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 시즌2] 리즈는 안전하지 않다

[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프롤로그작년. 야구 열풍이 뜨거웠다. 그 인기에 슬쩍 숟가락을 얹었다. <야구는 구라다>. 모 포털 사이트에 60회 정도 연재됐다. 멈춘 지 수개월. 걸음을 다시 시작한다. 품격은 기대 마시라. 거칠고, 생경한 글이다. 칼럼이라는 이름도 버겁다. 친구와 술자리 넋두리 쯤? 억측과 구라가 대부분이다. 그냥 즐기시라.( 필자의 변 (辨))
6회초 비명소리
주말 잠실은 신났다. 시즌 내내 텅 빈 사직 구장이 안쓰럽기 그지 없었는데. 와글와글. 시끌시끌. 이런 분위기 얼마 만인가. 김밥 마는 아줌마, 치맥 나르는 청년, 암표 파는 아저씨...아, 모처럼 가을 분위기 난다. 좋다. 이렇게 복닥복닥 해야, 우리 같은 업계 종사자들도 일할 맛 난다.
그래서 그런지 잠실 시리즈가 일거리 너무 많이 주신다. 첫날 배영수 퍽치기 사건으로 시작하더니, 둘째날 배영섭까지...배씨 형제 수난의 연속이다.
6회초. 리즈의 151km짜리 광속구가 '빡' 소리를 내며 머리를 강타했다. 북새통 같았던 잠실 일대는 비명과 함께 일순 정적. 구급차가 들어와야 했다. 3루쪽 응원석에서는 리즈를 향해 "나가라"를 외치며 분노의 목소리를 키웠다.
많은 팬들은 이 볼의 고의성에 대해서 성토했다. 배영섭이 1회 홈런을 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LG가 3-1로 앞선 상황이었다. 게다가 무사 1루.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고의성을 의심하긴 어렵다.
하지만 고의가 아니라고 끝날 문제는 아니다. 그 이후 리즈의 태도가 또 논란거리였다. 그는 쓰러져 있는 배영섭 앞에서 태연하게 연습투구를 했다. 그리고 곧이어 연속 삼진 3개로 위기를 벗어난 뒤 마운드 위에서, 덕아웃에 들어오면서 두 차례나 화려한(?) 세리머니를 해서 비난을 받았다.
2011년, 2013년 사구 랭킹 1위

리즈의 인성에 대한 의심은 없다. 그는 착하고, 의외로 여린 구석이 많다는 주변의 얘기를 믿는다. 하지만 마운드에서는 다르다. 올해 그가 던진 사구는 20개. 단연 리그 톱이다. 2위 신정락(LG)의 15개를 거뜬히 제낀다. 웬만한 투수의 2배다. 그는 한국 첫해였던 2011년에도 15개를 맞혔다. 물론 1위였다.
야구는 대륙에서 자란 스포츠다. 그도 대륙에서 배웠다. 거기선 둘 중 하나다. 맞으면 마운드로 달려가거나, 아니면 아예 눈도 마주치지 않아야 한다. 째려보고, 미안해하고...남자들 스포츠에 어울리지 않는 짓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대륙이건, 일본이건, 한국이건 어디서도 용납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머리 쪽으로 날아가는 빈볼이다. 리즈가 배영섭을 직격한 조금 뒤 광주에서 송광민(이글스)도 최향남의 공에 머리를 맞았다. 구속이야 리즈의 슬라이더 보다도 느렸지만(최향남에게는 죄송) 맞힌 투수는 어쩔 줄 몰라했다. 놀라고, 당황하고, 미안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작년 히어로즈의 투수 브랜든 나이트는 와이번스 정근우의 머리를 맞히고는 다음날 상대팀 라커룸까지 찾아갔다. "I'm so sorry." 정근우는 웃었다. 통역 없이도 알아들었다.
사과 내놓지 않는 건 대륙에서도 싫어한다. 우리가 잘 아는 사건이다. 올 초 LA 다저스와 SD 파드리스 간에 벌어진 난투극이다. 잭 그레인키 VS 카를로스 쿠엔틴의 UFC 매치. 평생 115번이나 몸에 맞고도 별로 내색 않던 쿠엔틴은 난생 처음으로 투수에게 돌진했다. 강력한 태클로 그레인키 쇄골 골절. 그는 "그레인키가 사과는커녕 오히려 도발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고 욱했던 심정을 토로했다. 하긴 2009년에도 둘은 짜릿한 눈빛 교환의 경력이 있기는 하다.
문화는 팬들이 정한다

어제(8일) 경기가 끝난 뒤 쌍둥이 감독도, 리즈도 미안하다는 공식 멘트를 하긴 했다. 배영섭이 심한 부상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말도 했다. 그러나 이걸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리즈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좀 더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말했다시피 리즈는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동시에 타자를 가장 많이 맞히는 투수다. 고의가 아니라고, 경기의 일부라고 그냥 넘어가도 괜찮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컨트롤 안되는' 위험한 몸쪽 승부를 경쟁력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지 따져봐야 한다. 생명을 위협하는 사구를 던지고도 태연하게 자신만의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을 이해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 "메이저리그 중계봐봐. 다들 그러잖아." 문화가 다르다고, 그렇게 넘어가야 하는 지 모르겠다.
문화를 정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커미셔너 사무국도 아니고, 선수들도 아니다. 물론 감독, 코치도, 해설자도, 미디어도 아니다. 그것은 팬들이 정한다. 프로야구라는 시장은 팬이 유지시키기 때문이다. 그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용납하지 않는 문화는 배척돼야 한다. 그리고 이점에 있어서 트윈스 구단과 감독, 코칭스태프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에게 한국의 문화를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백종인 / 컬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사진 =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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