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흔들리는 육군사관학교.. 생도생활의 모든 것

정철순기자 2013. 8. 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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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교전부터 군사훈련 5∼10명 포기.. '三禁制' 시대따라 변화

어느 국가든 군대를 조직하면 우수한 지휘자를 양성하기 위한 사관학교(교육기관)를 동시에 설립한다. 국내에서도 해방 직후 군사교육기관이 문을 열었고, 여기서 배출된 이들은 6·25전쟁과 베트남전쟁 등의 전장에서 앞장섰다. 육군사관학교는 창군 초기에 만들어져 역사를 갖춘 만큼, 육군의 다른 장교 양성기관인 육군3사관학교나 ROTC에 비해 임관자들이 군의 주요 지위에 포진해 있다. 하지만 최근 연이어 불거진 여생도 성폭행 사건과 태국 봉사활동 지역에서의 숙소무단 이탈 사건으로 육사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거세다. 일부 군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1990년대 중반 문민화 여파로 경쟁률이 급감한 이후 육사에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다"고 진단했다.

1. 육군사관학교 전신과 역사

해방 후 한국의 첫 장교 양성기관은 군사영어학교(Military Language School)로 1945년 12월 설립됐고, 학생들은 한 달가량의 교육을 거쳐 장교로 임관했다. 군사영어학교는 단기로 운영됐으나 학도병과 일본 육군사관학교 출신 군인들이 많아 한국군의 한 축을 맡았다. 육사가 지금과 같은 학교의 모습을 갖춘 것은 1946년 5월 1일 만들어진 남조선국방경비사관학교(같은해 6월 조선경비사관학교로 개칭)로, 첫 입학생 88명을 포함해 1948년 9월 7기생이 졸업할 때까지 총 1800여 명의 군 간부를 배출했다.

경비사관학교 또한 단기간 운영된 학교며 군 경력자 위주로 선발했지만, 정규적인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 때문에 이를 육사의 전신으로 삼는다. 이후 '육군사관학교'란 이름은 1948년 9월 5일 처음 얻었으며, 1951년(11기) 9월 지금과 같은 4년제 신입생을 모집했다.

2. 육사 생도가 되기 전

일반 대학생들이 입학 전 야외로 MT를 가서 술을 마시는 것과 달리 육사 생도들은 입학 전 기초군사훈련에 들어가 '짬밥'을 먹기 시작한다. 기초군사훈련은 5주간 진행되며, 신병들이 훈련소에서 교육을 받는 것과 같이 기본적인 병과 훈련으로 구성돼 있다. 보통 육사의 입학식은 2월 말에 열리며 군사훈련 1월 중에 실시돼 생도들은 입교 전 혹독한 훈련을 받게 된다. 기초군사훈련까지는 입학생들에게 '생도'란 호칭을 쓰지 않고 '기초군사훈련생도(기훈생도)'라 칭한다. 기초군사훈련의 내용은 크게 가치관 함양 교육(국가관·역사관 등 7개 과목)과 군사훈련(개인화기·각개전투 등 15개 과목), 생도생활 적응교육(생도생활 예규 등 10개 과목)으로 구성된다.

기초군사훈련 때부터 훈련생들에게 군대급식이 지급되며, 이 기간에는 직각식사를 해야 한다. 직각식사란 음식을 먹을 때 팔의 동작을 직각으로 하는 것으로, 사회 생활에 익숙해 있는 훈련생을 빠르게 '각'이 잡힌 군인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을 담고 있다. 훈련이 힘들고 익숙지 않은 까닭에 매년 5∼10명의 훈련생이 중도포기한다.

3. 생도가 되면

육사 생도들은 총 8개의 중대로 구분돼 생활한다. 오전 6시 기상을 시작으로, 8시 학과수업과 오후 3시 체육수업 등 정해진 일과에 따라 생활하며 이를 어길 시에는 교칙에 따라 징계에 처해질 수 있다.

학교를 벗어나는 외출과 외박 또한 토요일과 일요일만 가능하며, 오후 9시 이전까지 복귀해야 하는 등 군인 신분으로 생활하는 것이 일반 대학과 큰 차이점이다.

입교 후에도 생도들의 훈련은 계속된다. 생도들은 1∼4학년 동안 매년 여름 총 25주(1∼3학년 6주, 4학년 7주)의 훈련을 받으며, 주요 내용은 전투 숙달훈련 및 리더십 함양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학년별로 훈련 내용에 차이가 있는데 1, 2학년 때는 육군훈련소(충남 논산)와 부사관학교(전북 익산)에서 기본적인 병과 교육을 받고 3학년이 되면 북한군의 소부대 전술 등을 익히며 4학년은 일반전초(GOP) 지역에서 100㎞ 행군을 실시한다.

4. 입시와 경쟁

육사는 매년 250명 안팎의 신입생을 선발하며, 여생도는 전체의 10% 이하로 뽑는다. 전액 국비로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고 매달 30만∼40만 원 정도의 품위유지비(2013년 기준)가 지급되는 까닭에 1960∼1970년대는 주로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지원했지만, 최근에는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학생들의 진학이 크게 늘어 전체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2014년도 육군사관학교 생도 모집에는 6000여 명의 학생들이 몰려, 2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여생도의 경우에는 43.3대 1로 역대 최고였다.

