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방독피', 문제적 감독들이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공포'

신소원 기자 2013. 8. 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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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하지만 그 안에 상징적 의미가 가득하다.

김선, 김곡 감독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방독피'(제작 두엔터테인먼트 곡사, 배급 두엔터테인먼트)는 김선, 김곡 형제가 바라보는 우리 '현실' 세계를 상징적이면서도 초현실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이미 지난 2010년 완성된 이 작품은 제 67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실험적이고 새로운 경향의 작품을 선보이는 섹션인 오리종티 부문에 초청돼 당시 프로그래머인 Paolo Bertolin으로부터 "미학적인 급진성과 정치적인 대범함을 겸비한 '방독피'는 가장 용감한 한국영화 중 하나로, 그 불길함이 오래 기억될 한국독립영화의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 김선-김곡 감독의 영화, 왜 문제적 영화라 불리나

이러한 극찬을 받은 김선, 김곡 감독의 새로운 문제작 '방독피'가 오는 8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선, 김곡 형제 감독은 지난 2008년 '고갈'이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이후 편집 수정 해 재심의를 거쳐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으며 2011년 영화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는 편집 수정을 거치지 않은 채 두 차례의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특히 김선, 김곡 감독은 최근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가 영진위의 첫 심사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해 "제한상영가 작품을 볼 수 있는 극장이 없는 한국 상황에, 제한상영가란 단 한 명의 관객도 만날 수 없는 실제적인 사형선고와 다름없다"며 영등위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 현대사회 속 불안, 알레고리로 어퍼컷을 날리다그렇다면 이번 영화는 어떨까. 우리가 사는 이 사회를 문제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연출한 두 감독의 또 하나의 문제작, '방독피'는 연쇄살인범을 죽이고 싶은, 혹은 연쇄 살인범에게 죽고 싶은 각기 다른 네 명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살해위협에 시달리는 서울시장 후보 주상근(조영진 분), 어릴 적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생각하며 자살 동호회를 만들어 자살을 실천에 옮기려는 늑대소녀 미주(장리우 분), 죽은 한국 여자친구를 그리워하는 주한미군 패트릭(패트릭 스미스 분), 방독면을 쓴 살인범으로부터 시민을 구하는 영웅이 되고 싶은 주차요원 보식(박지환 분) 등 네 명의 인물이 서로 다른 일상을 살아가지만, 결국 방독면을 쓴 연쇄살인범과 마주하며 이야기가 한 데 모아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방독피'는 어찌보면 관객들에게 난해함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늑대소녀는 상업영화에서 봐왔던 송중기-박보영 주연의 '늑대소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아버지에게 어릴 적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미주는 아버지를 '늑대'라고 생각하며 살아갔고, 감독은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미주의 얼굴에 늑대의 털을 붙여 '늑대소녀'로 명명했다.

이 영화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피칠갑의 칼과 살벌한 한 여인의 죽음은 '방독피'가 심상치 않은 전개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김선, 김곡 감독의 영화에 주로 등장하는 죽은 쥐는 불쑥 튀어나오면서도 해당 캐릭터들이 이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반응해 더욱 의아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도입부에서는 네 인물을 따로 떨어뜨려 놓아도 충분히 각각의 이야기로 보일만큼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현대사회의 강박증과 불안함이 공통점으로 작용한다. 불안과 강박, 극도의 스트레스가 응집된 네 인물을 통해 이 영화는 지독할 만큼 현대인의 공포와 불안함, 하지만 그 안에서도 일상적인 내용들을 그려내며 마치 비빔밥처럼 뒤섞여있다.

네 명의 인물들은 각기 다른 상황, 장소, 배경에서 살아가지만 이 영화의 중반부 이상을 지날 무렵, 영화 속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캐릭터들의 상징성 및 문제점을 보따리를 풀 듯 서서히 드러낸다. 이어 음산한 배경음악이 흐를 때 네 명의 인물들이 빠르게 교차되며 공포와 광기,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이 부분에서 감독은 분노와 스트레스를 관객들에게 직접 표출하며 서서히 풀어졌던 보따리가 순식간에 폭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독립영화인 '방독피'에서는 여러 상징적인 물건들이 등장한다. 앞서 김선 김곡 감독은 이에 대해 "우리의 현실을 담아냈기에 정치적, 사회적인 내용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두 감독의 표현 방법이 다소 극단적인 부분이 있으나, 우리 사회의 면면을 돌이켜봤을 때 진짜 우리의 사회보다 더 극단적이고 공포스러운 것은 없다는 것을 역설하는 것이기도 하다.

감독이 '방독피'로 표현한 것은 영화에서처럼 방독면을 쓴 범죄자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마스크를 쓴, 우리 주변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철수'나 'TOM'으로 상징되는 사람들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방독면을 쓴 범죄자는 '나' 스스로일 수도 있고 '너'라고 대변되는 어느 누군가일 수도 있다.

'방독피'는 지난 1957년 영화 '범죄자들'로 데뷔한 할리우드의 로버트 알트만 감독이 주로 사용한 기법인 멀티 플롯 형식을 사용해 오마주로서의 성격이 강한 영화이기도 하다. 정치적이지 않을 수 없는 '방독피'에서 우리 사회에 문제의식을 '툭' 내던지고 쓴소리를 토해낸 김선 김곡 형제 감독의 영화 '방독피'는 이를 접하는 관객들에게 각각의 강한 울림과 깊은 사유를 전달한다. 오는 8월 22일 개봉.

신소원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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