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더 사랑스러운 배우 조윤희

2013. 8. 1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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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첫 느낌은 맑았다. 꾸미지 않아도 예뻤고, 모든 면에서 솔직하고 심플했다. 튀는 캐릭터이기보다 자연스럽게 묻어가고, 완벽한 배우이기보다 행복한 인간으로 살고 싶다는 여자. 한 꺼풀 한 꺼풀 알면 알수록 더 사랑스러운 배우 조윤희를 만났다.

요즘 조윤희(31세)는 쉼 없이 달리고 있다. 지난해 KBS2 < 넝쿨째 굴러온 당신 > (이하 < 넝굴당 > )에서는 털털하다 못해 선머슴 같은 '방이숙'이었고, tvN < 나인 > 에서는 활달하면서도 속으론 순정과 낭만으로 무장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 '주민영'이었다. 그리고 최근 시작한 MBC < 스캔들-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 > 에서는 솔직하고 엉뚱한 26세 미혼모 '우아미' 역을 맡아 이제껏 맡아온 역할보다 훨씬 더 발랄한 '3.5차원'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감탄스러운 건, 세 작품 모두 '화제'를 넘어 '대박'이 났다는 사실. 야구로 치면 세 번 연속 '홈런'을 치고 있는 셈이다. 7월의 어느 날 조윤희를 만났다. 음료 브랜드 '네이처 티(nature tea)' 광고 녹음 현장에서 만난 그녀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은은한 꽃무늬 원피스 차림으로 등장했다. 광고의 콘셉트처럼 자연스럽고 내추럴하고 편안했다. 빈틈없는 스케줄로 인해 수면 부족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토록 기다려온 '일복'이기에 온몸으로 즐기고 있다.

"데뷔 때부터 < 넝굴당 > 을 만나기 전까지 저는 늘 기대주였어요. 10년 동안 긴 생머리에 조용한 이미지였죠. 그러다 보니 들어오는 역할에 한계가 있고, 연기의 발전도 없더라고요. 한참 슬럼프로 맘고생을 할 즈음 < 넝굴당 > 을 만났는데, '이숙'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 정체되어 있던 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머리도 확 자르고 변신을 시도했죠. < 나인 > 에 이어 < 스캔들 > 이라는 작품을 만난 건 '천운'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시나리오에 좋은 캐릭터에, 최고의 연기력을 갖춘 선배님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입니다."

그녀는 요즘 밝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예전에는 무표정이었는데, 지금은 표정이 다양해졌단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도 솔직해졌다. 무엇보다 사람 자체가 환해졌다. 행복에 겨운 티가 팍팍 난다.

"극 중 역할을 닮아가는 것 같아요. '우아미'는 사람을 정화하는 맑은 캐릭터거든요. 나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으로 흡수하고 있어요. '우아미'가 저를 밝고 쾌활하게 변화시킨 캐릭터라면, 저와 가장 닮은 캐릭터는 '방이숙'이에요. 실제로 저는 전형적인 선머슴 스타일이거든요. 꾸미고 여성스러운 것보다는 편하고 보이시한 스타일을 좋아하고, 이탈리아 음식보단 밥을 더 선호하죠. 음식도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먹고요."

먹을 때 가장 과감해진다는 그녀는 식탐도 많고 폭식도 잘하는 '대식가'다. "가끔 이성을 잃고 먹기도 한다"는 게 그녀의 솔직한 표현. 한창 잘 먹을 땐 고봉밥에 삼겹살 3인분도 거뜬히 먹었고, 철저히 육식 위주로 살던 때도 있었다. 부럽게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란다. 하늘은 불공평하다.

" < 나인 > 끝나고 1~2kg 정도 쪘어요. 항상 2kg 안에서 왔다 갔다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체질 믿고 있다가 몸이 망가질 것 같기도 하고, 요즘 들어 부쩍 체력이 달리기도 해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필라테스와 수영. 태어나서 운동은 처음 배워봐요."

▲ 조윤희가 롯데칠성음료의 '네이처 티(nature tea)' 모델로 발탁됐다. 네이처 티는 녹차를 베이스로 천연 과즙을 더해 녹차의 깔끔한 맛과 과일의 상큼한 맛을 어우러지게 한 힐링 음료다. 그녀를 만난 날은 광고에 쓰일 음성녹음이 있던 날이었다. 녹음 내용은 '웃을 때 눈가에 주름이 왼쪽은 세 줄, 오른쪽은 두 줄 생깁니다. 코도 둥글둥글하고 눈도 작지만, 그래도 나는 예쁩니다'라는 식이다. 한마디로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것이다. 꾸밈없이 솔직하고, 자연스러워서 더 예쁜 그녀. '있는 그대로, 자연 그대로'를 강조하는 음료의 모티브와 꼭 닮았다

성장통 이후 내가 깨달은 것

고등학생 때 길거리 캐스팅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그녀는 잡지 모델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SBS 청춘 시트콤 < 오렌지 > 로 처음 공중파에 얼굴을 알렸고, 이후 < 러브 레터 > < 열혈 장사꾼 > < 황금물고기 >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집안의 반대는 없었다. 해병대 부사관인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떨어져 지낸 터라 딸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하게 했고, 평범한 주부인 어머니와 한 살 터울인 언니는 '연예인 가족'이라는 타이틀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TV에 나오는 그녀를 응원했다.

