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T가슴팍도사: 류승우, "도르트문트 이야기는 이제 그만!"
[포포투] 한국 축구의 때론 '핫'하고 때론 '쿨'한 인물들을 '가슴팍 도사' 김현회가 만난다.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이가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려 한다. 이번에는 최근 막을 내린 2013 20세 이하 청소년월드컵에서 2골을 뽑아내며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류승우를 직접 중앙대학교에서 만났다. 젠장, 중앙대 서울 캠퍼스까지 갔다가 거기가 아니라고 해서 다시 안성 캠퍼스로 향했다. 지금부터 '가슴팍 도사' 김현회와 함께 류승우를 샅샅이 파헤쳐 보자. 팍팍!
여기가 혹시 가슴을 열기도 전에 모든 걸 꿰뚫어 본다는 가슴팍 도사댁이 맞나? ***가슴팍 가슴팍팍. 가슴팍 가슴팍팍. 천기누설 가슴팍!
얼마 전까지 도르트문트의 관심까지 받았던 당신이 무슨 고민이 있어 이 가슴팍 도사를 만난 건가? ***요새 너무 과분한 관심을 받았다.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만큼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
일단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부터 한 번 알아보고 시작하자. ***이름 류승우. 1993년 12월17일생으로 올해 나이 만 열아홉. 중앙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류승우는 최근 열린 U-20 청소년 월드컵에서 2골을 뽑아내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요. 더 놀랄 만한 소식은 이후에 터졌습니다. 지난 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팀이었던 독일의 '명문' 도르트문트에서 이 아마추어 선수 영입전에 뛰어들었다는 사실! 하지만 아직 깜짝 놀라기에는 부족합니다. 더더욱 놀라운 건 이 당돌한 대딩이 "도르트문트? 됐거든!"이라면서 영입 제안을 거절했다는 사실! 한순간 유럽 명문 구단 유니폼을 입게 될 유혹을 뿌리치고 차근차근 한 단계씩 전진하려는 류승우는 욕심쟁이 우후훗!

일단 당신 참 작다. 나와 비슷한 신장의 선수는 산토스(제주, 수원) 이후 당신이 유일하다. ***171cm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성장이 끝났다. 키가 큰 애들은 대학교에 와서도 큰다는데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검사를 해보니 이미 성장판이 닫혔단다. 참 안타깝게 됐다.
내가 당신 심정 잘 안다. 힘내라. 당신 덕분에 청소년 월드컵이 즐거웠다. ***고맙다. 청소년 월드컵이 끝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는데 모든 게 다 꿈같다. 내가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세계 무대에서 경기를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청소년 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나이지리아전에서 부상을 당했다. 왼쪽 발목 인대가 부분 파열돼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고향인 김해로 가 부산을 오가며 재활에만 매달렸다. 이제 거의 회복 단계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남모를 스트레스도 많았을 것 같다. ***아무래도 경쟁에서 살아남아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려야 하는 게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동료들과 서먹한 건 없었는데 운동장에서만큼은 확실히 내 기량을 보여 줘야 한다. 마지막에 엔트리에서 떨어진 친구들한테도 너무 미안했다. 아시아 예선 이전부터 고생한 친구들도 많았는데 그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들 기분도 있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도 아쉽다.
반대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순간 전율이 느껴졌다. 텔레비전에도 내가 나오고 언론에서도 내 이름이 거론돼 '내가 지금 큰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해서 포털 사이트에 내 이름도 많이 검색해 보는데 도르트문트 이야기밖에 없더라.
당신의 골은 참 영양가가 있었다. 첫 경기 쿠바전 역전골은 무척 짜릿했다. ***경기 시작 후 10분 정도는 너무 긴장돼 내 플레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막상 부딪쳐보니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골 상황은 지금도 선명하다. 내가 쿠바 수비진 공을 빼앗아 (조)석재와 주고받은 다음에 정신 없이 치고 달렸다. 그러다 (강)상우가 비어 있어서 패스했는데 왠지 모르게 상우가 다시 나한테 공을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뛰어 들어갔다. 그런데 진짜 공이 나한테 다시 오더라. 그래서 슈팅을 날릴 수 있었다. 상우와 호흡이 잘 맞았다.
두 번째 경기 포르투갈전 중거리슛도 일품이었다. ***포르투갈 애들이 기술도 좋고 힘도 있었다. 처음에는 잘 안 풀리더니 20분쯤 지나니까 긴장감이 풀려 포르투갈이 포르투갈로 안 보였다. 무의식적으로 공을 컨트롤했는데 잔디에 한 번 튕긴 공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았다. 다른 건 아무것도 안보이고 운동장에 나하고 공만 있는 느낌이었다. 슈팅을 하기도 전에 '이건 골이다'라는 확신이 있었다. 공이 발에 맞는 순간 '됐다' 싶었다.

