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바꾸고 운동 습관 들이니 찐살이 '쏙'

2013. 7. 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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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살 빼주는 학교들

아동·청소년 비만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비만은 학교생활에도 지장을 준다. 심각성을 느낀 학교들이 나섰다. 급식을 바꾸고 운동시간 을 늘리는가 하면 체성분 분석까지 해가며 아이들의 비만 관리에 온정성을 다한다.

5년째 현미급식하는 이수초등교사 함께 먹으며 식사지도'7560 운동' 캠페인 진행 성과체지방 분석해주는 광덕초등결과 수치 보여주며 상담하고식생활교육관선 '바른 영양' 수업서울시교육청 식습관교정캠프아이 스스로 위험성 자각 유도

"예전에 살쪘을 때는 친구들과 말싸움할 때 무조건 '돼지야'라는 말부터 들었어요. 그래도 제가 할 말이 없었죠. 체육시간에도 숨이 차서 헉헉대며 혼자 뒤처졌어요. 당연히 힘들었죠."

초등학교 6학년인 김아무개군은 2학년 때 키 132.7㎝에 몸무게 36.9㎏으로 상대체중을 따졌을 때 경도비만 상태였다. 이후 중등도 비만까지 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키 155.1㎝에 57.6㎏으로 정상인 상태다. 상대체중은 소아과학회에서 발표한 키와 몸무게의 표준그래프를 기준으로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비교 산출해 비만도를 측정한 것이다.

"2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현미급식을 했는데 살도 많이 빠지고 소화도 잘되는 거 같아요. 뱃살도 확 줄어서 지금은 집에서도 온 가족이 현미식을 해요."

김군이 다니는 서울 이수초등학교는 올해로 5년째 현미급식을 하고 있다. 당시 조재욱 교장이 식이요법만으로 질병을 이겨낸 뒤 현미급식을 고집한 덕이다. 현미식 외에 밀가루, 튀김류와 가공식품은 급식에서 제외된다. 대신 반찬은 고기와 버섯, 채소나물 위주로 골고루 나온다.

지난 12일 점심시간, 이날 식단은 현미밥과 대구매운탕에 야채달걀말이, 부추오이무침, 미역줄기표고볶음, 자두였다. 580여석이 되는 급식실을 둘러봤지만 '뚱뚱한' 학생은 찾기가 힘들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보통 체격이었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1학년 아이들도 "밥이 맛있다"며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특히 담임교사가 아이들과 같이 먹으며 끝까지 식사지도를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급식실에서 밥을 먹는 경우 아이들과 교사는 보통 따로 앉아서 먹는 경우가 많다.

최희영 영양교사는 "처음 급식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현미밥이 까끌까끌해서 먹기 힘들어하는 친구도 있었다"며 "지금은 충분히 불려서 밥을 짓는다. 1학년 아이들도 잘 먹는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언니나 오빠가 현미급식을 하면서 집에서도 현미밥을 먹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아이의 아토피 때문에 일부러 전학을 시켰다는 아버지도 있다"고 얘기했다. 김군은 먹는 거 외에도 꾸준히 운동을 했다. 친구들이랑 매주 한 번씩 농구를 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줄넘기도 한 시간씩 했다. 만약 따로 시간을 못 내더라도 학교에 오자마자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이 학교에서는 '7560운동'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일주일(7)에 5번 이상 60분 정도 운동을 하자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매일 전교생이 등교하자마자 20분 정도 운동장을 세 바퀴씩 돈다. 김군은 "간혹 빠지는 아이들도 있지만 꾸준히 하면 칭찬 스티커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식습관과 운동을 병행하며 김군에게 많은 변화가 왔다. "단순히 살이 빠져서가 아니라 이제 쭈그려 앉아도 무릎도 아프지 않고 몸이 가벼워지는 걸 느껴서 기분 좋다"고 말했다.

