.
이들은 지역을 방문하는 국내외 요인경호를 주업무로 하면서 출퇴근 러시아워는 물론 명절 등 특별상황기간 교통관리, 교차로 꼬리물기와 같은 각종 불법행위단속 등을 맡고 있다.
18일 현재 40여회에 걸친 대통령·국무총리 등 요인경호, 1000여 건에 달하는 교통무질서 단속, 학원가 등에서 240회 교통테마단속 등 실적을 냈다.
각 팀별로 권역을 나눠 오전 7시부터 밤 9시까지 대전 전역의 도로를 누비며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흐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싸이카 경력만 10년이 넘어선 강환신(51) 1팀장은 "매일 반복되는 러시아워 교통근무에 여름이고 겨울이고 가릴 것 없이 모터사이클을 타다 보면 체력적으로 힘든 게 사실"이라면서도 "지난 세월 싸이카대원으로 근무한 것을 후회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실제 대원들이 타는 모터사이클은 미국산 할리데이비슨과 BMW1200RT 제품으로 두 기종 모두 무게만 300㎏ 안팎.
경찰 전용으로 시가보다 20~30%가량 싼 가격에 공급된다지만 그래도 바이크 1대 가격은 2000만원대를 호가한다.
모터사이클 무게에 비싼 가격부담까지 더해져 힘 좋은 장정들도 녀석들 다루기가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과거 키와 체격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내부 선발기준이 사라졌음에도 싸이카대원으로 들어오려는 경찰관들은 감소 추세. 싸이카순찰대 막내 대원이 40세, 대원들 평균 근무경력이 5년 정도니 말 다했다.
권정오(53) 2팀장은 "싸이카순찰근무가 힘들고 위험해 보여서인지 경찰조직 내에서 점점 '기피부서'화되고 있다는 말이 오가기도 한다"며 "젊은 직원들이 들어오면 싸이카대원으로서 가르쳐 주고 싶은 게 많은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에게서 싸이카대원들의 녹록지 않은 근무환경과 업무관련 인식변화, 이에 뒤따르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그런가하면 바이크마니아 수준인 대원도 있었다.
백용식 경사. 41세. 야마하 FJR1300에서 스즈키 하야부사, 보이저250, BMW C650GT까지.
바이크깨나 탄다는 사람이라면 '장난 아닌데'할만한 라이더(rider) 경력이다.
5년차 싸이카 대원인 그의 말이 재밌다. "바이크가 좋아서 바이크를 타고 출퇴근까지 하는데 근무할 때 타는 바이크는 왜 재미가 없는 걸까요? 하하하(웃음)"
백 경사는 4년여 할리데이비슨을 타다 얼마 전 BMW 신제품을 받았다. 모터사이클 교체주기를 한참 넘긴 뒤였다. 워낙 고가장비다보니 예산문제 등으로 바이크 교체가 종종 늦어지기도 한단다.
모터사이클이 일단 대원에게 공급되면 이 둘의 인연은 누군가 먼저 작별을 고하기까지 함께 간다. 바이크가 대원이고 대원이 바이크가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에 다름 아니다.
경찰주기번호 701이 새겨진 권정오 팀장의 싸이카가 오늘도 교통관리근무를 위해 대전청사를 나선다. 그러자 702 한태수 경사, 703 안복주 경사, 704 김두환 경사, 705 이상도 경사가 곧이어 뒤를 따른다.
가을 파란하늘 쨍한 햇빛이 이들 싸이카대원의 까만 라이방에 잘게 부서지고 있었다.
youni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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