운명의 8강 이라크전을 벤치에서 지켜봤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경기였다. ***연장 막판 (정)현철이가 극적인 동점골을 넣는 순간 머리가 쭈뼛 섰다. 나 역시 이런 경기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관중(부상 제외)으로서 정말 흥분되는 경기였다. 벤치에 있던 나도 다리가 풀릴 정도였다. 패배가 확정되자 다들 눈물을 보였다. 승부차기에서 실패한 (연)제민이하고 (이)광훈이가 특히 많이 울었다. 다들 "이라크만 넘었으면 역사를 쓰는 건데 너무 아쉽다"고 했다. 나는 부상으로 보탬을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울 수도 없었다. 장비 담당하는 선생님들 도와드리면서 눈치만 봤다.
이제 도르트문트 이적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 처음 그 제안은 어떻게 접하게 됐나? ***귀국하고 집에 갔는데 부모님께서 그러시는 거다. "승우야.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널 영입하고 싶대."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다. 도르트문트 측에서 국내 한 에이전트사에 내 영입 제안을 했고 그 에이전트사에서 우리 집으로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 그래서 직접 그 에이전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도르트문트에서 널 좋게 보고 있다. 꼭 가야 한다"고 하더라.
사기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 ***사실 나도 믿을 수가 없었다.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일 아닌가. 그런데 도르트문트에서 직접 보낸 서류를 보고 믿게 됐다.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축구 게임에서나 보던 그 좋은 팀이 나를 인정해 준다는 것 자체가 정말 신기했다.
결국 당신은 도르트문트의 제안을 거절했다. ***독일 언론에서 먼저 기사가 났다. 나는 고민 중이었는데 벌써 거기에서는 내가 입단한다고 떴더라. 아마 '당연히 가겠지'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2주 정도 고민하다가 그 보도가 나간 뒤 "안 가겠다"고 말씀 드렸다. 에이전트사에서도 "도대체 왜?"라며 의아해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된 아마추어 신분이다. 도르트문트 이적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지금 나는 당장 경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청소년 월드컵 이후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때 경기에 나설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걸 우선시했다. 도르트문트에 가라고 조언해 주시는 분들 말씀도 틀리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정해 놓은 목표를 봤을 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만약 훨씬 더 좋은 조건과 연봉을 제시했다면 어땠을까? ***사실 이적 제안이 한 번 오고 다시 더 좋은 조건으로 수정된 제안이 한 번 더 왔다. 계약기간도 더 짧아졌고 연봉도 더 올라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번 결정에서 돈은 완전히 배제해 놓고 축구에 관해서만 생각했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고 하더라도 내 선택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겸손한 건가 아니면 자신이 없는 건가?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데 돈을 따지는 건 아닌 거 같다. 아쉽기는 하지만 지금 내 상황을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잘 알기 때문에 후회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일부에서는 당신이 프로 무대에서 경쟁하는 걸 두려워한다고 바라보기도 한다. ***그건 아니다. 나는 가능하다면 빨리 프로팀에 가고 싶다. 일단은 K리그에서 시작할 생각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연락이 온 K리그 구단은 없지만 패스 위주의 축구를 구사해 나와 잘 맞는 K리그 팀에서 제안이 온다면 하루라도 빨리 프로 무대에 뛰어 들고 싶다. 비록 지금 도르트문트에 가지 않았지만 훗날 더 당당히 유럽 무대에 진출하고 싶다.
앞서 고민 이야기를 했는데 이 관심이 상당히 부담이 되는 모양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다. 아직 내 실력은 아마추어 수준이고 '중앙대 류승우'다. 그런데 도르트문트에서 이적 제안을 받은 뒤부터는 축구팬들이 나를 '도르트문트 류승우'로 바라본다. 사실 거품이 많이 꼈다. 경기장에서 실수를 해도 "도르트문트에서 데려가려던 선수가 저 정도밖에 못해?"라고 할 거 아닌가. 열심히 해서 좋은 플레이로 답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원래 사람이 뜨면 변하게 돼 있다. 뜨고 나서 좀 변했나? ***나는 그 말이 가장 싫다. 그래서 모든 행동에 조심하려고 한다. 큰 무대를 경험하고 나서 뭘 하더라도 자신감은 생겼지만 그거 말고는 변한 게 없다.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빨리 프로팀에 가 자리를 잡는 게 내 목표다. 또한 조금 멀리 내다보면 2016년 리우 올림픽에 뽑히기 위해 준비할 생각이다. 최종적으로는 사람들이 나를 기억할 때 박지성 선배님처럼 운동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성실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훗날 유럽에 진출해 내 이름을 더 알리고 싶은 마음도 크다.
인터뷰/글=김현회(축구 칼럼니스트), 사진=이연수, 대한축구협회 월드 No.1 풋볼 매거진...포포투 한국판(www.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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