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뉴스9 1주년' 이현주 아나운서 "정신없이 지나와서 아쉽죠"(인터뷰)

[TV리포트=김보라 기자] 이현주 아나운서(29)는 차갑고 도도한 외모와 달리 소탈했다. 막힘없이 흘러나오는 말투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전해졌다. 보고만 있어도 상대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지녔다.
KBS 이현주 아나운서가 '뉴스9'의 진행자가 된 지 어느 덧 1년이 흘렀다. 지난해 7월 16일 조수빈 아나운서의 뒤를 이어 떨리는 마음으로 첫 방송을 시작했다. 이 아나운서는 2009년 KBS 공채 35기로 입사해 '영화가 좋다' '글로벌 성공시대' 등을 진행했다. 이어 입사 4년 만에 메인뉴스 앵커로 발탁되는 행운을 안았다. 그녀의 지난 1년은 어땠을까? 방송준비에 여념이 없는 이현주 아나운서를 만나 감회를 들어봤다.
◆"무색무취…기본을 지키는 앵커 되고파"
-뉴스를 진행한 지 벌써 1년이 됐다. 이제는 크게 긴장되지는 않을 것 같다.
"전혀 아니에요. 항상 떨리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매번 느낌이 달라요. 오프닝 음악이 시작되면 '오늘 혹시 실수를 하진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서서 긴장되죠."
-하루가 오롯이 '뉴스9' 중심으로 흘러갈 듯하다. 스케줄은 어떤가.
"2시에 출근해서 20분 후에 전체 회의에 들어가요. 이후 1차 부장단, 2차 국장단 회의를 거쳐 최종 아이템을 선정합니다. 4시쯤 메이크업을 받고, 5시에 앵커리포트 등 사전녹화를 마쳐요. 저녁식사 후 7시부터 앵커 멘트를 작성하고 그 날의 헤드라인 예고 영상을 찍습니다. 그러고나면 8시가 넘는데 40분쯤에 뉴스 스튜디오로 들어섭니다. 10시에 뉴스를 마치고나면 오늘은 어땠는지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퇴근합니다. 정신 없죠?(웃음)"
-공영방송 메인뉴스 앵커로서 부담이 크겠다.
"'뉴스9'를 하기 전에는 체감하지 못했는데 KBS의 메인뉴스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높더라고요. 기술상의 작은 실수, 화면상의 실수 등에 대한 질타가 즉각적으로 옵니다. 최근 날씨 방송이 불방됐는데 굉장히 죄송했어요. 어느 방송사든 날씨는 녹화로 하는데 그 날도 여느 때처럼 똑같이 녹화를 잘 마쳤어요. 그런데 갑자기 테이프 플레이가 안돼서 부득이하게 못 나가게 됐죠. 장마철이어서 날씨를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죄송했어요."
-이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아찔할 것 같다. 언제 가장 힘이 드나.
"일단 들어가는 순간부터 너무 긴장이 되요. 수차례 체크를 하지만 혹시나 잘못 전달될 것 같다는 부담은 항상 있어요. 이게 왠지 틀릴 것 같고…일단 나가면 끝이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잖아요. 운이 좋게도 아직까지 큰 실수를 한 적은 없지만. 감독님들이 베테랑이어서 다급한 상황이 와도 다그치지 않고 침착하게 이끌어주세요. 걱정이 되는 건 공영방송에 대한 부담감. 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할까하는 두려움이 있어요."
-반면 가장 뿌듯할 때는.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되면서 예전에 비해 TV뉴스의 절대성이 떨어진 것 같아요. 보시는 분들도 평범하고 틀에 박힌 앵커는 재미없다고 생각하시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저는 다양함이 추구되는 상황 속에서도 기본을 지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무미건조하고 색깔이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도 목소리를 내야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보다 잘 하고 있다는 뿌듯한 마음이 들어요. 또 트위터를 하면 소통에서 오는 기쁨을 느낄 수 있지만 일부러 하지 않고 있어요. 사람인지라 어떤 사건에 대한 내 생각이 나올 테고 오해를 사서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잖아요. 대중들이 판단하게 두고 싶어요."

