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애니메이션의 메카, 지브리 미술관 가보니..

2013. 7. 2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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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초록빛이 우거진 도쿄 외곽 미타카시(三鷹市) 이노바시라 공원. 이 안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꿈이 현실로 구현된 공간이 자리했다. 숲으로 둘러싸인 '마법의 성'.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이뤄진 '지브리 미술관'은 지난 2001년 개관해 하루 평균 2400명의 관람객을 맞았다. 일본 애니메이션 명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세계관이 응집된 이 곳은 '이웃집 토토로'로 시작해 신작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를 지나 '천공의 성 라퓨타'로 마무리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했던 기이하고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영화속에서 튀어나온 곳, 미야자키 하야오는 기꺼이 자신의 세계로 향하는 문을 열어줬다.

지브리 미술관을 쌓아올린 가장 큰 특징은 두 가지로 나타난다. 하나는 '자연과의 조화'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선다는 것이다.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자연과의 일체감은 미술관 전체의 구조 안에 녹아들었다. 밖으로는 초록의 숲이 지브리 미술관을 감싸안았고, 안으로는 그 자연을 받아들이는 공간을 설계했다. 나선형 나무 계단을 따라 분주히 걸음을 옮기면 아늑하고 싱그러운 옥상정원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 역시 그 중 하나다. 도심을 벗어난 일본 대부분의 지역에 위치한 건물이 그렇듯 지브리 미술관도 낮은 키의 건물이다. 준이치 니시오카 관리국장은 "감독님은 사실 더 높은 건물을 만들고 싶어했는데 일본의 현행 소방법상 현재의 높이로 완성됐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옥상은 물론, 2층의 야외테라스에만 나와도 미술관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전체구조와 구석구석의 명소가 눈에 들어온다.

미술관 내부에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세심함이 인상적인다. 빛과 바람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스테인글라스 유리를 이용해 벽과 천장에 창을 냈다. 시간의 길이에 따라 달라지는 태양빛이 유리창을 통해 마루바닥에 비쳐질 때마다 지브리 미술관은 매순간 오묘한 빛깔을 띠게 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 곳을 수많은 동심들의 '꿈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의 세계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어린이'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지브리 미술관은 아이들이 뛰어들어와 '놀다가고 싶게' 만드는 곳,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태어났다. 그렇다고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 '공상의 세계'를 잃은 어른들에게는 다시 동심을 안겨준다.

넓지 않은 규모지만 구성은 알차다. 철저한 예약제에 따라 하루에 4번만 관람을 진행하는 이 곳에 1000엔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서면 입구에선 커다란 토토로가 친구들을 기다린다.

먼저 지하 1층으로 가면 '토성좌'라는 이름을 붙인 소형극장이 어린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미술관에서는 이 곳을 "아이들이 가장 처음 만나는 극장"이라는 생각으로 작은 손님들을 향한 세심한 배려를 곳곳에 담았다. 중저음과 어두운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을 배려해 작은 수십여대의 스피커를 통해 음향을 가다듬었다. 영화 상영 전에는 조명도 서서히 잦아든다.

지상 1층에 자리한 곳은 '지브리 미술관'의 역사다. '소년의 방'을 비롯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업 전과정이 이 공간 안에서 열린다. 5개의 전시실에서는 종이 한 장에서 시작한 아이디어가 애니메이션 한 편으로 만들어지는 전과정을 보여준다. 감독과 무수한 애니메이터의 수작업을 통해 완성된 스케치와 카피, 또 그의 작업실과 평상시의 작업모습을 재연한 공간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산실을 보게 된다.

