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in 라이프]장미칼의 비밀

2013. 7. 1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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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주방을 휩쓴 인기 상품이 등장했다. 바로 `장미칼`이다. 칼날 옆면에 곱게 마감된 꽃송이 덕분에 `장미칼`이나 전설 속에 등장하는 검 `엑스칼리버`와 합성한 `장미칼리버`란 이름으로 유명해졌다. 독일 주방용품 제조업체에서 만든 이 칼이 인기몰이를 한 것은 장미 때문이 아니다. 장미칼은 보통 식칼과 다르게 칼날이 물결모양으로 이뤄졌다. 칼을 판매하는 홈쇼핑 광고에서 장미칼의 전설이 시작됐다.#1 요리할 때 식칼이 없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야채나 고기를 잘라 조리가 쉽게, 먹기 편하게 다듬어야 한다. 껍질을 벗겨내거나 뼈 등 불필요한 부분도 발라내야 한다. 그러나 식칼은 만능이 아니다. 단단한 뼈에 칼날이 닿아 상하기도 하고 냉동됐거나 너무 무른 고기를 자를 때는 힘이 많이 든다. 딱딱한 재료를 자르려고 힘을 쓰다보면 칼날이 잘못 돌아가 다칠 수도 있다. 그 만큼 칼 사용은 주의를 요하는 일이다.

그러나 광고 속 장미칼은 전설 속 이름을 계승(장미칼리버)할 만큼 대단한 능력을 보였다. 냉동된 고기를 쉽게 토막 내거나 닭 뼈를 통째로 잘라 냈다. 여기까지는 날이 잘 선 칼을 사용하거나 힘을 이용해 상식적으로 해낼 수 있다. 문제는 광고 속에서 칼을 실험하기 위해 나무토막·쇠파이프 등 주방용 식칼로 절단할 거라고 상상할 수 없는 물건을 꺼내면서 시작됐다. 장미칼은 물결 모양 곡선 칼날로 주방 도마, 쇠파이프는 물론이고 다른 장미칼도 잘라내는 놀라운 성능을 보였다. 온라인에서는 장미칼에 열광하며 수많은 패러디를 만들어 내는 등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2 사람이 칼을 처음 사용한 것은 구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냥을 하거나 맹수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돌을 집어 든 인간은 좀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돌을 날카롭게 떼어냈다. 뗀석기 시대, 날카로운 돌 끝은 다른 동물의 머리뼈를 뚫을 만큼 강했다.

이 때 칼은 `베다`는 것보다는 `찌르다`에 좀 더 가까웠다. 둥근 돌 표면은 특정 표면에 땋을 때 힘이 분산된다. 칼끝이 날카로울수록 사람의 힘은 한 곳으로 집중된다. 단단한 콘크리트벽에 박는 못 끝이 뾰족한 것과 같은 원리다. 뚫는 것과 자르는 것처럼 물질이 견고하게 결합돼 있을 때, 이 결합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결합력 보다 강한 힘이 필요하다. 바로 압력이다.

압력은 `단위 면적 당 작용하는 힘`으로 정의한다. 압력(파스칼·Pa)은 `힘(뉴턴·N)÷단위면적(㎡)`으로 구할 수 있다. 즉 같은 힘을 사용할 때, 닿는 표면적이 넓으면 넓을수록 압력이 약해진다.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 칼이다. 칼날은 자르는 대상과 닿는 표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날카롭고 좁게 만든다. 분모 값을 줄여 전체 압력을 높이는 것이다. 무뎌진 칼날은 닿는 면적이 넓어져 압력이 분산돼 잘 들지 않는다. 이때는 숫돌 등으로 칼날을 갈아줘 표면적을 줄여줘야 한다.

#3 장미칼은 어떨까. 장미칼 절삭력의 비밀은 칼날에 있다. 보통 주방용 칼날은 울퉁불퉁하지 않고 매끈한 민날이다. 민날이 물체에 닿을 때 표면적은 한 곳에 집중되지만 모서리만 자르지 않는 이상 위아래로 긴 부분이 닿는다. 장미칼은 물결모양 중 튀어나온 돌기 부분만 물체에 닿아 표면적을 줄일 수 있다. 두 칼이 물체에 닿는 순간 압력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보통 주방용 칼은 자르려면 한 곳과 접촉하게 된다. 그러나 장미칼은 돌기 하나가 닿은 후 위아래로 칼질을 하며 썰 때는 닿는 돌기 개수만큼 `칼질`을 하게 된다. 즉 사람이 위아래로 한번 칼질할 때, 보통 식칼은 한번만 물체를 자르지만, 장미칼은 30여번 물체를 잘라내는 효과가 있다. 이런 칼날 형태가 `세레이션(Serration) 나이프`. 바로 톱니 모양 날을 가진 칼이다. 장미칼이 냉동육이나 뼈를 자를 때는 `장미톱`에 가깝다. 칼날이 위아래로 여러 번 운동하면서 조직을 끊어내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칼질보다는 톱질 방식이다. 장미칼 절삭력은 톱니 뿐 아니라, 칼날의 강도와 코팅 영향도 있다. 과학 수업에서 배우는 `모스 굳기계`가 있다. 독일 과학자 모스(Mohs)는 쉽게 찾을 수 있는 광물의 상대적 단단함을 조사해 `활석방형인정석황강금`으로 외우기 쉽도록 10개 기준을 내놓았다. 활석이 무디고 금강석(다이아몬드)이 가장 단단하다. 다이아몬드로 유리를 자르는 칼을 떠올리면 칼의 강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독일 H사에서 판매하는 정품 장미칼은 고탄소강 재질이다. 0.5% 이상 탄소가 포함돼 강도가 높다. 주방에서는 물을 많이 사용해 칼날을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식칼을 많이 쓴다. 장미칼에 들어간 고탄소강은 스테인리스강보다 단단하다. 실제로 칼질을 할 때는 눌어붙는 현상이 불편하게 하는 때가 많은데 이는 코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4 한 업체 제품만 40만개가 팔렸다는 장미칼 홈쇼핑 광고에서 `주방용도로 사용했을 때 30년간 품질 보증`한다고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 주방에서 쇠파이프나, 나무도막을 자르는 때가 얼마나 있을까. 온라인 카페 등 커뮤니티에서는 장미칼 구매 후기로 `실제로 나무가 잘리지 않았다` `쇠파이프가 안 잘린다` 등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품 구매도 유의할 일이지만 칼은 적절한 용도에 맞게 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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