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용 이석기 녹취록 증거능력, 법조계도 '갑론을박'

2013. 9. 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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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자 녹취 증거 능력 없다 vs 공개된 장소에 3자로 참여 녹음한 것 문제 없다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건 녹취록이 향후 증거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정원과 검찰은 이석기 의원 등 통합진보당 관계자의 내란 음모 혐의의 주요 증거로 지난 5월 12일 모임의 녹취록을 영장에 제시했는데 증거취득과정이 불법이기 때문에 법정에서 증거능력으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과 위법한 게 아니다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통합진보당 변호인단 대표를 받고 있는 김칠준 변호사는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검찰이 제시한 영장을 보면 국정원 제보자가 녹음해 녹취록을 국정원에 전달한 게 확실하다"며 "국정원이 사주해서 녹음을 하고 영장에 제시한 것이라면 사람을 도구로 이용한 불법감청에 해당되기 때문에 증거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그동안 국정원이 수년간에 걸쳐 적법 감청을 해왔다면 (이모씨의 녹음 자료가 아닌)증거 자료를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이석기 의원이 정세 강연을 하고 조를 짜서 분임 토론을 한 것으로 나오는데 통합진보당은 국정원 조력자인 이모씨가 국정원과 사전에 협의를 한 뒤 분임토의에 참석해 내부에서 녹음하고 국정원에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 대상자들의 유무선 전화 통화와 전자우편 등을 감청했다는 입장이지만 주요 증거 자료인 5월 12일 모임이 영장 집행에 의한 국정원의 직접 감청 아니라 내부 조력자를 통해 녹취를 한 것이어서 통신비밀보호법상 요건에 맞지 않거나 영장 없이 수집된 증거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재화 변호사는 "이 사건의 쟁점은 국정원이 사람을 매수해서 녹음하기 전 협의를 하고 증거 확보를 위해 일종의 침투를 시켰느냐 여부다. 국정원이 이전에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하면 프락치를 입증하는 게 어렵다고 봤는데 오히려 국정원이 스스로 밝혀버리지 않았느냐"며 "원래는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아서 감청을 해야 하는데 포섭한 조력자를 시켜 국정원의 대리인 자격으로 녹음을 한 것이기 때문에 국정원이 실질적으로 직접한 것으로 동일시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결국 법원에 가더라도 형식적으로는 국정원 조력자가 그 모임의 멤버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지위는 국정원의 지위와 다름없기 때문에 영장 없이 감청을 한 것이 된다. 5월 12일 모임의 모든 녹취록 발언과 상황 증거 능력은 결국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수집된 증거 능력의 위법 여부도 강화하고 있다. 형식상 참고인의 경우 진술 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하지 않고 있는다. 하지만 참고인 신분으로 자백 진술을 받아내 증거로 제출할 경우 위법한 증거 수집이라고 보고 증거 능력을 부인하고 있는 것도 최근 추세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민주당 신 모 의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선거 과정에서 한 선거운동원이 신 모 의원이 선거운동의 대가로 자신을 직원으로 채용해 월급을 지급했다고 경기도 선관위에 제보했다. 경기도 선관위는 해당 선거운동원을 시켜 유도질문을 통해 '선거운동 대가로 자신을 채용했다'는 의원의 답변을 받아냈으며, 이를 녹음해,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위법한 증거 수집으로 보아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 ▲ 이석기 통합진보장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진보당 최고위원-의원단 연석회의를 마치고 의원회관으로 이동하기 위해 회의실을 나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결국 검찰이 내란 음모 혐의로 기소하고 법정에 가더라도 변호인단이 녹취록의 위법 수집 문제를 제기하고 증거 채택에 '부동의'한다면 증거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녹취록 파일을 들어봐야 한다는 검찰 쪽 주장이 법원에 수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보는 이유다.

반면, 하태훈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공개되지 않는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도록 하지 않은 것이 통신비밀보호법이지만 강연과 토론에서 제3자와 같이 참여한 것을 두고 타 인간과의 대화라고 보는 것은 형식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경쟁 미용실에서 귀를 뚫어주는 불법 시술을 한 미용실을 고발하기 위해 손님으로 위장해 녹음을 하고 의료법 위반으로 증거로 제출한 사건에 대해 증거 수집이 위법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씨의 신분에 따라 모임에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건지 공개된 대화의 일반 당사자로 녹음한 건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대법원 판례에서와 같이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녹음을 해도 위법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 ▲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정기국회 첫 날인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 개회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박경신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도 "통신비밀보호법을 만든 취지는 특수한 도구를 통해서 다른 사람 모르게 접근한 뒤 프리이버시 영역을 침투해서 대화내용의 녹취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130여명이 있는 상태에서 자신도 회의에 참석해 이 얘기, 저 얘기를 한 것을 녹취한 것이라며 통비법을 적용해 위법이라고 하는 것은 조금 거리가 있고 수집된 증거를 불법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앞으로 내부고발자들도 의도를 밝히지 않고 녹취를 하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부분에 통비법 위반을 적용하게 되면 고발의 공익성 또는 내부자 고발이 상당히 위축될 경우가 있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이 언론에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줄곧 녹취록의 진위 여부보다는 입수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한 것도 녹취록이 불법감청으로 인한 증거능력을 상실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거액으로 이씨를 매수하고 수년 간 당을 사찰했다는 주장이 만약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람을 도구로 이용한 불법감청'이라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두고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국정원이 이씨와 언제부터 협의를 했고 증거 수집에 나선 경위가 어떻게 되는지부터 첨예한 공방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보학 교수(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는 "통신비밀보호법상 대화에 참여하면서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녹음하고 나중에 제보를 했다면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지만 기계를 통한 감청이 아니라 대화를 녹음할 목적으로'첩자'를 심었다고 한 경우 법원이 허락한 방식의 적합한 방식인지 논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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