"저희 집 분위기는 소극적이에요. 방송 모니터링은 고사하고 그냥 재밌다, 잘한다고만 해주시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 가족에게 기댈 수가 없더라고요. 힘들다고 하면 그만두라고 할까 봐 스스로 겁이 난 것 같아요. 원래 성격이 누군가에게 말을 해야 풀리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저는 힘들 때 혼자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실컷 울다 보면 좀 풀리거든요."

연기 생활 11년. 그녀가 이제까지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2010년 < 황금물고기 > 를 촬영할 때였다. 캐릭터의 풍부한 감정선을 살리지 못한 부분에 대한 자책이 컸다. 원하는 대로 표현이 안 되니 고민이 많아지고 슬럼프가 길어졌다. 연기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할 줄 아는 게 연기뿐이었다. 잘하는 것도 없고 좋아하는 것도 없었다. 평범하고 무난하고 재미없는 학창 시절을 보내다 바로 연예계에 입문한 까닭이었다. 그녀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돈 없고 '빽' 없고 끼 없는 자신을 빗댄 말 같아서다. 그래서 무조건 버티기로 했다. 대신, 개성 없는 자신을 탓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나 자신에게 주문을 걸었어요. '너는 빈 캔버스다'라고. 어떤 색을 쓰더라도, 무엇을 그리더라도 넘치거나 부족함 없이 틀에 꼭 들어맞는 배우가 되자는 다짐에서죠. 어쩌면 개성이 없기 때문에 어떤 색이든 빨리 흡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런 마음가짐 이후에 만난 작품이 < 넝굴당 > 인데, 그러고 보면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는 말이 정답인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도록 많이 고민하고 공부하겠습니다.(웃음)"

일도 사랑도 준비된 여자

그녀의 요즘 관심사는 동물과 이성과 요리다. 실제로 고등학교 때부터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그녀는 임순례 감독이 운영하는 동물보호단체 카라(KARA)에서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유사주(유기견에게 사랑을 주세요)'라는 단체에 가입해 유기견 두 마리를 입양, 현재 아홉 마리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벌써 3년 전이네요. 드라마 < 황금물고기 > 촬영 기간 중 가족 같던 강아지를 하늘나라로 보냈어요. 너무 슬펐지만 함께했던 강아지가 죽었다고 해서 다시는 강아지를 안 키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고받았던 사랑만큼 다른 강아지들에게 나눠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은데, 그런 저에게 유기견을 위한 활동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해요."

지극한 동물 사랑으로 미래의 남편감도 '동물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란다는 조윤희. 인연은 주변에 있다는 말에 처음에는 '봉사활동을 하며 인연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도 했지만, 그녀는 "실상 동물 봉사에 남자는 많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씁쓸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제 이상형은 리드 잘하고 남자다운 사람이에요. 활동적이지 않은 저를 이끌어주고 제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면 돼요. 나이 차는 한두 살 정도. 그런데 이상형이라는 게 나이 들면서 수시로 바뀌는 것 같아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하는 남자로 보지 않았는데, 요즘엔 어른스러운 연하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이제는 선을 긋지 않고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적극적으로 만나려고 해요. 일도 사랑도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는 법이니까요.(웃음)"

남자친구가 생기면 직접 요리를 해주고 싶다는 그녀는 실제로 요리 실력이 대단하다. 기본적인 나물 반찬과 찌개류는 뭐든 자신 있다. 도시락을 싸는 것도 좋아해, 한창 요리에 꽂혀 있을 땐 회사 다니는 언니 도시락을 싸주곤 했다. "맛있다"는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 언니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려 반응을 살핀다는 그녀다. 결혼하면 남편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홈파티를 즐기면서 살고 싶고, 조만간 파스타 요리도 전문적으로 배울 계획이다. 선머슴인 줄 알았더니 천생 여자다.

그녀는 인터뷰 내내 '보통'과 '평범'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스스로를 '보통'이라 생각하고,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평범'하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자신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경험'이라고 했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은 보통의 시간이 모이고 모여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사실. 보통이 빚어내는 조윤희의 특별한 변주가 기대된다.

취재_정은혜 기자 | 사진_네이처피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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