육사의 경쟁률은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움직임을 보이는 특징도 있다. 김영삼정부 출범 이후 문민화가 한창이었던 1994년에는 4대 1까지 떨어졌으나 외환위기(IMF) 직후에는 다시 큰 폭으로 올라 최근에는 20대 1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5. 여생도 입교·생활

육사는 1998년(58기)부터 여자 생도를 받기 시작했으며, 매년 남자 생도들보다 높은 경쟁률과 성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12년(68기) 임관한 윤가희(25) 중위가 여생도로는 처음으로 수석졸업을 차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여생도 입학 경쟁률은 안보위기와는 무관하게 꾸준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이 있었던 지난 2010년 71기(2011년도 입교) 모집에선 여생도의 경쟁률이 사상 처음으로 40대 1을 넘겨 군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여생도들의 생활 역시 일반 여대생과 다르다. 남자 생도들과 똑같은 수준의 훈련을 받는 것은 물론, 머리길이는 차려 자세로 섰을 때 뒷머리가 제복의 깃에 닿지 않아야 하고, 귀걸이 등 장신구는 일체 사용할 수 없는 등 화장과 외모 관리에 제한을 받는다.

6. 생도 구성과 책임

육사는 미래 군의 지휘관을 배출하는 곳인 만큼 자율정신과 책임의식을 강조한다. 이 때문에 생도 자치활동의 일환으로, 야전부대 형식의 지휘근무제도를 운영한다. 지휘근무 편성은 크게 생도연대와 예하 연대본부와 2개 대대로 구분하며, 각 대대마다 4개 중대와 3∼4개 소대를 둔다. 생도들은 구분된 부대에 각종 훈련시 지침을 일원화한다.

생도자치규정을 강조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의무와 책임도 무겁다. 대표적인 것이 무감독 시험이다. 생도들은 각종 학과 시험시 감독관 없이 시험을 본다. 담당교수는 시험 시작 3분 전에 도착해 부교반장 생도의 시험 준비 보고를 받으며 시험지를 분배한 후에는 시험감독을 하지 않는다. 생도 스스로의 양심에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시험 중에 지켜야 하는 사항을 어겼을 경우에는 명예 최저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해 퇴교처리된다.

7. 삼금(三禁)제도와 생도간 연애

삼금제도는 육사가 1952년 1월 진해에서 4년제로 재개교하면서 도입된 제도로, 금주(禁酒)와 금연(禁煙), 금혼(禁婚)이 이에 해당한다. 삼금제도는 시대에 따라 변천이 있었다. 1968년까지는 약혼이 허용되기도 했으며 금주조항은 2003년 들어 허가권자의 폭이 크게 넓어졌는데, 각종 행사와 관혼상제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인해 가족과 훈육관, 지도교수 등으로 그 폭이 넓어졌다. 특히 2005년에는 음주의 허용량도 생맥주 1000cc와 소주 1홉으로 제한했지만 2009년 관련 조항이 삭제됐다. 음주는 허용됐지만 사전에 훈육관 등에 보고해야 하며, 교외에서는 사복차림으로만 가능하다.

여생도 입교 후 생도 간 연애 문제 또한 불거졌는데, 육사는 2001년부터 생도 상호간 이성교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며 1학년 생도는 제외시켰고 영내 근무장병과 생도 간 교제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8. 최근 일어난 사고

육사 생도들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고는 대부분 음주 관련 사고였다. 최근 일어난 여생도 성폭행 사건과 6·25전쟁 참전국(태국) 방문시 숙소 무단이탈 외에도, 2003년 일어난 외국인 여성 성추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2003년 8월 육사 3학년 생도 A(당시 21세) 씨가 노래방에 들어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려는 영국인 B(당시 35) 씨의 가슴을 만진 혐의로 서울 노원경찰서에 연행된 사건이 발생했다. A 씨는 성추행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비명을 듣고 뒤쫓아온 태권도 사범 C 씨와 멱살을 잡고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육사 조사결과 A 씨는 사건 당시 만취상태였고, 동기 생도 5명과 함께 외박을 나와 1, 2차 술자리에서 다량의 소주와 생맥주를 마셨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에 연루된 생도 6명은 모두 퇴교처분을 받았다.

9. 육사 출신 주요인물

육사는 한국에서 대통령을 가장 많이 배출한 교육기관이다. 박정희(조선경비사관학교 2기)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두환(11기)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 모두 육사 출신이다. 이외에도 김종필(8기) 전 총리 등 육사 출신들은 군사정권 시절 내각의 주요 자리를 차지했다. 현재도 한국군의 주요 요직은 육사 출신들이 맡고 있다. 전체 사성장군(대장) 8명 중 5명이 육사 출신이며, 400여 명의 장군 중 이들 출신이 가장 많다. 박근혜정부 들어 청와대와 국정원 등 안보라인에 기용된 육사 출신도 상당하다. 남재준(25기)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해 김장수(27기)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흥렬(28기) 경호실장, 김관진(28기) 국방부 장관이 모두 육사를 졸업했다.

10. 하나회와 육사

하나회(하나會)는 1963년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 육사 11기생들의 주도로 비밀리에 결성한 조직을 말한다. 육사 11기는 최초로 4년제 과정을 거친 생도들로 선배 기수들보다 결집력이 강했다. 회원 모집은 폐쇄적이었는데 기수가 내려갈수록 경상도 출신 소장파 장교들을 대상으로 3∼4명씩 모집했다.

하나회 회원들은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보안사령부 내사과 등의 진급 담당 요직을 차지해 승진이나 자리 이동 때 선배가 후배를 추천하고 밀어주는 식으로 군내 주요 요직을 독점했고 강령을 만들어 조직을 결속했다. 이들 강령은 '하나회의 선후배와 동료들에 의해 합의된 명령에 복종한다'와 '하나회원 상호 간에 경쟁하지 않는다', '이상의 서약을 위반할 시 '인격말살'을 감수한다' 등으로, 타 출신을 배제한 채 군을 사조직처럼 운영했다. 특히 이들은 1979년 12·12 사태를 주도했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강제진압하는 등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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