-기억에 남는 실수가 있다면.
"작은 멘트 실수는 매일하는 것 같아요. 발음이 꼬인다든지…예전에 뉴욕에서 한류열풍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소개하는 문화 리포트였는데, 이제 한류가 미국 주류사회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한다는 멘트였거든요? 근데 '주류사회'를 '주류회사'라고 말했어요. 끝나고 나서 사람들이 제게 '술이 먹고 싶었느냐'고 웃더라고요.(웃음)"
-이현주 아나운서가 생각하는 올바른 앵커상은.
"시청자들은 KBS의 앵커에 대해 '진중했으면 좋겠다' '자기 색깔이 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 자리에 있으면서 느낀 건데 저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구설수에 오르지 않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나운서들이 사고 뉴스를 전할 때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데 이현주 아나운서는 잘 참는 것 같다.
"사실 방송에서 눈물이 난 적은 없어요. 안타까운 기사를 보면서 슬프다가도 막상 방송에 들어가면 눈물이 안나요.(웃음)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죠. 다른 사람들에게 내 감정을 보여준다는 게 참 부끄러워요."
-주목받는 것을 싫어하나.
"네. 좋아하지 않아요. 보통 방송사의 아나운서라고 하면 관심받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시지만 안에서 보면 우리는 하나의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원일 뿐이에요. 아나운서는 연예인이 아니거든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타사의 뉴스를 보면 클로징멘트를 하는데 KBS는 '시청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간단한 인사만 한다.
"KBS의 기조는 클로징 멘트를 하지 않는 것이에요. 어떤 분들은 좋아하시는데 저희 스타일은 시청자에게 멘트를 하지말자는 입장이죠. 공감을 살 수도 있지만 분명 생각이 다른 사람도 있기 마련이잖아요. 가령 전 국민이 하나가 되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든지 모든 사람이 이견 없이 한 목소리를 낼 때는 멘트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클로징 멘트를 하는 것에 대한 조심스러운 입장이에요. 팩트만 전달하자!"
-뉴스가 남자 앵커 위주로 진행되다보니 여자 앵커를 보조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적극적인 여자 앵커의 모습을 보고 싶다.
"여자 앵커는 아나운서의 신분이에요. 남자 앵커는 기자고요. 저희는 현장에 나가서 취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는 것에 조심스럽죠. 기자에서 앵커가 됐다면 자유롭겠지만요. 경력에서 오는 차이도 있고…남자 앵커는 연륜도 있고 그런 면에서 남자 앵커가 이끄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굳어진 것 같아요."

◆"차도녀 이미지? 알고 보면 허당"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
"잠을 많이 자려고 해요. 오전에는 운동도 해야 하는데…게을러서 안하고 있어요. 이제부터 하려고요.(웃음)"
-시청자에게 기억나는 선물을 받은 적이 있나.
"제 방송을 즐겨보시는 분을 만나게 됐는데 '~해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제게 감사한 것들을 100가지나 적어 주셨어요. 방송모니터를 저보다 열심히 해주시고 힘이 되어주셔서 보람이 됐고, 앞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갖게 해줘서 다시 한 번 감사해요."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예능도 하고 싶지만 재미있게 살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웃음)기회가 된다면 시간대에 관계없이 라디오를 맡고 싶어요. 운전을 하면서 매일 라디오를 듣는데 라디오가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DJ가 돼서 청취자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요."
-혹시 프리 선언을 생각해본 적이 있나.
"전혀 없어요. 자유로운 영혼이라기보다 직장인으로 사는 게 저와 잘 맞아요."
-입사 4년차가 되었는데 처음 가졌던 포부와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어떤 아나운서가 되고 싶나.
"사실 달라진 게 없어요. 신입 때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보다 나만의 스타일을 갖고 싶었거든요.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이'저 아나운서는 항상 같은 모습으로 일을 하네'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대화를 들을수록 반전이다. 키도 크고 왠지 차갑고 도도하게 보인다.
"그런 말을 자주 듣긴해요. 저는 차도녀 이미지인지도 모르겠어요.(웃음) 사실 아나운서실에서 허당이에요."
-아나운서실에 가장 무서운 선배가 있나.
"저희 선배님들은 일반 회사의 선배 같은 느낌보다 언니나 오빠 같은 느낌이에요. 힘든 일을 털어놓으면 친언니처럼 다독거려주면서 얘기를 들어주세요. 방송에 대해서는 엄하고 따끔하게 말씀 하시지만 투정부리듯 얘기해도 이해를 해주실 만큼 아량이 넓으시죠."
-친한 아나운서는 누구.
"골고루 친한 편인데 제 기수(35기)와 가까운 선배들과 친해요. 특히 박은영(33기)·박지현(33기) 선배요."
-이상형이 궁금하다.
"배우 차태현씨 같은 편안한 스타일이 좋아요. 성격 좋고 나를 즐겁게 해주는 사람이요.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어서 함께 있으면 편안했으면 좋겠어요. 똑똑하고 빈틈이 없는 사람은 너무 힘들 것 같거든요. 앵커라는 이미지가 좋아서 다가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모습만 보면 곤란해요. 꾸미지 않고 모자란 부분을 보고도 이해해줄 수 있는 분이 좋아요."
-올해 도경완·정세진 등 많은 아나운서들이 결혼했다.
"결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있는데 아직 인연이 나타나지 않았어요. 지금 열심히 기다리고 있어요. 차태현씨 같은 분을 만나면 빨리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뉴스9' 애청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비판도 항상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KBS 뉴스만의 장점과 강점을 좋게 평가해주시고 저희의 역할에 대해서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질타해주세요. 끝까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글=김보라기자 purplish@tvreport.co.kr/사진=조성진기자 jinphoto@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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