최 영양교사는 "돈가스나 맛탕, 강정도 해주고 싶은데 튀김류는 열량이 높기 때문에 오븐에 굽는다. 식단도 엄격히 관리해 매번 짜는 게 힘들긴 하다"며 "그래도 어릴 적 식습관이 기틀이 돼서 성인까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지금부터 건강하게 잘 먹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그는 "이 학교는 식생활을 위해 움직이는 학교"라고 말했다. 현미급식 외에도 식생활 건강반 동아리를 운영하며 2주에 한번씩 식품첨가물 실험을 하거나 친환경 요리를 만들어본다. 또 워크북을 제작해 아이들이 인스턴트식품을 얼마나 먹었는지를 스스로 체크하도록 한다. 현장학습을 갈 때도 아이들은 과자와 음료 대신 물과 달걀, 옥수수, 감자 등을 싸 온다.

최 영양교사는 "얼마 전에는 '친환경 음식밥상 안 남기기' 운동도 했다. 밥 먹는 걸로 경쟁을 시키면 안 좋다는 생각에 80% 정도까지만 먹으면 상을 줬다. 두 달 동안 28개 학급 중 25개 학급이 80%를 달성했다"며 "보통 4·5·6학년 때부터 비만도가 증가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체지방률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각 반에 친환경 식생활 교육비도 6만원씩 지원했다. 아이들은 교육비로 과일이나 채소 등 건강식을 먹어보고 직접 떡을 만들거나 농촌 체험도 하게 된다.

아이들 사이에서 뚱뚱한 아이들은 인기가 없고 심지어 왕따까지 당한다. 초등학교 6학년인 정아무개양은 "반마다 '뚤딸'이 있다. 뚱뚱하고 작달막한 아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상해서 아이들이 다 싫어한다"고 털어놨다. 아동·청소년 비만이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학교 차원에서 아이들 비만 관리를 해주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도 광명 광덕초등학교 6학년인 윤아무개양은 지난해 학교에서 했던 인보디 검사에서 체지방률이 35.1%로 비만이 나왔다. 인보디는 체성분 분석기를 통칭하는 말로 비만진단이나 영양 상담에 활용되고 있다. 윤양은 "부모님이 일을 해서 집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경우가 많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먹거나 귀찮아서 국이나 찌개만 꺼내 대충 때우는 식"이라고 말했다. 대신 주말에는 외식을 하면서 왕창 몰아서 먹는다. 그는 지난해 영양 상담 이후 점심시간마다 친구들과 피구를 하고 줄넘기도 틈틈이 했다. 그 결과 키가 10㎝ 이상 컸고 올해 검사에서 체지방량이 32.3%로 줄어 경도비만이 나왔다.

이 학교는 지난해부터 식생활교육관을 만들어 운영중이다. 교육청의 시범학교로 지정돼 예산을 지원받은 덕분이다. 이곳에는 영양 상담에 필요한 인보디 기구 외에도 조리대와 오븐 등 다양한 조리기구가 갖춰져 있다. 한쪽 벽에는 식품구성이나 영양표시 등의 정보도 붙어 있다. 일 년에 한 번 전교생을 대상으로 인보디 검사를 한다. 원하는 학생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방과후 이곳에 들러 영양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또 5, 6학년은 실과시간에 조리 실습을 하고 전교생 대상으로 한 학기에 두 시간씩 영양 수업도 진행한다.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알려주며 영양개선과 신체발달을 돕는다. 교과외 시간에는 식생활교육관에서 방과후 요리교실과 교사 요리동아리도 운영한다.

강진희 영양교사는 아이들과 영양 상담을 진행하기 전 식습관 조사를 한다. 식사시간이나 먹는 음식, 운동량, 가정환경까지 꼼꼼히 확인한다. 강 교사는 "비만인 아이들 대부분 피구나 줄넘기 등 좋아하는 운동은 있지만 시간 많을 때 주로 하는 건 텔레비전을 보거나 휴대폰 사용이라고 적는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요즘 혼자서 밥을 먹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런 환경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혼자 있으면 귀찮아서 먹고 싶은 것만 꺼내먹게 돼요. 또 텔레비전이나 휴대폰을 보면서 먹으면 양 조절도 안 되죠."

서울시교육청도 아이들의 비만에 꽤나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5월25일부터 6월15일까지 초등학교 1~3학년 200명과 학부모 200명을 대상으로 '식습관교정체험캠프'를 열었다. 식습관은 보통 어릴 때 가정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부모도 함께 참여하게 했다.

