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권하는 사회, 정작 금연치료는 健保 미적용

김성모 기자 2013. 5. 24.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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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보조제 석달치 30만원.. 효과 좋다지만 약값 부담 커, 정책 넘치는데 지원은 全無

자영업자 김민국(가명·57)씨는 35년간 피워온 담배를 끊겠다는 각오로 지난 13일 경기도 일산의 한 병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석 달치 약값이 30만원이었기 때문이다.

한국화이자에서 나온 금연 보조 치료제인 '챔픽스'는 한 알에 1800원인데, 매일 1~2알씩 먹어야 한다. 김씨는 "약을 먹고 금연하면 효과가 좋다는 말을 듣고 병원을 찾았는데, 약값이 너무 비쌌다"며 "약을 사긴 했지만 서민에겐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흡연에 대한 진료 행위를 보험 급여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금연 치료'에 대한 지원이 전무(全無)에 가깝다.

이 때문에 금연 진료와 처방을 하는 의사도 진료 행위에 대한 보험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식당·호프집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최근 강력한 금연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금연에 대한 치료 지원이 없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이다.

흡연자들이 금연 결심을 하고 금연 치료 보조제를 찾는 것은 비교적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시중에 나와있는 금연 치료 보조제는 화이자의 '챔픽스' 이외에도 한국GSK의 '웰부트린' 등이 있다. 제약업체들에 따르면, 이 같은 금연 치료 보조제를 복용할 경우 금연 성공률은 30~60% 정도다. 의지만으로 금연 시도를 했을 때 성공률(3~5%)이나 니코틴 패치, 껌 등을 통한 금연 성공률(15~20%)보다는 효과가 좋은 셈이다. 그러나 웰부트린 역시 7주 처방에 10만~11만원 정도 약값이 든다.

흡연율을 줄이기 위해 금연 치료를 병행하는 건 세계적 추세다. 미국은 일부 주(州)에서 2001년부터 금연 치료를 필수 보험 급여 항목으로 지정하기 시작했다. 미국 흡연율은 2001년 18.7%에서 2010년 15.1%로 9년 동안 3.6%포인트 떨어졌다. 영국은 2007년 금연치료제와 니코틴 대체재에 대한 보험 급여를 도입한 다음 흡연율이 2005년 24%에서 2010년 20%로 줄었다. 일본 역시 2006년부터 금연 치료에 대한 보험 급여를 인정했다. 각국에서 금연 치료 지원 정책이 흡연율을 줄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는 금연 치료 지원이 없는 이유에 대해 "그간 흡연은 예방해야 하는 것이지 치료해야 하는 것이란 공감대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예방 차원의 진료는 보험 급여 지원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흡연도 그렇다는 얘기다.

재원 마련도 부담이다. 담뱃값이 오르면 늘어나는 재원으로 치료 지원을 하기 쉬운데, 담뱃값은 8년 넘게 묶여 있다. 담뱃값으로 마련한 건강 증진금은 건강보험공단 재정으로 가거나, 보건소 사업 등에 쓰이고 있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국가암관리사업본부장(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금연 치료 지원은 당장엔 재원 마련에 부담될 것처럼 비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온갖 암 등 담배 때문에 생기는 2차 질병에 들어가는 보험 재정을 줄일 수 있다"며 "의사들도 적극적으로 금연클리닉을 열 수 있고, 환자도 싼값에 치료를 받을 수 있어 1석 3조"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금연 치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비급여였던 금연 치료를 급여 항목으로 바꾸는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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