그 과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움직이는 그림'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보여준 전시물이다. 조금씩 다른 움직임을 하고 있는 정지된 토토로 속 인형들을 돌림판 위에 세우고 빛을 쏘면 '마법'처럼 소녀는 줄넘기를 하고, 토토로는 흥에 겨워 몸을 움직인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 곳에서 만날 수 있다. 니시오카 국장은 그러면서 "'센과 치히로의 모험' 이후 지브리의 애니메이션도 이젠 컴퓨터 작업을 거쳐 만들어지게 됐다. 이제 더이상은 하지 않는 작업"이라며 역사로 남겨진 기록들을 추억했다. 수백개의 물감으로 채색하고, 수천장의 필름을 이어붙이는 작업들은 이제 '과거의 노동'이 됐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여전히 아날로그 시절의 방법을 고수하는 부분이 있다. 사람의 손으로 이어붙인 필름 애니메이션은 화면 안에서 미세한 떨림(움직임)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영상보다 정교함이 떨어질 순 있어도 미야자키 감독은 "그것이 사람의 눈을 덜 피로하게 한다"고 생각해 컴퓨터로 작업할 때에도 부러 화면의 흔들림을 의도한다는 전언이다.

나카시마 키요후미 관장이 강조하는 "직접 뛰어가 만져보고 체험하는 공간"으로의 지브리 미술관은 2층에서 열린다. '이웃집 토토로'의 대형 고양이 버스가 한 자리를 차지해 아이들은 이 공간에서 원없이 뛰어놀 수 있다. 닫혀진 공간에서 봐오던 허구의 세계가 바로 현실이 돼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허락된 공간은 아니다. 만 12세 이하의 초등학생들만이 고양이 버스에 탑승할 수 있다. 대신 그 옆으로 기념품 가게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추천하는 책으로 꾸며진 서점을 들러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이 곳의 문을 열어 가파르고 좁은 계단을 따라 오르면 '지브리 미술관'의 마지막을 만난다. '천공의 성 라퓨타'의 거대한 로봇. 무려 6m 높이의 이 로봇은 이미 미술관에 들어려는 방문객들을 가장 먼저 굽어본 '염탐꾼'이다. 지브리 미술관 내부에서의 사진 촬영은 금지된 탓에 이곳은 방문객들의 '사진촬영 성지'다.

지브리 미술관은 설계와 구조, 구성에 이르기까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완성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었다. 그의 세계관이 투영된 공간에선 일본 애니메이션의 힘을 엿볼 수 있다. 일본의 수많은 아이들은 이 곳을 찾아 일본 애니메이션의 과거와 현재를 보고, 또 미래를 기약한다.

대내외적으로 '지브리 미술관'은 '테마파크'로 인식하지만, 이 곳은 일본의 다른 애니메이션 미술관과 달리 캐릭터와 그림, 노는 것에만 목적을 두지 않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1998년 '원령공주'의 작업을 마친 이후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고민했다. 이 때 미술관 구상을 시작해 2001년 7월 완성됐고, 그해 10월 문을 열었다. 애초에 사적인 공간을 만들 수 없는 도쿄도에서 관리하는 공원이었던 이유로 지브리 미술관은 이 곳에 건물을 세우고, 미술관 자체를 도에 기부하게 됐다. 현재 이 곳은 미타카시와 지브리, 니혼TV 세 곳이 합작한 '공익재단 법인 도코마 기념 애니메이션 문화재단'이 관리한다. 한 마디로 공익재단이다. 하루에 2000여명의 방문자가 발길을 이어가 입장객수로만 7억엔의 수입을 올려도, 수익은 모두 사회로 환원한다. "흑자도 적자도 내지 않는 운영을 해야한다"는 것이 니시오카 국장의 설명이다.

1985년 '사하라 사막에서 부는 뜨거운 바람'이라는 의미를 담은 '지브리(Ghibri)'는 태어났다. 그 이전에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히트작은 있었지만,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과 손을 잡고 출범한 지브리 스튜디오는 그의 작품세계를 확장한 요람이 됐다. 지브리 미술관은 그에 걸맞는 작은 왕국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지브리 미술관'은 단지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을 일으킨 '명가의 왕국'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이 거대한 산업이 됐고, 그것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것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그 책임까지 이어가고 있다.

도쿄(일본)=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제공=대원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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