올해 캠프는 매주 토요일 인제백병원과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비만·편식·아토피·식품 알레르기에 대한 식생활 관리와 올바른 식습관을 주제로 진행됐다. 비만의 경우 '소아비만의 원인과 예방, 관리' 등에 대한 전문가 강의를 듣고 소그룹으로 나눠 영양 상담을 했다. 먼저 아이의 키·체중·체질량지수를 측정해 비만도를 확인했다. 이후 평소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을 통해 비만의 원인이 되는 문제점을 찾았다. 아이와 부모는 상담을 통해 체중을 얼마나, 어떻게 줄일 것인지 목표와 함께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정했다.

3학년 남자아이의 어머니 박아무개씨는 "아이가 비만까지는 아닌데 표준체중보다 6, 7㎏초과돼서 식단 짜는 데 도움을 받을까 하고 참여했다"며 "인스턴트나 탄산음료를 또래보다 훨씬 적게 먹였는데 음식을 먹을 때마다 빨리, 많이 먹고 운동을 안 해서 그런 거 같다"고 얘기했다. 당시 아이는 128㎝에 몸무게가 36㎏ 정도로 과체중이었다.

그는 캠프 참여 이후 아이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아이가 칼로리에 관심을 가지면서 피자 두 조각 먹던 걸 한 조각만 먹으면서 스스로 먹는 걸 절제하더군요. 요즘엔 학교 급식표나 식당 메뉴판에 적힌 칼로리도 확인을 해요."

박씨의 아들 임군은 "칼로리를 낮게 섭취하려고 과자나 치킨, 피자를 예전보다 덜 먹는다. 일주일에 세 번 수영을 하고 어린이 축구교실도 다니면서 운동도 많이 한다. 지금 4㎏ 정도 빠졌는데 몸도 좋아지고 작아서 못 입었던 옷을 다시 입을 수 있어서 기쁘다"고 웃으며 말했다.

2학년 아이를 둔 윤아무개씨도 "아이가 5㎏ 정도 과체중인데 운동하면서 발목을 자주 삐고 외모에 민감한데 친구들이 자꾸 놀려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캠프에 참여하면서 간식의 위험성을 깨달았다. 평소 간식을 꼭 챙겨줘야 한다는 생각에 구하기 편한 빵이나 떡볶이 등의 분식을 아이에게 줬다. 과일도 좋다고 생각해서 무조건 많이 줬는데 지금은 거의 안 준다. 윤씨는 "상담을 받으면서 아이가 성장기더라도 워낙 밥을 골고루 잘 먹어서 하루 세 끼만으로 영양이 충분히 충족된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아이는 축구, 줄넘기 등 운동은 평소대로 하면서 간식만 안 먹었는데 4㎏이 빠졌다. 이 캠프를 함께 운영한 서울 백병원 가정의학전문의 강재헌 교수는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은 소비열량보다 섭취열량이 많기 때문"이라며 "소그룹으로 영양교육을 진행해보니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하는 아이들이 적었고,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서울연구원이 낸 보고서를 보면 전세계적으로 학령기 아동의 약 10%가 비만 또는 과체중으로 추정된다. 2010년 기준으로 서울시내 초·중·고등학생의 비만율은 10.2%다. 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2009 한국 아동·청소년 비만실태조사'를 보면 가정의 경제수준이 낮을수록, 부모의 학력이 낮을수록 비만도가 높았다. 또 비만 아동·청소년은 자아존중감·외모 만족도·우울감 등의 심리사회적 면에서 정상체중의 아이들보다 부정적이었다.

강 교수는 "비만 치료의 기본 요소는 식사와 운동 등 아이의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스크림, 피자 같은 고열량의 간식보다는 성장에 도움이 되는 우유, 치즈 및 과일을 섭취하도록 하고, 직접 식품을 구매할 경우 영양표시성분을 참고해 가급적 열량과 지방, 당분이 낮은 걸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활동량이 적은 텔레비전 시청이나 컴퓨터게임 시간을 줄이고 운동을 하며 꾸준히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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