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새 100달러 지폐

2013. 9. 27.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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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땡전 한 푼 없다'고들 한다. 여기서 '땡전'은 어디서 나온 말일까. 주조·유통 과정에서 깨진 엽전을 땜질해서 썼기 때문이란 풍설을 비롯해 제법 그럴싸한 설명이 많다.

가장 권위가 서는 것은 조선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중건을 위해 1866년부터 강제 유통시킨 당백전(當百錢)에서 어원을 찾는 설명이다. '당백전→당전→땅전→땡전'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경제교육 홈페이지에 그렇게 적시되니 생각이 달라도 일단 암기하고 볼 일이다.

당백전은 악화였다. 실질가치가 상평통보의 5∼6배에 그치는 놈을 명목가치 100배로 유통시킨 것이 큰 탈을 빚었다. 화폐 불신을 초래하고 악성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영어에도 비슷하게 'Not Worth a Continental'이란 표현이 있다. '한 푼의 가치도 없다'는 뜻이다. '콘티넨털'은 미국 식민지 대륙회의가 독립전쟁 전비 조달을 위해 발행한 일종의 화폐였다. 악성 인플레이션을 빚은 것은 당백전과 똑같다. 그 여파로 훗날 링컨 행정부가 남북전쟁 전비 충당을 위해 그린백을 발행할 때까지 미 연방정부의 화폐 발행은 금기시됐다.

그린백이란 명칭은 흑백사진 위조를 막기 위해 지폐 뒷면을 녹색으로 인쇄한 데서 비롯됐다. 세계 지폐의 색은 지금도 녹색이 대세다. 잉크 값이 싸고 신뢰감을 주는 까닭이라고 한다. 기축통화인 미 달러는 여전히 그린백으로 통한다.

새 100달러 지폐가 다음달 8일 선보인다고 한다. 3D 기반의 고난도 인쇄기술이 동원된 점이 특징이다. 위조범들은 골치깨나 썩게 됐다. 그린백 도안 변경의 목표는 자명하다. 화폐 생명줄인 공신력 확보를 겨냥한 조치다. 목표가 100% 달성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공신력은 디자인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신기술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화폐 안정성을 유지할 능력과 의지가 발권 당국에 있느냐가 공신력을 좌우한다.

미국의 능력과 의지는 믿을 만한가. 위조 퇴치에 기울이는 정성은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양적완화 뒤처리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것을 보면 어쩐지 조마조마하다. 거기에 오바마 행정부의 부채한도 확대 요청을 둘러싼 의회 난맥상으로 미루어 국가부도가 곧 가시화될 것이란 경고까지 나오는 판국이니….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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