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포유' 가해청소년 아닌 피해청소년 위한 노래였다면 어땠을까

김유민 기자 2013. 9. 2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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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유민 기자] '송포유'는 착한 예능을 표방했다. 소위 문제아라고 불리는 청소년들과 합창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이들이 변화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21, 22일 방송된 SBS '송포유'에서 이승철과 엄정화는 각각 성지고와 서울과학기술고를 맡아 마스터로 합창 연습을 이끌었다.

성지고는 일반 고등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해 자퇴나 퇴학을 하거나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종착역으로 불리는 대안학교.

이승철은 초반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며 아이들에 희망을 줬다. 그는 "고등학교 때 무지 놀았다"라며 "대마초 두 번 피워 감옥에 두 번 갔다 왔고, 이혼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 가수 중 한 사람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인생의 가장 큰 목표는 마이너스였던 내 삶을 평균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인생을 뒤집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다"라며 "재능을 발견해 줄 테니 믿고 따라와 주면 된다"고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이후 성지고 학생들은 이승철의 조언을 진지하게 경청하기 시작했다.

엄정화는 과기고 학생들이 반항하며 잘 따라오지 않자 눈물을 쏟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아이들을 이끌어 연습을 이어갔다.

처음보단, 두 번째 방송에서 아이들은 확실히 달라진 모습으로 합창에 임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학교폭력가해자였단 사실과 온몸을 덮은 문신들, 거친 욕설과 행동은 불편하게 느껴졌다.

방황하는 아이들의 종착역이라고 소개된 학교. 그 속에 청소년들이 행한 학교폭력이 '실수'였다고 하지만 그 실수로 고통 받은 청소년들에게 그것은 실수일리 없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방송을 본 학교폭력 피해자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방송에서 웃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라며 "학교폭력을 당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피해자들에게 그것을 무용담처럼 미화시키는 일이 없어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방송에서 학생들은 "전치 8주가 나오도록 폭행한 적이 있다", "엄마 금을 팔아 문신을 한 적 있다", "퇴학당했는데 그 때 애들 땅에 묻고 그랬다"라고 인터뷰를 했다. 참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간 자신이 일으켰던 문제에 대한 고백이었지만, 그것에 대한 후회와 사과, 잘못 또한 고백하는 것이 훨씬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방송이었다.

예능프로그램이지만 힘들 때마다 욕설을 내뱉으며 합창을 포기하려는 일부 학생들을 바라보는 것은 결코 즐겁지 않았다.

더 나아지는, 깨닫는 과정이 그려질 것이라는 기대보다 이 모습으로 놀라고 힘들 피해자들의 얼굴이 더 생각나는 것은 이 프로의 한계다. 막무가내인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는 이승철, 엄정화의 고군분투도 힘에 부쳐 보였다.

학교폭력을 가한 학생들이 예능프로그램에서 합창으로 힐링하고 깨우치는 것을 다루기엔 훨씬 조심스러웠어야 했다. 학교폭력은 담배, 술 등 개인적인 비행이 아닌 아무 잘못 없는 한 개인을 고통의 나락으로 빠뜨렸던 엄연한 '폭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시작이 남달랐던 '송포유'가 가해자 학생이 아닌 피해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합창이었다면, 그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여는데 주력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티브이데일리 김유민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SBS방송화면캡처]

송포유

| 엄정화|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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